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유럽열물성학회(19ECTP)를 다녀와서…

국제열물성학회는 매년 개최되는 다학제간 학회로서 물리, 기계, 화학, 재료, 통계, 전자, 생물 등 거의 모든 학문분야를 망라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물질의 열적특성 (예로, 열에너지의 전달과 흐름에 관계된 물리량,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물질의 열적특성(dynamic, static properties), 물질의 확산현상, 상변화 등)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학문적 관심사에 대해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여,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국제학회이다. 국제열물성학회는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유럽, 미국, 아시아를 돌면서 순차적으로 개최된다. 올해에는 작년(2010년) 10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9차 아시아열물성학회에 이어 그리스(Greece)의 제 2도시인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제 19차 유럽열물성학회(the 19th European Conference on Thermophysical Properties)가 2011년 8월 28일에서 9월 1일까지 4박 5일(홈페이지: 19ectp.cheng.auth.or)로 개최되었다.

필자는 올해로 네 번째로 국제열물성학회를 참가하였다. 그리스라는 나라가 세계적으로도 고대문명 발달의 한 축을 담당하였고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이어서 매우 기대가 되는 학회지였던 것도 사실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학회를 다녀왔다. 그리스 테살로니키는 테살로니카(Thessalonica)라고도 하며 BC 315년 마케도니아의 왕 카산도로스가 건설하였고, 그의 왕비인 데살로니카의 이름을 따서 시의 이름을 지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며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이번 학회는 테살로니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으며 15세기 베니치아인에 의해 방어벽으로 세워진 후 19세기 터키시대에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화이트타워(White Tower) 바로 옆에 위치한 HELEXPO (conference center)에서 개최되었다. 테살로니키의 대표적 상징물인 화이트타워와 아리스토텔레스광장을 학회장과의 사이에 두고 숙소를 잡은 필자일행은 매일 아침 학회장에 걸어가면서 그리스의 광장문화와 역사적 상징물을 감상할 수 있어 매우 인상 깊은 학회였다.
이번 학회는 크게 plenary lecture 세션과, invited talk 세션, 일반구두발표 세션, 포스터 세션, 그리고 2개의 특별세션 (photothermal & photoacoustic thermophysics and theory & modeling)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세션은 5개의 발표장에서 4일 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졌으며, 대개의 참석자들이 개개인이 원하는 논문발표가 하나의 발표장에 몰려있지 않기 때문에 5개의 발표장 사이로 참석자들의 왕래가 매우 빈번하였다. 하나의 논문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학회에 비해 발표장들이 한 곳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집약도가 우수한 것이 인상 깊었다. 학회기간 중간쯤인 3일째에 시상식과 함께 수상자들의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ECTP-NETZSCH Young Scientist Award는 열물성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학문적 업적을 달성한 젊은 과학자 중에서 선발을 하는데, 추천된 후보자들의 연구업적을 검토한 ECTP IOC(International Organization Committee)의 의견을 받아 Award committee에서 최종 선정자를 결정하여 인증서와 상금을 수여하며, 이번에는 독일 Univ. of Rostock 화학과의 R. Hellmann 교수가 수상하였다. 유체의 열물성 특성(열전도도, 비열, 표면장력 등)을 순수기초이론을 바탕으로 컴퓨터 모사를 통해 예측하고, 정밀한 계산을 하는 기법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였으며 “Thermophysical properties of industrially relevant fluids and fluids mixtures from pure theory”라는 제목으로 수상강연을 하였다.
ECTP Lifetime Award는 영국 Imperial College의 W. Wakeham 교수가 수상을 하였으며, 평생을 열물성분야를 연구하면서 느낀 점들을 “Mis-management of a lifetime in thermophysics”라는 제목으로 아주 위트있게 수상강연으로 선사함으로써 매우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어 진행된 관련 학회 홍보시간에는 내년부터 개최가 예정된 여러 학회에 대한 내용이 각 학회 준비위원장들의 소개로 진행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 자리에서 2013년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제 10차 아시아열물성학회에 대한 홍보도 진행되어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5일 동안 개최된 이번 학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52개국에서 400여 편의 열물성관련 연구논문이 발표되었으며, 유체, 반도체, 전자부품, 상평형, 측정기술, 재료 열특성, 표준화 등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특히 올해에는 “Engineering Applications”라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열물성 측정기술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특별한 세션이 마련된 것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최근 3년(2008년 프랑스 Pau, 2009년 미국 Boulder, 2010년 중국 베이징)의 국제열물성학회에서의 논문발표 경향은 유체(특히 ionic liquid)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있으며, 세계적 이슈인 에너지 사용량 저감 분야의 연구관련 논문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올해에도 유지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감 분야의 논문발표가 많이 늘어났으며, 재료의 구조적 특성과 열특성과의 연관성 에 관한 논문발표가 증가되었다. 이런 현상은 고전적 상평형과 열전달 메카니즘에 대한 학문적 관심사가 첨단 나노기술과 재료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적인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으로 점차적으로 옮겨지고 있음을 국제열물성학회에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다만 아시아열물성학회에 비해서는 고전적 주제에 대한 관심과 학문적 열의가 여전히 일정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과학정책과 많은 과학자들이 최첨단 기술로의 연구주제 편중이 가속되는 현실과 비교해 진정한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가기위해서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필자를 비롯해 인하대, 고려대, 울산대, 포항공대, 원자력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그리고 산업체 등에서 12여명이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미 오래 전 부터 아시아열물성학회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나, 유럽열물성학회에는 일본과 중국의 참여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번 학회기간에 만난 유럽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아시아권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첨단 학문의 선두에 나서고 있음을 인정하는 등, 우리나라의 연구역량과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열물성학회장인 인하대학교 김형순 교수가 초청강연과 세션좌장을 맡는 등 점차적으로 국제열물성학회에서의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위상도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년에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에서 제18차 미국열물성학회가 개최되는데 이어, 2013년에는 한국에서 한국열물성학회(www.ikstp.or.kr)가 주관하는 10차 아시아열물성학회인 ATPC2013이 제주에서 9월 30일 ~ 10월 3일까지 개최된다. 다학제간 학문인 열물성분야의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내외 열물성 관련 산업과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해보며 이번 참관기를 마친다.

권 수 용
- 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현 한국열물성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