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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장다연 _심상心象의 레이어드
  • 편집부
  • 등록 2021-12-29 12: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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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유약, 세라믹의 옷(7)


도예가 장다연 _심상心象의 레이어드

 

글_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_이은 스튜디오, 장다연 제공

 

도예가 장다연은 내면의 심상을 도자기에 그려 넣는다. 하회와 상회 기법을 겹겹이 레이어드해서 내면에 쌓인 것들을 투영한다. 작은 점들을 촘촘히 이은 선과 선으로 만들어낸 형태, 그리고 형태로 품은 색 사이를 누비다 보면, 그 세밀하고 오묘한 회화 세계에서 자신만의 심상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분홍운동화」 28×18×34cm | 비소성 석기질 점토, 핸드빌딩 | 2019

장다연 작가의 도자기는 세밀화를 품고 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안에 오묘한 세상이 펼쳐진 걸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그림은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도자기 역시 이를 담아내는 입체적인 매체이다. 처음에 작가는 도자용 안료로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주로 했다. 작가는 점점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교수님 연구실에 갔다가 우연히 어느 일본 도예가의 작은 도자기를 봤는데 굉장히 독특했어요. 얇은 금박을 오려 붙이고 그 위에 유약을 발라 구운 건데 그 기법이 궁금하더라고요. 찾아보니 일본 이시카와현에 있는 쿠타니야키기술연구소에서 배울 수 있어 그곳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쿠타니야키기술연구소는 일본의 전통 도자기 중 하나인 쿠타니야키를 연구·교육하는 곳으로 작가를 이곳과 이어준 일본 도예가 히데아키 스즈키 역시 이곳 출신이다.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쿠타니야키는 왕실에 납품하던 채색 자기로 색과 문양이 정교하고 화려하면서 깊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또 다른 채색 자기인 아리타야키는 주로 수출용으로 만들어져서 세련되고 모던한 느낌이라면 쿠타니야키는 좀 더 회화적이에요. 저는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원하는 그림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전쟁 피해를 한 번도 입지 않을 정도로 정말 외진 곳에 자리한 쿠타니야키기술연구소에서 작가는 주말도 없이 공부하고 작업하며 도자기에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 나갔다.
  쿠타니야키의 수십 가지 기법 중에서 작가는 하회(유하채 釉下彩)와 상회(유상채 釉上彩)를 함께 사용한다. 하회는 말 그대로 유약 아래에 그림을 그려 넣는 기법이고 상회는 유약 위에 그리는 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청화나 철화 같은 하회 기법은 널리 쓰였지만 상회를 적용한 도자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에서 상회 기법을 받아들일 무렵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였어요. 조선시대에는 도자기에 색을 넣는 걸 사치라고 생각해 백자를 많이 구웠고 반면에 일본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기들만의 스타일로 완성시켰어요. 이런 도자 역사 때문에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상회 자체가 낯설고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도 거의 없어요.”


  보통 도자기는 초벌을 하고 유약을 발라 재벌을 해서 완성하지만 상회 같은 경우에는 재벌을 한 상태에서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고(상회) 다시 굽는다. 기본이 삼벌이고 그림의 겹을 더할수록 번조 횟수는 늘어나게 된다. “하회와 상회로 제 내면의 심상을 레이어드합니다. 언뜻 봐서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그림의 입체감과 깊이감을 더하는 것이죠. 내면에 쌓이는 것들을 투영하는 거예요.” 상회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전사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일본 전통 도자기를 공부한 이력만 보고 일본색이 짙다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의 작업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이런 말은 못 할 것이다. “내면의 심상과 감정선을 도자기에 투영하는 데 하회와 상회가 적합해서 이 기법을 계속 쓰고 있어요.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 그림은 뭘 말하는 걸까, 궁금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도자기를 이루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형태이다. 장다연 작가는 슬립 캐스팅으로 원하는 형태를 만든다. 그는 쿠타니야키기술연구소에서 익히고 연구한 채색 기법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이 그림을 잘 담아내는 형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쿠타니야키의 형태는 거의 정형화돼 있어요. 그 형태에 제 그림을 그렸을 때 에너지가 뿜어 나오지 못하고 갇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그림에 맞는 형태를 찾고 싶어서 아이치현립예술대학원에서 세라믹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도자기에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는 물레 작업보다는 슬립 캐스팅이 적합했고 슬립 캐스팅으로 유명한 이 학교에서 그는 2년간 바짝 형태 연구에 집중했다. 작가의 작품 중에서 「White Blossom」은 그림 없이 형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리즈이다. 작가는 씨앗에서 발화하는 과정을 ‘360도 어느 쪽으로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했다.
  작가는 6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2년 전쯤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경기도자박물관 전통공예원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스스로 위축됐던 것 같아요. 채색 도자기 문화가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제 작업을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아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 와서 바로 개인 공방을 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상회는 매끄러운 유약 위에 다시 유약을 올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유약의 농도나 가마 온도 등을 세심히 맞춰야 한다. 상회의 역사가 워낙 깊고 작가군도 넓은 일본에서는 유약 레시피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상회용 가마도 따로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상회는 유약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가마에서 다 흘러내리거나 떨어져 버려요. 여기에서 유약과 가마가 모두 달라지다 보니 테스트만 1년 넘게 했어요. 작업이 곧 인내고 수행이에요. 우리 삶처럼 말이죠.”


  작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작가의 내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작업으로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각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일부러 산책을 많이 해요.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자박물관 주변의 숲속 산책길을 걸으면 고라니나 나비, 고양이, 금계국 같은 들풀 등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는데 저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 존재들을 도자기에 그려 넣는 ‘공생’ 시리즈를 작업하게 되었어요. 지금 이 시간에 여기에서만 할 수 있는 귀한 작업입니다.”


  장다연 작가 작업에서 상회는 분명 중요한 기법이고 가장 큰 특징으로 보이지만 그가 상회 기법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하회나 상회 같은 기법이 아니라 자신의 심상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결국 작가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다.

 

젊은 작가 장다연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자문화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이시카와현립쿠타니야끼기술 연구소에서 채색기법 쿠타니야키를 배웠다. 개인전 <디스 이즈 미THIS IS ME>2019와 1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일본 이세국제크라프트전 입선, 쿠타니야키연수소 Permanent 등 다수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경기도자박물관 전통공예원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dayeon_studio

 

본 기획취재는 국내 콘텐츠 발전을 위해 (사)한국잡지협회와 공동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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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_이연주 기자, 문다희 기자 / 온라인 홍보_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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