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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한국 현대도예의 현황과 이슈
  • 편집부
  • 등록 2007-01-03 16: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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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06년 한국도예계를 돌아본다 -현대도예

2006년 한국 현대도예의 현황과 이슈

 

글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한국의 현대도예가 21세기에 들어선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동안 개최된 여러 전시들이나 행사의 내용 및 취지 등을 분석해 보면 다양하고 한층 심화된 내용의 작품들, 그에 따른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 발 빠른 세계화, 국제화의 대응, 도예문화의 확산에 따른 대중의 참여 등 나름대로 질적인 향상과 함께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도들이 있었음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이 또한 많은 부분에 걸쳐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21세기의 또 하나의 상황이다.
역사는 인간의 자기인식을 목적으로 한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개인적인 특수성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뒤를 돌아본다는 것, 즉 진지한 자기 성찰은 비단 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도예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06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필자는 올 한해 우리나라의 현대도예 상황을 찬찬히 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그간의 행적에 대한 자책이나 가치판단은 잠시 접어두고자 한다. 물론 현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에서 비판이나 반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와 상황을 먼저 살피지 못한다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근거나 기준도 없이 단순한 자기 한탄으로 그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앞서 2006년 한 해 동안 한국의 현대도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하나씩 기억 속에서 되짚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올해는 유난히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들어 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공예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인데 특히 2006년에는 이러한 분야에서 안수헌, 이태호, 태성룡, 장영필, 손지민 등 30대 초반에서 중반의 젊은 작가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통적인 요소와 디자인적인 요소를 적절히 결합한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은 현대인들, 특히 주부들과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며 상업화 또는 대중화를 통한 자생적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공예적 성격의 작품들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한국 현대도예의 최근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1990년대의 공예적 성격의 작품들과 2000년대 그리고 특히 올해의 작품 양상은 매우 다르다. 1990년대에는 창작도예공방들이 늘어나면서 여가를 이용한 취미로서 대중들이 도예를 즐기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국가적 경제상황의 악화 속에서 스스로 경제적 효용성에 대한 자각을 하고 자기중심적 예술관에서 빠져나와 대중과의 교감을 이루어 내고자 하였던 도예가들의 노력이 더해져 기물위주의 생활도자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인사동에서 전시 혹은 판매되는 기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예적 작품들은 그것의 품질이나 기법 면에서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품종이나 형태에 있어서는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디서 만들었느냐가 아닌 누가 만들었느냐를 부각시키는 일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었다. 즉 디자인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유일하고 독특한 것을 만들려는 작가들의 노력이 더욱 열띤 경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최근 도자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차도구와 같은 생활 기물과 관련된 전시, 행사가 집중 조명되는 이유는 웰빙Well-Being, 즉 참살이에 대한 마인드 확산에 따른 문화적 결과임과 동시에 순수조형작품의 예술적 근간을 중시하였던 윗세대들과 달리 팔리는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청년작가들의 상업적인 공예품 제작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도예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기반을 형성하고 실험에 매진하여야 할 중요한 시기에 상업적인 공예품 제작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이러한 현상들은 향후 한국의 도예계에 편중된 작품경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기물 위주 또는 공예적 경향의 작품 홍수 속에서도 박기열, 남정임, 노형구, 최선혜, 이정석, 이화준, 김현수 등 젊은 조형도자 작가들의 꾸준한 활동들을 통해 비교적 실용도예와 조형도예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걱정들을 잠재울 수 있는 한국 현대도예의 희망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공예적 작품 경향에 이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2006년 한국 현대도예계의 이슈는 건축도자에 대한 관심이다. 사실 건축도자의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집 가운데 흙으로 만든 집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벽돌, 기와, 타일 등은 인류의 주거문화 발달과 함께 역사를 같이해 온 오랜 건축도자들이다. 이후 콘크리트와 신소재의 개발에 의해 흙은 잠시 건축의 주재료에서 밀려 나는 듯 하였으나 신소재의 문제점에 따른 흙의 생태학적 그리고 건축적 연구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에는 친환경 재료로서 건축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개관한 건축도자미술관 <클레이아크 김해>의 의미는 건축과 도자의 관계에 있어 예술과 인간과의 조화로운 만남을 이루고, 단순히 실용적 혹은 장식적 목적으로 제작되던 건축도자의 영역을 확장함과 동시에 건축도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실용도자와 조형도자로 크게 양분되어 있는 한국 현대 도예계에 도자의 건축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건축도자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우리의 삶에 우수한 건축도자를 보급하여 예술적 미학을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는 김해지역은 물론 한국 건축도자의 특성을 아우르며 한국의 현대도자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미술관의 접근성이 다소 불편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관람객들이 찾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미술관은 다양한 프로그램, 프로젝트 사업들을 통하여 도예가, 건축가, 기획자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전문가들의 경험, 기술, 정보,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건축도자에 대한 관심의 증가에 이어 2006년 현대도예의 이슈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내용은 동아시아 국가 간의 도예를 통한 문화적 교류에 대한 논의이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2005년 11월에 있었던 <소통과 확산 - 한중일 국제도예전>기념 세미나에서 구체화된 바 있다. 이후 2006년 9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이천세계도자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도자삼각주 프로젝트; 가위바위보의 개념 - 승패 없는 공존>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3개국의 현대 도자예술에 대한 전시, 학술회의, 워크샵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각 국의 도자문화를 비교하고 ‘현대에 이른 도자예술의 아시아성’을 찾고자 했던 한국 현대도예계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2006년 제6회를 맞는 광주 비엔날레는 서구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수동적인 수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위상적 정체성을 재고하려는 국제적인 행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가운데 한국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우리의 현대도예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행사들과 2006년에 열린 다양한 국제 교류전들을 통해 한국의 현대 도예계는 아시아권 국가들이 공통적인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를 이미 시작하였다고 보아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전시의 경우, 전시 자체의 취지는 최근 떠오르는 동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에 대한 목적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한 학연이나 한 지역에 편중된 섭외로 인해 오히려 주최 측이 주장하고자 하였던 아시아성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사실 각국의 몇몇 교수와 전문가의 관심이나 노력만으로 동아시아, 특히 3개국 -한, 중, 일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가늠하여 현실에 맞는 이론적 기반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시아 도예가 갖는 전통적 위상에 맞는 작가나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고 난 후 그에 따라 학생 및 교수 교환프로그램,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학술대회 및 세미나, 전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6년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 짧은 지면에 모두 되새길 수 없기에 그 가운데서도 필자의 생각에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보았다. 젊은 작가들의 약진과 그들의 자생적 활로로 부각된 디자인·공예적 경향의 작품들, 건축도자 그리고 동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에 대한 관심과 논의들은 시시비비와 가치판단을 떠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2006년 한국 현대도예의 모습들이다. 물론 필자의 생각보다 더 중요한 상황과 이슈들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누가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건 간에 21세기에 들어선 한국 현대도예는 끊임없이 발전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한 해라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21세기의 미래를 그려본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시도라고 일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도예계가 달려온 흔적을 되돌아봄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읽고 그것이 진지한 자기 성찰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저물어 가는 2006년의 짧은 역사도 미래를 비추는 밝은 거울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진아는 2001년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을 졸업했다. 2003년 <利器·異器>, <好·昊·壺>전을 기획하고 2005년과 2006에는 <CONTACT>전의 한국 측 기획자로 활동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비평전공 박사과정에 있으며 홍대도예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최선혜 작
장 진 작(아시아도자삼각주 프로젝트)

박기열 작, 이정석 작, 장영필 작, <클레이아크 - 꿈꾸는 화장실>전  최인선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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