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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용균
  • 편집부
  • 등록 2006-06-08 17: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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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신용균

욕심없이 넉넉하고 편안한 덤벙 분청의 맛 추구
선조의 순박한 심성과 자연에 순응하는 성실한 도공

 

신정희 선생의 차남으로 독립후 11년째 왕방요 운영
경남지역의 봄은 변덕스런 바람이 분다. 따사로운 햇살에 꽃들은 만발했으나,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골짜기에는 4개의 도자기 가마가 있다. 그중 가마에서 연기를 뿜고 있는 신용균(45)씨의 왕방요를 찾았다. 울산과 언양의 도예가들은 대부분 원로작가인 신정희 선생의 제자들이다. 그중 선생의 4형제도 모두 도예가로 길을 다져가고 있다. 도예가 신용균은 신정희 선생의 차남으로 사금파리와 가마불을 보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도자기일을 배웠는데, 어린시절부터 보아온 어려운 길을 회피하고 싶어 다른일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흙을 만지는 도공의 운명이라도 타고 난양, 그는 어느덧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게 됐다. 신정희 선생의 슬하에서 한국 도자기들의 아름다움에 대해, 도자기를 만드는 자세에 대해 엄격한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독립해 11년째 현재의 요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찻그릇과 항아리 등 덤벙분청이 주류
부드러운 빛깔 선호
그가 주로 작업하는 찻그릇과 항아리들은 대부분 덤벙분청들이다. 그는 백자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덤벙분청의 빛을 좋아한다. 달항아리의 넉넉하고 당당함과 쓰임새 좋은 다기의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은 그가 추구하는 덤벙분청의 느낌을 대변해준다. “도자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본질을 해치게 됩니다. 쓰기 좋은 그릇이 좋은 그릇이고, 사용해서 손때가 묻은 그릇이 더 좋은 그릇입니다.” 도자기도 만든 사람을 닮는다. 우리그릇의 그 덤덤함과 소박함은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던 선조들의 심성과 순응하는 마음을 닮았다. 신용균씨의 도자기에도 욕심내지 않고, 작업과정을 즐기는 그의 순박한 심성이 담겨있다.

2002년 부산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2004년에는 대구 예송갤러리에서 2회 개인전을 열었다. “개인전에서는 하고 싶은 작업을 위주로 선보입니다.” 평소의 원활한 판매덕분에 가끔이라도 판매를 염두에 두지 않은 자유로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독립한지 11년이 된 지금 고정적으로 작업장을 찾아와 도자기를 구입해가는 손님들이 있다. 1년에 3번 8칸 가마에 불을 때는데, 생활자기나 찻그릇들은 재고 없이 나간다. 열심히 작업하는 도예가 곁에는 알뜰히 내조하는 아내가 있다. 가마일도 돕고, 전면에 나서서 판매하기도 하고, 보통의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도 한다. 신용균씨의 아내 윤종연씨도 못지않은 내조로 작가를 뒷바라지 한다. 가마에 찾아오는 이들을 대접하고, 도예계 소식들을 전해 듣는    게 즐겁다고 말한다. 소식통 덕분에 산골에서 살아도 심심할 틈이 없다.

풀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찻그릇
‘소박하고 정교하게’는 내 도자 철학 

신용균씨는 자신의 가마를 짓고 첫불을 때기까지의 설레였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 빨리 새가마에 불을 때고 싶은 마음에 밤낮 가리지 않고 힘든 줄도 모르고 작업했다. 신정희요에 있을 때에는 기술적인 방법과 ‘소박하고 정교하게’라는 도자기의 철학을 배웠다. 우리 옛도자기가 지닌 쓰임에 부족함이 없는 풀꽃 같은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새겼다. 정작 어떤 그릇을 만드느냐는 과정은 스스로 알아가야 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색이 담긴 그릇을 만들고 싶은 목적과 그를 위한 노력의 과정은 작가에게 가장 값진 시간이 됐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옛선조의 방법을 고스란히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도자기를 배우고, 가마에서는 도자기일을 배운다’ 그는 도공으로서 도자기를 빚는다. 새로운 기계들, 빠른 방법을 찾지 않고 몸으로 하는 방법을 유지하려하는 것은 자신의 도자기가 그런 과정의 맛을 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스가마를 두지 않고, 초벌까지 굳이 장작가마를 사용하는 이유도 자꾸 편해지려 하는 몸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다. 일년에 두 번을 때더라도 전통적인 방법을 지켜가겠다는 생각이다. 되도록이면 흙도 수비하고 싶지만, 장소나 재료가 여의치 않아 구입한 흙에 조금씩 수비한 흙을 첨가해 사용한다. 이렇게 천천히 만들어진 도자기는 천천히 다가온다. 한눈에 쏙 들어오는 산뜻함 보다는 언제부터고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은 친숙함이 정겹다.

2004년 가을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목공예가, 섬유공예가와 함께 3인 3색전을 가졌다. 특히 이전시는 (사)민족미술인협회에서 주최한 전시로 그에게는 서울에서의 첫 전시였다. 개인전을 할 때와는 달리 3가지 공예분야 작가가 함께 전시해, 여러분야의 공예작품의 어우러짐을 선보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때로 그릇 아닌 오브제 시도
고된 일의 휴식이자 환기
작업실 가득 초벌한 도자기들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가마한칸은 초벌을 때고 있었다. 초벌한 도자기들은 철화로 그림을 그려 넣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일일이 직접 마지막까지 손을 봐서 완성해야 자신의 그릇이 된다고 생각한다. 더딘 과정이지만 어느새 재벌을 때야 할 만큼의 그릇들이 모였다. 조만간 한번 재벌을 때야 한다. 같은 모양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는 시유된 다관들이 성실한 작업과정을 말해준다.           도예가 신용균은 찻그릇을 주로 만들지만, 오브제작업도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많을 때 표현한다. 고된 일의 휴식이자 자신의 작업에 환기이기도 하다.
처음엔 주로 그의 찻그릇을 찾아오던 사람들도 점차 식기류의 사용도 늘어간다. 도자기는 사용하는 맛이다. 손때가 묻어가며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완성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나즈막한 창문곁에 마련한 그의 찻자리 주변에는 그가 즐겨사용하는 다관과 찻그릇들이 줄지어있다. 덤벙분청과 귀얄분청 진사유 등의 다기세트는 20~30만원 선이고, 사발은 40~100만원이다. 사발은 많이 만들어 팔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오는 11월 일본에서의 초대전을 준비 중이다.

형제들이 모두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가족간에 도자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질문을 하지 않아서 좋다. 경험적인 이야기를 주로 나누면서, 도자기 흐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안 좋은 점이라면 모두 아버지 밑에서 도자기를 배워 서로 비슷한류의 도자기를 만들기 때문에 은근한 경쟁이 생기게  된다고 귀띔한다. 그게 어디 안 좋은 점이기만 하겠는가?
그는 “도예가는 예술가가 아니다. 도자기에 과도한 의미부여로 도자기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안타깝다. 도공 혹은 사기장은 낮춰보고 예술가는 높게 생각하는 것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뒤섞여 있는 만큼 문제점도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작업하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도공은 땀 흘리며 도자기를 만들어 사람들이 열심히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에게는 별다른 방법도 비밀스런 노하우보다 중요한 게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 만족하는 것, 과거 우리 선조 도공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손에 빚어지는 풀꼿 같은 그릇이 강인한 아름다움을 담길 바라며  성실히 작업하는 것이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사진설명>

덤벙분청 다관

3인 다기
재벌을 기다리는 생활자기류
왼쪽에서부터 덤벙분청 다완, 덤벙분청 항아리, 귀얄분청 항아리
작가가 사용하는 다기들
다실 한켠의 다완과 차호들

사발과 화병
거친 느낌의 분청합
둥근항아리들

덤벙분청 달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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