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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국 도예전 2003. 7. 23~7. 29 통인화랑
  • 편집부
  • 등록 2003-09-22 19:35:41
  • 수정 2016-04-12 11: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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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금기 글/김진아 홍익대학교도예연구소 연구원 폴리네시아어가 어원인 ‘타부(Tabu)’는 동물이나 식물을 부족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원주민들의 말로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거룩한, 신성한’의 뜻과 ‘섬뜩한, 위험한, 금지된’의 뜻이 그것이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을 하자면 ‘금기(禁忌)’라고 하면 될 듯싶다. 타부는 원시민족들이 따르고 있는 일련의 제약이고 절제의 상징이다. 그들은 타부를 통해 부족 사회의 윤리, 도덕을 지켜나갔다. 그러나 현대는 어떠한가. 최소한의 윤리마저도 경시되어 가는 세태를 도처에서 접할 수 있을 만큼 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서 타부를 거론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생활과도 그리 무관한 것이 아니며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작품의 주제와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영국이 만드는 의자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거짓과 오만, 사회의 부조리를 다스리는 거룩한 절대자가 앉아있다. 작가는 이 가상의 신을 통해 이 시대의 금기를 깨고 죄를 범한 인간들을 심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물의 뼈로 만들어진 하얀 의자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과 함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궁극적인 주제는 사후의 세계다. 죽음을 기준으로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작가는 최후의 심판을 통해 달라지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의미의 주축을 이루는 소재인 뼈는 인간에 의해 비참히 죽어 가는 동물들의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만은 아니다. 아직도 미개 사회에서는 부족의 믿음과 결부되어 신성시되는 동물을 숭배하며 살고 있다. 그것을 토템(totem)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토템을 잡아먹거나 해치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작가가 뼈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결국 앞서 언급한 타부를 통한 절대선의 추구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영국에서 돌아와서 갖는 두 번째 전시다. 한국에 들어와 처음 선보인 작품과 오늘의 작품은 형태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탄탄한 구조와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리다시피 한 동물의 뼈대는 심화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가늘고 길며 날카로운 뼈들의 조합은 직접 만지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촉각을 자극시켜 인식되는 주제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한 최근작에 나타난 굴곡이 심한 뼈들은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주제에 대한 접근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화가 있으면서도 일관성 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두 번의 전시동안 깊게 각인되어버린 뼈 의자의 잔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가 아직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작품에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함도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 나약함을 자극시킬 수 있는 정교함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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