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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요 이규탁 도예가_깊고 신비로운 회령도자
  • 편집부
  • 등록 2021-12-29 11: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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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유약, 세라믹의 옷(6)

 

고산요 이규탁 도예가_깊고 신비로운 회령도자

 

고산요 이규탁 명장은 45년간 회령도자를 연구하고 실험해왔다. 아무리 솜씨 좋은 명장이라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흙과 불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효과가 매력적인 회령도자. 명장은 방 밖에서 사용되던 회령도자를 한층 정제되고 품격 있는 차도구로 만들어 방 안으로 들였다.

 

글_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_이은 스튜디오

회령도자는 함경북도 회령 지방에서 주로 만들어진 우리 도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자나 백자에 비해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반면 일본에서는 임진왜란 때 넘어간 조선 도공이 전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그 맥이 오히려 탄탄하게 이어져 왔다. 그래서 일본 도자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고 지금까지도 회령도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규탁 명장이 일본에서 회령도자를 배우고 온 1980년대 초에는 이런 인식이 더 강했다. “그때에는 회령도자를 일본색이 강하다고 해서 좋게 보지 않았어요. 도자를 업業으로 삼았는데 회령도자를 해서는 생계를 잇기가 어렵겠더라구요. 그래서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도자기가 뭔가 생각해보니 분청이었어요. 전통을 그대로 잇는 일도 중요하지만 오늘의 시간에 맞춰 변화를 주어야 전통도 되살아나는 거니까 자유로운 분청에 나를 담아내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규탁 명장은 1978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5년간 회령도자 기법을 전수받았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 다카토리야끼高取燒의 시초를 다진 조선 도공 팔산八山의 11대 후손인 다카토리 세이잔高取靜山 선생이 회령도자 기술을 한국에 다시 돌려주기 위해 학생들을 모집했고 2500명 중에 선발한 2명 중 하나가 이규탁 명장이었다. 조선 도공들의 혼이나마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스승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회령도자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었기에 명장은 분청 작업을 하면서도 회령도자를 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90년 초엔가 어떤 일본 사람이 찾아왔어요. 그 사람이 다카토리야끼의 뿌리인 회령유도자를 찾아 한국에 왔는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면서 나를 꼭 만나보고 싶었데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회령도자는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 내가 꼭 해야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회령도자를 만들어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볏짚재의 규산 성분이 만들어내는 유탁 현상

회령도자의 독자성으로 볏짚재를 기본으로 하는 유약의 유탁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볏짚에 많이 함유된 규산(SiO₂) 성분이 뿌연 느낌을 주면서 색의 대비를 일으키고 아름답고 오묘한 문양을 만들어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북송 균요의 영향을 받아 회령에서 유탁유를 사용했는데 균요에서는 주석 등을 사용해 유백색을 냈다면 회령에서는 볏짚재의 규산을 이용해 유백색이 아니라 유탁 현상을 만들어냈어요. 도자 표면의 기포에 빛이 분산되면서 희뿌옇게 보이는 겁니다. 그리고 또 사용한 흙이 달라요. 철 함량이 높은 균요의 흙과 달리 회령 지방에서는 1300도 정도의 고온을 견디는 와목점토나 목절점토가 많이 나오니까 이런 흙을 타렴질해서 만든 옹기에 옹기유를 바르고 다시 유탁유를 이중시유해서 구웠어요. 추운 지방이다 보니까 장독류 외에도 불에 바로 올려 끓일 수 있는 뚝배기나 약탕기를 만들면서 이 지방 고유의 도자로 정착한 겁니다.” 보통 도자를 구울 때 재는 다른 광물들을 높은 온도에서 녹여 주는 융제 역할을 하는데 볏짚재 안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규산 성분은 도자 유약의 뼈대 역할을 한다.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타서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내화도가 낮은 흙에 발라 구우면 특유의 효과를 낼 수 없다. 회령도자의 내화도 높은 흙과 볏짚재가 만나 독자적인 회령도자가 탄생한 것이다.


  일본에서 회령도자의 맥을 이어온 다카토리야끼는 차도구의 명문가이다. 회령도자가 일본에 처음으로 전해졌다고 알려진 카라츠야끼唐津燒에서는 큰 옹기 같은 생활 도자기를 주로 만드는 데 반해 다카토리야끼에서는 격조 높은 차도구로 회령도자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켰다. 다카토리야끼에서 회령도자를 전수받은 이규탁 명장은 자연스럽게 회령유로 차도구를 만들어 선보였고, 청자나 백자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회령유 다호나 다관은 차인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장독이나 뚝배기처럼 방 밖에서 사용하던 회령도자를 한층 정제되고 품격 있는 차도구로 만들어 방 안으로 들인 겁니다. 이 작업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도예가가 이규탁 선생이에요.” 명장과 수십 년간 교류하면서 도자기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는 하빈요의 이명균 작가는 명장의 공功을 명쾌하게 정리해 준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흘과 불이 만들어낸 우연의 효과

이규탁 명장은 회령도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 요변성을 꼽는다. “내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늘 1~2% 정도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 부분이 가마에서 구울 때 채워집니다. 도자만 45년 했는데 아직도 가마에서 어떻게 나올지 결과를 예상할 수 없으니 이 점이 참 재미있지요. 이 요변성을 최대한 얻기 위해 회령도자는 대부분 장작가마에서 굽습니다.” 이천의 예스파크 안에 있는 고산요 쇼룸에는 명장이 가장 좋아하는 회령도자가 있다. 연회색 바탕에 희뿌연 안개가 드리운 듯한 달항아리이다. 아무리 솜씨 좋은 명장이라도 표현할 수 없는, 흙과 불이 만들어낸 우연의 효과가 보면 볼수록 신비롭다. “사실 처음에 이 달항아리를 가마에서 꺼냈을 때는 깨버리려고 했어요. 내가 생각한 대로 안 나온 거예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예상 못 했던 아주 묘한 그림이 보이더군요. 당당한 형태와 요변으로 생긴 무늬가 어우러진 것이 이런 작품은 다시 안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대표작으로 소개합니다.”


  회령도자의 유탁유를 만드는 기본 레시피는 잘 알려져 있다. 볏짚재:참나무 재(융제):장석=4:3:3의 비율로 섞은 유약을 기본으로 도예가마다 볏짚재의 양을 늘리거나 융제로 참나무 재 대신 소나무 재를 쓰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유탁의 정도와 발색이 다 달라진다. 그러니 변화를 주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가야 한다. 게다가 기본 재료가 되는 광물 성분이 매번 달라지니 45년 경력의 도자 명장도 계속 유약 실험을 해야 한다. “도자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흙이에요. 유약도 흙에서 오는 것이고. 그래서 도자에서 흙맛을 정말 중요하게 여깁니다. 내가 차도구를 많이 만드니까 입에 닿았을 때 부드러운 흙의 정감을 전하려고 해요. 차를 마시는 분들은 분명히 그 흙맛을 느낄 겁니다.”


명장의 호 ‘고산高山’은 스승인 다카토리 세이잔 선생이 내려 주었다. 다카토리야끼의 시조인 다카토리高取 팔산八山의 첫 자와 마지막 자를 따서 지은 것이다. 일본에서 회령도자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십 대였던 명장에게 이 호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도자에서 일가를 이룬 지금은 자부심이 크다. “이제는 회령도자가 백자나 청자와 같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회령도자를 만드는 젊은 작가들도 늘고 있어요. 그간의 나의 도자 여정이 여기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한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 있습니다.” 명장의 다실 한 벽에 걸린 ‘결과자연성結果自然性’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결과는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 수 없다는 의미인데, 도자 작업에도 해당되는 말인듯 싶다. 이규탁 명장이 45년간 연구하고 실험하고 공부하고 작업한 시간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지금의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닐까. 

 

도예가 이규탁은 일본 조선도공 팔산 11대 후손 다카도리 세이잔 선생에게 도자기술을 전수받았다. 5년간의 전수과정을 거쳐 태토 선별과정부터 성형, 가마소성까지 도자기술을 습득하고, 이후 분청사기와 회령유 자기에 집중했다. 국·내외에서 약 22여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명지대 서울대 한국전통문화학교 등 다수의 도예전공 강사를 역임했다. 95년도에 이천 지석리에 고산요를 설립, 2019년에 이천예스파크에 고산요 전시관을 운영 중이며, 다양한 토석을 찾는 즐거움과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흙 만지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본 기획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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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_이연주 기자, 문다희 기자 / 온라인 홍보_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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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1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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