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47]
백자 청화 장미넝쿨무늬 작은 항아리
白磁靑畵薔薇紋小壺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사진1) 조선시대. 입지름: 2.4cm, 높이: 3.3cm, 바닥지름: 4.3cm
장미薔薇는 대표적인 외래종 식물이며 예전에는 귀하고 아름다워서 왕실에서 정원용으로 재배되었다. 워낙 희귀해서 전해지는 그림이나 조각, 공예품의 유물에 장미꽃 문양을 보기란 정말로 힘들다.
고려시대 궁궐에 내원서內園署를 두어 꽃을 관리하게 했는데 장미꽃은 왕실용으로 중요하게 다루었다. 『고려사』에는 “충정왕 3년에 해바라기와 장미꽃이 피었다”라는 기록이 있고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는 장미꽃은 왕과 관련된 귀한 꽃으로 설명하고 있다. 몇 해 전에 개최되었던 ‘영암도기박물관’의 한국도자명품전(2020년)과 ‘동곡뮤지엄’의 조선왕조 도자 500년 특별전(2023년)에 전시되었던 ‘청자 장미장식 벼루’는 장미장식을 한 유일한 고려청자의 사례로 볼 수 있었다. 사진5)
「백자 청화 장미넝쿨무늬 작은 항아리」 사진 1은 조선 후기 왕실 가마인 분원요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의 작은 항아리에 장미넝쿨 무늬가 세련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져 있는데 왕실의 화원 화가 솜씨로 보인다. 작은 몸통에 세필로 그려진 무늬도 좋지만 순백의 바탕에 주름진 굴곡을 만들어 귀엽고 아름다운 자태를 깃들게 한 사기장의 예술적 감각도 대단하다.
이 작은 백자 항아리는 왕실의 중전, 공주, 옹주, 왕녀들을 위한 화장품 용기로 생각되는데 특별히 주문되어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화된 왕실용 도자 용품들은 여러 점씩 전세되어 오는데 반하여 이런 작품은 매우 희소하기 때문이다. 일본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에 소장된 「백자 청화 장미넝쿨 접시」가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된 비슷한 유형의 유일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진6)
태토의 철분을 완전히 걸러낸 최상급의 백토와 맑고 투명한 백자 유약을 사용하여 최상급의 몸통을 만들고 푸른 발색의 코발트 안료 또한 일급품을 사용하여 왕실의 화원 화가가 화려한 장미넝쿨을 그려 넣었다. 굽이 없는 바닥은 몸통이 바닥에 밀착되어 사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하였고 유약을 닦아낸 후에 고운 모래 받침을 사용하여 번조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조선 후기 왕실의 화원 화가와 분원 최고의 사기장이 함께 빚어낸 최상의 작품으로 작지만 화려한 왕실용 어기御器로 손색이 없다. 사진4)
이 유물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지 약 200년이 흐르고 만든 사람과 사용한 사람 모두 과거의 선현들이 되었지만, 그 맥을 이어받은 후손들은 남겨진 유물을 느끼고 사랑하며 단기 4358년 을사년 밝은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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