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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조일묵
  • 편집부
  • 등록 2005-07-03 01: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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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렴기법 이용한 간결하고 현대적인 줄무늬 백자 작업 기능의 숙련과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작업 경기도 동쪽 끝에 위치한 양평은 한강의 발원지로, 풍광이 좋기로 유명해 나들이지역으로 인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여러 예술인들과 문인들이 많이 모여들어 자연의 영감을 얻어 작업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조일묵(47) 도예가는 7년전부터 이곳 양평군 강하면에 터를 닦고 작업하고 있다. 마당 한켠에 자리한 가마와 가마를 둘러싸고 황토를 발라 지은 작업장건물과 넓은 창안에 거실이 들여다보이는 살림집, 전시장 등의 아담한 건물들이 모여있다. 5월의 녹음을 배경으로 한 흙집과 마당에 놓인 연가, 연꽃을 피울 준비를 하는 넉넉한 옹기 발들은 조일묵씨가 대학시절부터 주력해온 옹기작업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단국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김석환 교수의 봉운동 작업장에서 사사하며 옹기기법을 연마했다. 엄격한 스승아래서 단련된 기술은 나태함을 용납하지 않았다. 전통옹기 단면에 보이는 백토 줄무늬 외부로 끌어낸 현대적 작업 옹기는 그의 작업 모태다. 전통옹기작업은 물론 굽없는 라쿠토기는 타렴의 흔적이 역력하다. 뿐만아니라 최근 주력하고 있는 줄무늬 백자작업까지도 옹기를 모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5월 열린 그의 7회 개인전에서 줄무늬 백자들을 볼 수 있었다. 캐스팅 소지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빨간색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 등의 원색적인 색소지가 단순한 기형에 경쾌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설명을 듣지 않고는 이 백자들이 옹기작업을 모태로 했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전통옹기의 불심을 높여주는 것은 사질의 옹기점토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백토입니다. 전통옹기 파편의 단면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통옹기 사이에 들어있는 백토가 연리문처럼 너울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그 문양을 외부로 끌어낸 것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옹기의 외형에서 느끼는 이미지만 떠올렸던 한계가 환기됐다. 색소지 이용한 타렴기법으로 백자에 다양한 줄무늬 장식 이번 개인전은 옹기기법에 대한 꾸준한 수련과 다양한 예술장르와 교류하며 연구해온 현대적인 미감이 일련의 결실을 맺은 전시였다. 흰 캐스팅 태토 위에 안료를 섞어 만든 색토를 겹쳐서, 바닥에 내리치며 늘리고 다시 포개고 늘리고 하면서 색토가 한줄 혹은 두 세줄 들어간 연리문 타래를 만든다. 밑동을 만들고 타래를 쌓아올려 타렴질하면서 자신이 의도한대로 일부분에만 색소지가 들어간 줄무늬 타래를 넣는다든지, 기물 전체에 줄무늬를 넣는다든지 한다. 타래의 길이에 따라 기물을 휘감아 올라가기도 하고, 한바퀴 혹은 두바퀴 돌아 단절되기도 한다. 이런 줄무늬는 지각의 변화로 퇴적층이 끊기고 내려앉아 생긴 단층처럼 보이기도 한다. 흙타래를 치대는 회수에 따라 색소지의 두께에 따라 색띠는 굵어지기도 하고, 미세한 마블링이 생기기도 한다. 물레위에서 성형할 당시에는 표면에 선명한 줄무늬가 생기지 않고 흙물과 손이 닿아 색소지와 백토의 색이 뒤섞여 중간 톤을 내게 된다. 적당히 마른 후 칼로 깎아 원하는 문양을 찾아낸다. 이 과정 또한 작가에게는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듯이 기대감에 부푸는 시간이다. 머릿속으로 그린 것보다 기물위에 그려진 것이 더 좋을지, 나쁠지, 깎아가면서 또다른 구상을 하게 된다. 현대 도자기에 시대성 반영 필요 현대인의 다양한 요구 충족시켜야 할 때 “현대에 와서 한국의 도자기는 주로 질박함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고려청자는 귀족중심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조선백자는 선비정신을 반영하며 그 당대의 미감의 절정에 있기 때문에 훌륭한 전통으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점점 더 쉽게 식상해 합니다. 늘 다양한 것을 원합니다. 도예가들은 선조들의 완벽한 도자기에 취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옹기의 대표적인 미감이 투박함과 질박함이고 이것을 빼고는 옹기를 말하기에는 왠지 아쉽다. 조일묵 작가는 최근작을 통해 옹기의 진화에 대한 자신의 모색을 말한다. 옹기의 질박한 멋도 좋지만, 그 단순한 형태를 인용한 현대적인 미감으로의 진화는 전통-시대성이 반영된-의 일부로 손색없을 듯하다. 그는 현재 단국대학교 도예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 중이다. 논문을 완성하기 전까지 앞으로 두 세번의 전시를 더 열 계획이라고 전한다. 지난 5회 개인전과 6회 개인전에서도 타렴기법을 이용한 연리문 도자기들을 선보였다. 5회 개인전에서는 백토와 청자토를 섞어 생기는 줄무늬가 들어있는 삼족기들을 위주로 선보였고, 6회 개인전에는 치대기를 반복해 생긴 조밀한 연리문을 보여줬다. 이번 7회 전시는 옹기의 타렴 기법을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그의 작업의 큰 맥락을 이어가고 있고, 5회 개인전부터 시작한 줄무늬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라쿠번조 후 일부 금속조각으로 병치한 작업 이외에도 그가 관심을 갖고 병행하는 작업은 금속주물조각과 병치를 시도한 라쿠번조작업이다. 커다란 기물을 장작가마에 넣고 번조하다가 의도적으로 깨트려 꺼먹이가 든 정도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조각들을 만들어낸다. 이후 재조합하는데 한두조각을 주물을 떠서 만든 금속조각으로 끼워 넣는다. 금속과 결합된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접합부분에도 금속가루를 묻혀 흙과 금속이 어우러지게 한다. 양평지역 회화 조각 작가들과 활발한 교류 조일묵 도예가는 양평의 여러 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해오고 있다. 지난 몇 해간 양평에서 작업하고 있는 회화가들과 함께 자신의 작업장에 모여 도자기 위에 화가들의 그림을 담는 작업을 구상해 진행하고 <양평사는 이유>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전을 열기도 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나 조각하는 사람들은 흙에 대한 본능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호앙미로나 피카소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작가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합니다.” 조선시대 화관들이 분원의 관요를 찾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도예계와 회화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또 다른 명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그런 작업이 여의치만은 않습니다. 서로의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도에 의의를 두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시도할 계획입니다.” 기자가 몇 해간 간간히 만났던 조일묵 도예가는 도회지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순박한 눈웃음이 말해주듯이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향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비춰졌다. 좋은 작업위해서는 숙련된 기량과 다양한 경험누적이 필수 새로운 작업을 시도할 때면 부푼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결과물들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이번 전시에는 처음 보는 분들이 작품을 많이 구입하셨어요. 구입하신 분 중에 저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4명이나 됩니다.” 무척 흐뭇한 표정이다. 그는 작품가격을 책정할 때 갖고 싶은 사람이 범접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한다. 오는 6월초 작가의 작업장 인근의 도예전문갤러리 몬티첼로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때문에 또다시 작업으로 분주하다. 캐스팅소지를 이용한 타렴작업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숙련되기 힘든 작업일 뿐이다. 이런 작업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다져진 기량과 손에 익은 도구들 덕분이다. “좋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누적된 경험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에 앞서 시행착오가 누적된 경험이 있어야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한 경험과 타 장르를 향한 열린 마음이 학생들과 젊은 작가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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