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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능호
  • 편집부
  • 등록 2003-12-25 20:08:17
  • 수정 2016-04-10 06: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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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유약 연구 작품의 시작으로 여겨 옹기 분청으로 시대정신 담긴 전통의 조형성 제시 많은 도예가들이 ‘흙의 물성’에 대해 말한다. 도예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흙으로 하는 작업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나 흙으로 만들어진 것들의 우수성을 설명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자연에서 태토를 찾아내 노동과 시간을 들여 수비하고 도토로 정제하는 과정을 작품의 일부로 여기며 진정한 흙의 물성을 찾아가는 작가가 있다. 도예가 이능호의 작업은 재료를 찾아내고 실험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우리나라는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재료가 풍부한 곳이라는 것에 무척 만족스러워 한다. 경기도 이천 신둔면의 농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 도예가 이능호(39)씨의 작업장에 닿았다. 가을비를 뿌리고 있는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홍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가 그의 나지막한 작업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아담한 마당에서부터 붉은 흙빛을 띠는 커다란 발이며 조형물들이 놓여있어 도예가의 집임을 알려준다. 작업을 하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내려와 작업장을 짓고 신혼살림을 차린 것이 어느새 8년이 되어간다. 작업장을 짓기 전에 이 터에 남아있던 한옥의 서까래를 이용해 만든 건조대나 곳곳에 놓인 자신의 도예작품, 테라코타 작가인 아내의 작품들 그리고 둘러앉기 좋도록 가장자리에 타일로 턱을 만든 검은 무쇠난로가 이곳에 들어서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왔을 것이다. 3회전에서 새로운 흙의 물성 이용한 사각형태의 두툼한 기(器) 선보여 지난 10월 서울시 강남구의 인데코 갤러리에서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이능호의 작품전이라면 당연히 물레 작업일 것으로 여겼던 이들에게 새로운 작품으로 신선함을 주었던 전시였다. 첫눈에 보기에도 묵직한 사각 작품들은 기(器)라고 하기엔 너무 두꺼운 듯했지만 대부분 가운데를 비운 기의 형태이다. 소지를 연구하면서 덩어리 상태로 소성해도 터지지 않고 단단히 소결되는 흙를 찾아냈고 그 새로운 흙의 발견이 이번 작품들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 흙을 이용해 덩어리를 빚고 무쇠칼로 깎아내거나 속을 파내는 방법으로 성형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칼이 지나 만들어진 긴장된 면들은 간간히 칼이 닿지 않고 뜯어낸 자연스러운 면과 대비되며 조화를 이룬다. 작가는 이런 효과를 이용해 다양한 면분할을 시도하기도 했고 자연재를 이용한 유약들로 색상의 변화도 주었다. 이 밖에도 초벌에서는 매우 미세한 잔금이 가는 소지를 이용해 시유하고 재벌하면 갈라진 틈이 넓어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1회 개인전, 전통 옹기기법의 전통적인 작품 조형작품 확장되던 기세 속에 독특한 전시 도예가 이능호는 우직하게 물레작업을 해오던 작가이다. 그의 작업장에는 목물레가 놓여있고 1회전과 2회전에 선보인 대형발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91년 국민대학교 공예미술학과 도자기 전공을 졸업하고 3년만에 가진 첫 개인전에서 타렴기법으로 제작한 지름이 70~80㎝에 달하는 대형 옹기들을 선보였었다. 이때에도 작가는 경남 산청에서 직접 지고 나른 흙에 사토와 납석을 섞어 성형하고 재유와 소금유를 시유했다. 조형도자가 5000여년의 도자 역사를 뒤집을 것 같은 기세로 확장되어가던 10여년 전에 옹기를 전시장에 전시하는 작가는 흔치 않았다. 그의 1회전은 20대의 젊은 작가가 우리 옹기의 제작 방법을 답습하며 시대정신이 담긴 전통의 조형성을 제시한 전시였다고 평가받았다. 2회 개인전 포스코미술관 초대전 170평 전시장에 대형발 65점 전시 자잘한 기교를 배제한 투박한 분청 2회전은 2000년에 포스코 미술관 초대전으로 열렸다. 1회전과 마찬가지로 큰 발들을 선보였으나 옹기가 아닌 분청작품들이었다. 170여평 규모의 포스코 미술관에 65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의 스케일만큼이나 작품의 규모도 크고 그 내용도 좋았다는 평가였다. 타렴에 의한 수레문양이 새겨진 발에 자유롭게 상감문을 새겨 넣었고 깊이감 있는 유약으로 마무리했다. 긴 흙가래를 말아 올리며 기물의 크기를 키워가고 있을 때의 감흥과 큼직하게 만들어진 기물의 넉넉한 면에 자유롭게 칼로, 나뭇가지로 신명나게 휘둘러 그림을 그렸을 작업과정이 눈에 선하다. 그의 분청 작품들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그의 분청은 자잘한 기교를 배제하고 투박함과 기운이 응집된 화장토 위에 펼쳐지는 분방한 난장의 궤적들이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계기들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게다가 그의 분청은 서민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깊이에서 오는 품격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다.”고 평했다. 반복되는 작업 꺼리고 늘 새롭게 만드는 단품으로서의 작품 원해 이능호 도예가의 작품은 전통적인 분청사기의 기법을 이용하지만 고유의 문양이나 형태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 전통 도자기들의 깊은 미감에 매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 작품에는 국한된 전통 도자기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흙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흙이 갖고 있는 성질과 재와 흙이 만나 표현되는 다양한 색들을 기의 형태에 적용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그가 작업에 있어 중요시 여기는 또 하나는 매순간 즐겁게 작업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꺼린다. 규모가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매번 다른 작품을 만드는 게 그가 즐겁게 작업하는 방법이다. 이능호씨는 “기회가 닿는 다면 좀더 넓은 터가 있는 곳으로 작업장을 옮기고 장작가마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관여하는 작가에게 있어 장작가마가 여의치 않는 상황이라는 게 답답할 만도 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연치 않게 3회의 개인전을 모두 강남에서 하게 됐는데 다음번 전시는 강북에서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외양으로 드러나는 과묵함대로 자신의 작업에 대해 많은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작품 외에 다른 것들로 자신에게 득실이 되게 하기보다 조용한 쪽을 선택하곤 한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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