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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세미콘 차이나(SEMICON China) 참관기
  • 편집부
  • 등록 2013-06-12 15:22:02
  • 수정 2015-02-22 17: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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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2013 세미콘 차이나(SEMICON China) 참관기

한국세라믹기술원
에코바이오융합팀 정봉용 선임연구원

서 언
흔히 25년을 4반세기라 칭하며 그 긴 세월을 은유하곤 하는데, 올해의 세미콘 박람회가 벌써 25회째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성년을 훌쩍 넘기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일 시기다. 처음 참관하는 전시회니만큼 나름의 기대를 가졌던 이번 2013 세미콘 차이나는 역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고 또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을 제공했다. 아울러 함께 개최된 평면 디스플레이 박람회(FPD China)와 태양광 박람회(SOLARCON China) 또한 적절한 볼거리와 최신의 산업 동향 및 작금의 기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겠다.
전시회는 무엇인가? 일종의 시장이다. 바이어가 일일이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찾아다닐 수도 없고 제조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 두 영역이 겹치는 곳이 바로 이러한 전시회 공간이며 이를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가 한 자리에 모여 다소 어수선하지만 실효적이고 생산적이며 비용 대비 효율적인 거래를 나누는 시장이며 마당인 것이다. 어느새 G2 국가로서 훌쩍 커버린 중국은 전시회 사업 또한 발 빠르게 대응해가고 있으며, 이번에 방문한 이곳 또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전문 박람회장이다. 그 규모에 놀라며 동시에 우리나라의 코엑스와 킨텍스를 떠올리게 된다. 어쨌든 지난 3월 19~21일, 3일간 중국 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개최된 세 개 부문의 박람회에 한국관 공동부스 참관단 자격으로 둘러보았으며 전시 이모저모뿐만 아니라 급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상해의 모습과 체험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한 소고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인상
처음 방문하는 상해가 아니건만 올 때마다 이곳은 늘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예나 지금이나 도시는 언제나 공사 중이다. 멈추지 않고 들리는 망치소리와 용접봉 불꽃 튀는 소리 그리고 시끌벅적한 인부들의 고함소리가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공장 같다. 희뿌연 연무 너머로 엿보이는 고층 빌딩들은 어느 것 하나 비슷한 모양이 없다. 유사한 디자인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 정부 정책 덕분에 상해는 해마다 그 스카이라인을 달리하며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푸동 공항에서 전시장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들을 조금 만나보자.
왼쪽 사진에서, 저 멀리 102층 짜리 일명 병따개 빌딩이 보인다. 일본인이 애초에 일장기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로 원형으로 설계했으나 상해시에서 끝내 사각형으로 변경시켜버린 사연을 자랑하는 상해 최고층 건물이다. 바로 왼쪽 옆에는 한창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빌딩이 보이는데, 언제 종료될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슷한 시기에 완공이 예정된 다른 나라의 초고층 빌딩 보다 단 1미터라도 더 높게 기록을 세우기 위해 공사를 늦추고 기다리며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란다. 무엇이든 세계 최고, 최대가 되고자 하는 대륙인다운 기질이 여지없이 보이는 대목이겠다. 살짝 뒤집어 보면 치사한 꼼수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맨 우측 사진은 상해가 자랑하는 명물 중의 하나인 ‘남포대교’ 모습이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사장교로서, 그 당시 저런 다리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서양인들은 중국인에게 감히 그런 기술이 가당키나 하겠느냐며 비웃기까지 했다는데 보란 듯이 만들어 냄으로서 상해 시민은 물론 중국인들의 가슴에 뿌듯한 자부심을 안겨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포성 속에 신음하고 있을 그 당시였고,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눈물을 머금으며 후퇴해야만 했던 그때 즈음이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무엇이 전시되었나?
세미콘은 N2~N5의 네 개 전시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주로 반도체 시험 장비, 조립, 포장재료, 웨이퍼 가공 및 Fab 장비, 서브 시스템과 구성요소, 각종 간접재료와 부품, IC 응용 프로그램, LED 제조 관련 시설과 장비 등등 반도체 소재는 물론 관련 설비와 시험기기, 측정 장치와 직간접 요소 부품과 같은 전방위적인 품목들이 전시되었다. 사진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하게 놓여 있는 전시장 전경이며,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부터 구름처럼 모여든 관람객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출입구 모습이다.
셀 수 없을 정도로 깨알 같은 크기로 나열된 참가업체 리스트를 일별하고는 본격적인 관람에 나선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전시회의 상징이랄 수 있는 실리콘 웨이퍼다. 정교하고 안전하게 웨이퍼를 이송하는 자동 설비와 함께 실리콘 단결정 잉곳을 자유자재로 절단하여 원하는 형상으로 가공하는 장비가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상해의 날씨를 얘기할 때, 1년 중 200일은 비가 오고 100일은 흐리며 나머지 65일만 쾌청한 날씨라고 한다. 상해라는 말의 어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닷가를 끼고 형성된 작은 어촌 마을에서 오늘의 대도시가 되었는데, 어부들이 고기잡이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걸 그 당시 사람들은 ‘바다에 오른다’고 표현했단다. 그 말을 그대로 풀어 쓴 게 上海가 되어 도시 이름이 된 것이다. 어쨌든 이번의 4일 간 출장일 중 하루 반은 비가 왔고 하루 반은 매우 흐렸으며 꼭 하루만 화창했으니, 그 말이 얼추 맞아 떨어지는 것도 같다. 상해의 하늘은 우리나라의 그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하늘 밑에는 무려 13억 명의 중국인들이 있고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는 5천만 명의 한국인이 있다는 것만 다르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 이곳, 상해에는 2,200만 명이 서울보다 열배나 큰 면적에서 살고 있다. 겨울 최저 온도는 영하 5도 정도이기에 별다른 난방 시설이 필요치 않지만 여름 최고 온도는 49도나 치솟기에 마누라나 서방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는 단 하룻밤의 여름도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차로 2시간을 달려도 우리나라에서는 지겹도록 나타나는 산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해발 4미터의 드넓은 땅덩어리가 진정으로 부럽기만 한 이곳은 바로 중국의 두 번째 도시 상해다.
상해에는 또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려 263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덕분에 온갖 자동차를 구경할 수 있다. 혹시라도 그런 이유로 상해에서의 자동차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할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타국에 비해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라도 대개는 10% 정도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서 팔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참 놀랍다. 가격이 싸면 너도 나도 자동차를 구입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도시가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을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더 높인 것이라 한다. 하나 더 놀란 건 택시가 고작 47,000대라는 거다. 인구는 서울의 두 배며 면적은 열 배인데 택시 숫자는 서울의 15만대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러고 보니 서울은 택시 천국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기록한 상해 시내 아파트의 최고가는 우리 돈으로 평당 1억 2천만원이라는 설명에 역시 상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관 공동부스로 참가한 기관과 업체를 소개한다. 주관기관인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를 필두로 강원TP 세라믹신소재클러스터사업단, 대구TP 나노융합실용화센터, 전남TP 세라믹산업종합지원센터, 영월청정소재산업진흥원,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한국세라믹기술원, ㈜맥테크, 쌍용머티리얼(주), KC(주), 메카세라(주), 코아텍(주), 메카로닉스(주), 오리엔트세라믹(주), 신한세라믹(주), 썸백엔지니어링(주), MPT 등에서 모두 32명이 참가하여 아래 사진과 같은 공동전시관을 구성했다.
각 출품 업체들은 저마다의 주력 제품들을 엄선하여 쇼케이스에 진열해 놓고는 관람객들과 바이어들의 관심과 상담에 전시회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임하는 장면에서 아직은 작고 갈 길 또한 멀지만 우리나라 세라믹 산업계의 희망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이번에도 숙련된 통역의 도움으로 현지 내방객들과의 상담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전문화된 홍보 인쇄물과 게시물 등의 준비로 한국관 운영에 만전을 기하는 관련 기관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세미콘과 동시에 개최된 평면 디스플레이 박람회는 N1관에서 단독으로 열렸는데 역시 매우 다양한 관련 장비와 제품, 설비 등이 전시되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디스플레이 공장 설계, 액정 배열 장비, 사진 코팅 장비, 노광 장비, 드라이 에칭 및 습식 장비, 박막 증착 장비, 액정 필링 및 편광판 정렬 장비, 기판 및 품질 검사 장비, 포토마스크, 컬러 필터, 백라이트, 편광판, 공장 자동화 시스템, 가스 제어 장치, 야외 대형 스크린 디스플레이, 디지털 프레임 등등 그 종류를 다 헤아리기는 힘들 정도다. 올해 10년째를 맞는 FPD 박람회의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W5관에서 열린 솔라콘 박람회 또한 성황을 이루었다. 태양광 전문 전시회로서 주요 전시품목으로는 태양광 셀, 모듈, 태양광 독립형 시스템, 태양광 발전 빌딩 통합 솔루션, 관련 건축물, 셀 및 검사 계측 장비, 인버터 및 관련 케이블, UMG, 충전기, 배터리, 단결정 및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관련 소모품 등등 다양한 볼거리와 기술 동향을 파악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Heda Solar사에서 출품한 중국 전통 기와를 접목시켜 태양전지 패널로 응용한 제품에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비록 효율과 내구성 및 관리 측면에서 그다지 신뢰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어떻든 태양전지 모듈을 기존의 주택이나 건물에 일체형으로 장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개선을 거쳐 머지않아 실용화될 날이 도래할 것 같다. Hareon사에서는 의욕적으로 다양한 태양전지 모듈과 패널을 출품하여 역시 참관객들과 관련 바이어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었다. 25년의 수명과 250W 전력, 그리고 15%를 상회하는 고효율의 성능을 자랑함으로서 태양전지 분야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바삐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멈춰 선 어느 업체 벽면에서 “중국스러운”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대량생산이란 키워드다. 광활한 땅과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복제 장비 수천, 수만대를 가동시켜 엄청난 물량을 단기간에 생산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오늘날의 중국을 견인하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저절로 습득되는 기술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며, 중국인들의 저력과 지구력이 버무려져 21세기의 중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중국 문화 체험
해외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 체험이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하여 10시부터 전시장에서의 근무를 시작, 오후 5시에 폐관한 이후에는 자유시간이다. 발바닥에서 열도 나고 몸은 노곤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그 나라의 문화를 탐방하고 체험하는 것 또한 중요한 출장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르코 폴로가 호기심 충만한 눈빛으로 동양 지역을 탐방하는 모습을 연상하며 주어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쪼개어 바삐 돌아 다녔다.
상해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명소 중의 하나가 바로 ‘동방명주’다. 동양의 밝게 빛나는 진주라는 의미다. 높이 468m를 자랑하는 방송사 송수신탑으로서 높이에 따라 다양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허구헌날 그렇듯 이날도 시야가 썩 좋진 않았지만, 세계 최고 속도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263m의 전망대에서 둘러본 상해 시내의 모습, 그리고 투명한 바닥을 통해 발밑으로 땅이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체험은 한화 3만원의 입장료를 아깝지 않게 했다.
상해에서는 30층 이상의 건물일 경우 디자인뿐만 아니라 특히 마천루는 기존의 건물과 절대 비슷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자동차로 사방 2시간 이내에는 산이 없기 때문에 마치 고층건물을 산으로 여기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그 덕분에 상해에 가면 고층 건물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우뚝 솟은 동방명주를 호위하듯 초고층 빌딩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햇볕에 반짝이고 있다.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강의 수면과 땅이 거의 비슷한 높이라는 것이다. 물결이 찰랑일 때마다 강가의 벽 밑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산책로로 물이 유입되고 있음을 신기하게 구경했다. 강물을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더럽다. 마치 우리나라의 장마철에 흔히 볼 수 있는 혼탁한 진흙탕 물을 연상하면 딱 맞다. 그래서일까? 물 맑고 산이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갑자기 자랑스러워지는 대목이다.
상해의 최고 명소가 동방명주라면 최고의 체험은 단연 발 마사지다.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왔다 갔다 하며 서 있어야 하는 이런 출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코스다. 저녁이면 보통 발이 아프고 붓는데 식사 후 발 마사지를 받고 나면 피로가 확연히 풀리며 졸음이 쏟아지면서 금세 배가 고파진다. 나날이 치솟는 물가와 환율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시간 당 한화 만원 정도면 충분했지만 이젠 약 그 두 배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마사지사들은 대부분 가난한 농촌지역 출신으로, 일정기간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북경, 상해,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로 상경하여 생계를 꾸려가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학력이 보잘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한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를 아주 조금씩 구사한다. 그 노력이 가상하다. 가장 유창한 우리말은 중간 중간 방을 나가 다른 물건을 가져올 때 쓰는 ‘잠깐만요’다. ‘힘 빼세요’, ‘감사합니다’, ‘좋아요?’, ‘괜찮아요?’, ‘아파요?’, ‘살살?’ 정도를 한다면 그들로서는 필요한 말은 다 하는 셈이다.
짝퉁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심지어 다소 과장은 섞였겠지만 중국은 공항 면세점이 통째로 짝퉁이라는 얘기도 있고 자동차마저 베껴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휴대전화, TV, 노트북, 콜라 등등 그 품목을 가리지 않는 대담함을 바탕으로 중국어로 ‘산자이’라고 칭하는 짝퉁 산업은 이제 엄연한 중국만의 그럴듯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어쨌든, 한 번은 꼭 들르게 되는 곳이 바로 짝퉁시장이다. 그들은 그냥 동네 상가 정도로 부르는 곳을 외국인들은 굳이 짝퉁시장이라 한다.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한 그곳. 우리 일행은 1시간 동안 열심히 발품을 팔며 흥정 요령을 현장에서 익혀갔다.
그들도 이젠 다 안다.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이 대략 어느 정도의 비용 지출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맨 처음 가게에 들어가 대충 가방을 보고 하나를 집어 들어 가격을 물어 보는 것으로 흥정이 시작된다. 좀 더 좋은 물건을 요구하면 안쪽의 비밀문이 열리며 또 하나의 공간이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밀문 내부에 다시 깊숙한 공간이 하나 더 숨어있기도 하다. 물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물건 값은 비싸진다.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흥정을 시작했다. 시작가는 1,100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다. 비싸다며 손사래를 치면 곧바로 절반으로 떨어지고, 물건을 집었다 놨다 하다가 발길을 돌리면 다급히 부르며 500 위안을 외친다.    상인들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흥정에 필요한 모든 말을 구사한다. “친구! 이거 가죽 진짜야. 정말 싸다. 진짜 좋은 거야. 남는 것도 없어. 진짜야. 친구! 만져봐. 진짜 가죽. 얼마? 라스트, 마지막, 얼마면 돼?” 무뚝뚝하게 ‘200’을 외쳐본다. 가게 주인은 고개를 흔들어 댄다. 가게를 나서는 내 등을 향해 “친구!”하고 부르며 계산기에 400을 표시하여 들이댄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하다 결국 300 위안에 흥정은 종료된다. 누가 그랬다. 흥정이란 서로가 서로를 속였다고 여기며 악수를 하는 것이라고... 26만원을 불러서 6만원에 팔면 그들은 과연 얼마를 이익으로 남기는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필자도 얼마 전 배우 장동건이 드라마에서 차고 나와 더 유명해진, 180년 전통의 스위스 명품이라는 예거 루클트르 시계를 하나 집어 들었다. 짝퉁이지만 디자인은 당연히 명품과 똑같다. 그래서 성능이야 그렇다 치고 일단 멋지다. 안드로메다에서나 이해될 법한 수천만원의 정품 가격은 잠시 잊고, 25만원을 부른 가격을 대체 얼마까지 칠 수 있을지에 대해 몰두한다. 지루한 실랑이 끝에 7만원을 주고 손목에 찰 수 있었다. 이 짝퉁 시계가 1년을 버텨줄지 아니면 한 달 만에 망가질지 알고 싶지는 않다. 그저 안드로메다에 가기 전에는 가져볼 수 없는 예쁜 시계를 한 번 내 손목에도 감아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그런데 단점이라면 좀 무겁다.

맺으며
중국 상해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지만 예전과는 또 다른 풍경들을 가슴에 담아올 수 있었다. 늘 그렇듯 이번 출장도 귀국길의 푸동 공항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더욱 컸던 것은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어서 더욱 그랬나 보다.
나비 효과라는 게 있다.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비유되는 나름 과학적인 이론이다. 극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상해를 느끼고 온 지금 그러한 나비효과를 그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13억 중국인이 뛰고 있다. 그 중 상해는 주변 도시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경제 생활권으로 묶는 ‘신상해’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2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신도시 건설을 계획 중이라 한다. 5천년이 넘는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북경이나 기타 관광 명소도 좋겠지만, 단순히 중국의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보고 느끼고 싶다면 상해는 반드시 가보아야만 하는 곳이다.

위의 사진들은 그러한 현재와 미래의 단면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건물과 그 1층에 자리한 밝은 조명의 상점들, 그리고 한 끼 식사에 최소한의 돈을 쓰며 늘 뛰어다니는 서민들의 모습이 과거와 현재에 겹치고 있다. 그런 바탕을 기반으로 상해의 하늘을 향해 우후죽순처럼 솟구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초현대식 빌딩들은 바로 현재와 미래의 중첩점이라 할 수 있다. 도도하게 하늘을 받치고 있는 마천루들이 길게 도열되어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중국의 한족이 흉노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 만리장성이라면 고층빌딩들의 스카이라인은 인간을 넘어 하늘을 상대로 위세를 떨치고 싶은 중국인들의 자신감을 상징하고 있는 듯하다. 13억 중국인들 하나하나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날개를 펄럭이는 상상을 해 본다. 그들에게서 무엇이든 배워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상해 출장은 보람으로 충만하다. 단지 몇 개의 지식과 정보를 얻고 말고의 차원이 아니다. 중국에 대한, 상해의 오늘과 미래 모습에 대한 잔상이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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