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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웅/교육자로서의 도예 40년
  • 편집부
  • 등록 2007-08-17 15: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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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웅 LEE.BOO.WOONG
교육자로서의 도예 40년

글 최건 조선관요박물관장

선생의 정년퇴임을 기념한 작품전을 바라보는 동료 후배 제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뒤에는 선생이 있다고 말한다. 모두들 선생이 자신의 뒤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중년을 넘긴 한 제자는 몇 년 만에 찾은 선생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확인하고 선뜻 건네는 도움에 놀랐다는 말도 한다. 척박한 도예의 주변 환경에서 찾아가 기댈 수 있는 맏형 같은 선생이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 모두의 복이라고 생각된다.
선생은 도예의 길에 입문 후 지금까지 사십 수년간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산업화 시대에, 더구나 암울했던 시대를 벗어나 민족적 자부심이 일깨워지기 시작하면서 대두되었던 한국적 국가주의가 우리 사회의 전면으로 등장했던 시대의 리더들이 그랬던 것처럼, 당시 우리 도예계의 리더들도 한국적 국가주의의 기치아래 전과 다른 모습의 가시적 성과를 일구어내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전반의 주류였던 전통도자의 복원과 재현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의 원형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현대적 변용을 거쳐 재구성하는 작업이 주류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황종구, 정 규, 원대정, 권순형, 김익영 선생들이 그랬고 황종례, 김석환, 정담순 선생이 그랬던 것같이 조정현, 이부웅 선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작가와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늘 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시간과 장소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미적경험이나 지적 성취도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보편성을 견지하면서 연속성을 띄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생이 도예에 입문하면서 단국대학교에서 교육일선에 나서는 1960~70년도가 바로 한국적 원형을 발굴하고 현대적 변용을 거쳐 재구성하는 작업이 주류가 되어 있던 한국현대도자 흐름의 변혁기였다는 사실은 이후 선생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근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선생의 작품이 어느 특정한 운동이나 시대의 유행에 경도되지 않고 일정한 양식을 갖게 된 것을 바로 1970년대 한국적인 도예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든 조형 미술이 어떤 의미에서건 나름대로 이상을 염두에 두면서 성립되기 때문에 그런 입장이 지속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장은 감성과 정열 같은 창조적 동력을 이성적 통제를 통해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아카데믹한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성도 있을 수 있는데, 특히 구조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항아리나 병 같은 그릇이 대상이 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여기서 균형과 조화라는 단어로 선생의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도예에서 균형이라는 말은 제작과정에 거의 겔gel과 같은 유연함과 소결된 고체와 같은 물리적 안정감, 소재 재질을 포함한 물질적인 여러 요소의 공간적 입체적 조화이며 성격이 다른 대조적인 것들을 하나의 덩어리 안에서 통일감을 유지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안도할 수 있게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선생의 작품에 나타나는 부드러운 곡선과 예리한 칼자국, 밀도 높은 태토, 면 위에 씌운 약간 농담이 있는 유약아래의 질감, 둥근 곡선을 깨고 수평과 수직을 가로 지르는 대담한 직선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난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교육자로서 선생은 도예와 삶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잠시도 늦추지 않았다. 선생과 입장을 같이하는 동료 후배들의 근황에서 그러한 모습은 쉽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예와 아름다운 삶의 관계를 보다 더 가깝게 하기 위한 선생의 저력이 지속적으로 작용하게 되기 바라며.

글쓴이는 1971년 1학기, 1974~5년 선생의 강의실에서 처음 도예에 입문하였다. 지금도 도자문화 쪽을 향해 있으면서 늘 선생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는 인사와 함께, 이 글이 선생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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