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박선우/갑골문자와 도예와의 조우
  • 편집부
  • 등록 2007-08-17 15:38:25
기사수정

박선우
PARK.SUN.WOO
갑골문자와 도예와의 조우

글 서금옥 미술평론가

‘작품은 그 사람 같다’라는 청나라 유희재劉熙載의 말처럼 박선우 작품의 정체성과 테마는 새로운 시도와 끝없는 도전으로 보인다. 그는 2~3년간의 시간적인 간격을 두고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여 예기치 못한 작품으로 관람객과 조응한다. 흙과 불이라는 제한적인 재료를 가지고 그의 양식과 소재는 무궁무진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머물러 있지 말고 항상 새로움의 추구와 시도를 하라고 조언 하는 듯하다.

2007년 6월, 공예문화진흥원에서 개최된 박선우의 열한 번째 개인전인 《갑골문자 조형전》은 도자예술과 갑골문자의 만남으로 신선한 조형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작품에서도 나타나듯이 이색적이며 상이한 소재로 보이는 갑골문자와 도예의 결합으로, 이 둘은 이미 조화롭게 하나의 몸을 형성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도자기와 갑골문자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인간의 시원始原적인 제스쳐로서, 도자기는 인류의 생활용기와 부장용기로 시작되었으며 갑골문자는 한자의 기원이자 주술적인 힘으로 인류문명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갑골문자는 거북껍질과 짐승의 뼈에 새겨진 기원전 16~11세기의 중국 은殷·상商시기의 문자로 계문契文, 복사卜辭, 귀갑문자龜甲文字라고도 일컬어져 왔다. 갑골을 사용하여 점을 친 후 그 위에 점복과 관련된 사항을 기재하였는데 대체로 윗부분에 점괘를 쓰고 아랫부분에는 점괘의 내용을 썼다. 그러므로 갑골문은 은 왕조의 제사, 농사, 기후, 외적의 침입과 정벌, 왕의 여행과 사냥, 질병 등 모든 사항에 있어서 천제天帝 즉, 신의神意를 묻기 위해 점친 결과를 적은 것으로 주술문화의 영적靈的인 조형물이다.
이러한 역사에서 잊고 있었던 시원적인 문자를 무엇 때문에 박선우는 자신의 작품소재로 끌어왔을까? 그는 역사상 묻힌 갑골문을 새로운 감각과 이미지로 차용하여 문자로서의 기능보다는 문명화된 현대적인 이미지로 전이시켰다. 갑골문의 필·획은 직선이 대부분이고 곡선은 매우 드물며 선도 가늘어져 형상 자체만 보고 있으면 이미 추상적이기까지 하다. 즉 하나의 의미를 가진 문자가 아니라 하나의 조형적인 이미지로서 갑골문자를 보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인 문자와 더불어 도자기의 기형들도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오브제로서 기능하는 듯 기하학적이며 미적인 선들로 디자인되어 있다. 원추형과 원기둥, 사각형 등의 다양한 형태의 화기와 편병, 접시들은 형태적인 측면에서 미적 감각이 우선시되어 보인다.  이와 더불어 본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오방색 중 하나인 황색의 도자기이다. 이것은 주로 목공예나 금속공예의 도료塗料로 여겨져 온 기법인 황칠黃漆을 도자기에 입힌 것으로 새로운 시도라고 보여 진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다양한 형태들의 도자조형은 반대로 갑골문으로 인하여 전체적인 조화와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한자의 시원적 형태인 갑골문이 현대적인 도자예술과의 어울림으로 진보하여 ‘현대성’을 획득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박선우는 미적 감각을 겸비해야 하는 현대 도예의 한계를 다양한 시도로 발전·변화시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전통적인 것들을 현대적으로 변형시켰으며 이 새로운 시작이 미술계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02이삭이앤씨 large
03미코하이테크 large
대호CC_240905
EMK 배너
01지난호보기
09대호알프스톤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