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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재해석을 향한 의미있는 도전 | 도예가 강민수
  • 편집부
  • 등록 2007-03-15 17: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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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과 재해석을 향한 의미있는 도전 | 도예가 강민수
글 김태완 본지 편집장

올해나이 서른여섯의 강민수는 백자달항아리를 빚는 젊은 도예가다. 그는 백자를 좋아한다. 특히 백자달항아리를 좋아한다. 아무런 멋과 꾸밈을 주지 않아도 둥근 몸체에서 비춰내는 백색의 겸손함과 온유함이 좋아서다. 어린 시절 앓게 된 열병으로 난청을 갖게 된 그에게 도자기를 빚는 행위는 누구와의 대화도 필요 없는 오직 자신과 흙과의 교감 속에서 결과물을 완성하는 일이다. 그 결과물에는 굳이 설명이 부여되지 않는다. 달항아리가 담은 따뜻하고 너그러운 표상이 자신의 내면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다.

강민수는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의 꿈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해 자동차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약한 청력으로는 사회생활에 적응해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흙 작업이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한 도예공방을 견학한 이후로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난히 집중력이 강한 그에게 흙 작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단국대 도예과에 입학해 스승인 박종훈 교수의 가르침과 선배들의 도움으로 전통도자기법을 익히며 흙 작업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물레차는 것이 좋아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3년간 인사동 거리축제 물레시연행사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달항아리 작업은 단국대 대학원을 마친 직후인 1998년부터 시작했다. 그의 물레실력을 알아본 스승의 권유도 있었지만 스스로 큰 그릇을 빚는 일이 좋아 선택한 일이다. 백자달항아리 작업에 대한 연구는 홀로 해왔다. 전통의 재현이 먼저라는 생각에 옛 유물을 보고 똑같이 만드는 행위에 심취했다. 작업에 빠져들수록 백자달항아리를 너무 쉽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에 대한 깨달음과 반성을 동시에 느끼게 됐다.

1999년 3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가진 첫 전시에서 달항아리 재현품을 선보였다.  홀로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통을 정확히 깨닫고 싶은 마음에 기존의 유물을 모방하려 무던히 애쓴 작품들이었다. 작품에는 박물관에 소장된 전통백자달항아리에 등장하는 전통문양이 그대로 복제돼 있었고 형태 또한 조심스럽게 재현돼 있었다. 자유분방한 운필 끝에서 그려진 용이나 봉황의 모습은 여간 해학적이었다. 박종훈 단국대 교수는 이 작품들에 대해 “힘찬 붓놀림과 대담하면서도 세밀히 처리된 흙 맛에서 거침없는 젊은 전통도예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2003년 6월 경인미술관에서 가진 두 번째 개인전은 <호壺>를 주제로 했다. 이 전시에는 그림이 없는 백자달항아리를 선보였다. 전통기법인 사발형태의 조형 두 개를 붙여 하나의 조형으로 만든 달항아리였다. 작품 중에는 의도한 듯 혹은 의도하지 않은 듯, 가마 속 재유의 흔적이 묻어난 작품도 있었다. 그는 당시 작품들에 대해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달항아리의 비대칭 혹은 비정형의 미학에 접근해 보려는 시도였지만 아직까지 비정형의 논리와 무위의 경지에 이르기에는 이른 터라 만족할 수 없었다. “큰 사발형태의 그릇 두 개를 맞닿게 해 붙이는 과정에서 접합부분이 어색하게 마무리된 것에 대한 지적을 받고 나름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 조상의 백자자항아리 본질을 거스르는 과장된 표현에 대한 반성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6월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린 서울 인사동 공예갤러리 나눔 전시장에는 백자 특유의 유백빛이 가득 차 있었다. 7년여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고 나름 흡족할 만한 작품을 선별한 백자달항아리를 비롯해 백자 다관과 잔, 주전자와 주병, 접시 등이 함께 선보였다. 그의 작품에 대해 조명제 시인은 “유백색의 안온함과 풍만하면서 자연스러운 형태미가 어우러진 수작이다. 특히 그의 작품 표면에 보이는 빙열은 각진 모양이 아닌 잔물결 무늬처럼 유연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고 평했다.

강민수는 여느 백자작가가 그러하듯 흙 연구에 욕심이 많다. “지금까지 고려도토, 송추백토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포와 양구지역에서 양질의 백토를 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 수소문 중에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곧장 차를 몰고 가 실어오고 싶은 마음입니다.” 기존의 백토와는 다른 양질의 백토를 얻기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찾아 나서겠다는 자세다. 그는 작업과정 중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라고 한다. 틈틈이 작업을 돕는 아내의 고마운 손길이 있지만 한 아름이 넘는 큰 항아리 기물을 들어 옮겨가며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재임하는 과정을 홀로 해내기는 버겁기만 하다. 이젠 나름 터득한 방법으로 거뜬히 들어 옮기고는 있지만 육체적 고통의 한계는 피할 수 없다.
작업장이 자리한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산자락에는 쌍굴뚝 장작가마가 있다. 작가는 가마에 불을 붙이는 날이면 열여덟 시간동안 홀로 밤을 지새우며 가마곁을 지킨다. 곧 불을 붙여 가마에서 나올 새로운 백자달항아리는 오는 4월 18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 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네번째 개인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전통의 백자달항아리를 완벽히 재현해본 다음에야 나만의 개성 있는 달항아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젊은도예가 강민수. 그는 잡다한 소리를 듣지 않고 잔소리가 제거된 담백함의 결정체 ‘백자 달항아리’를 완성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쌍굴뚝 장작가마에 불붙는 날이면 홀로 가마곁을 지킨다
 3회 개인전 작품
 2회 개인전 작품
 
해학적인 용그림을 담은 달항아리. 1회 개인전 작품                
작업실 한켠에서 번조를 기다리는 달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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