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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기현
  • 편집부
  • 등록 2003-10-31 00:19:43
  • 수정 2016-04-12 2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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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작업하는 도예가 독특한 트임 귀얄기법 발과 항아리에 적용 그다지 크지 않은 체구로 자신의 아름드리가 넘는 큰 발을 빚어내는 도예가의 어깨에서는 신념이 배어있다. 땀내 피어오르는 열정으로 일렁이던 근육들은 점차 힘을 갖는데, 그 열정과 노동의 대가는 넉넉치 않다. 초가을 햇살이 따스한 남도의 낯선 도시에서 든든한 어깨를 가진 도예가를 만났다.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도예가 김기현(46) 씨의 작업장은 콘크리트 건물의 외관에 황토를 개어 발라 언뜻 보기에도 흙을 만지는 사람의 작업장 같다. 올해 전남 담양에 수년동안에 걸쳐 지은 집과 작업장을 정리하고, 강의하고 있는 학교와 문화센터가 가까운 광주시 주택가에 아담한 작업장을 지었다.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은 아직 회색 콘크리트를 드러내고 있다. 벽화를 그려 넣으려고 한창 스케치 중이라고 한다. 김기현 씨는 오전에 문화센터 수업을 마치고 오는 중이라며 기자를 맞았다. 전통 분청의 아름다움을 현대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찻그릇과 발, 항아리, 접시 등 생활소품과 대형발 작업 물레성형과 분청이 주를 이루고 있는 그의 작품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생활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4회에 걸친 개인전에서 그는 줄곳 찻그릇과 발, 항아리, 접시 등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그의 귀얄기법으로 만들어진 기물들에는 잔잔한 균열이 있어 독특하다. 이 균열은 성형한 기물의 표면에 화장토를 바르고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 생기게 한다. 김기현 씨는 이미 20여년을 도예가로서 작업해왔으면서도 아직 제대로 된 작업을 못했다고 말한다. “작업이 느슨해진다 싶으면 개인전을 계획하고 날짜에 맞춰서 작업하곤 했습니다. 때문에 겁 없이 개인전을 열어왔던 것 같습니다.” 2001년 10월에 가졌던 그의 세 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식탁, 좌탁, 찻상 등의 중대형 생활용품을 여러 점 선보였다. 그의 작품들을 미술평론가 장석원 씨는 “붓으로 칠하던 화장토를 빗자루로 바꾸면서 거칠고 푸짐한 효과를 내는 한편, 성형과 시유과정에서도 회전시의 빠른 속도감을 가미시킨 그의 도예적 미감은 소박하면서도 현대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김기현 씨는 이밖에도 분장한 표면위에 철을 과하게 사용해 옹기처럼 친밀한 색을 내거나, 산화철을 이용해 강아지풀, 포도문 등의 문양을 그려 넣기도 했다. 그는 전남대학교에 다녔던 대학시절 응용미술과 공예를 두루 공부하며 도예를 접하게 됐다. 학교에서 침식하며 물레기법을 익히는 데 몰두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공방에서 일하다 92년에 단국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대학원을 4년만에 졸업한 그의 석사학위논문은 ‘철화 분청사기 발(鉢) 제작에 관한 연구’였다. 대학원 입학당시에는 서울에 있었지만 후엔 광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논문을 준비했다. 지름 50~60센치의 대형발들은 공예대전과 전라남도 미술대전, 광주시 미술대전 등에 출품해 여러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광주시 미술대전 공예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거칠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아 관상과 실용을 겸한 접시와 떡살 작업할 계획 새로 지은 작업장에는 같은 크기의 다른 가마에 비해 높이가 낮고 폭이 넓은 0.7루베 가마가 자리하고 있다. 그가 폭이 넓은 발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이 같은 모양으로 제작한 것이다. 태토는 청자토와 사질이 많이 함유된 산청토를 즐겨 사용하고 인근에서 채취한 황토를 섞어 사용한다. 유약은 재유와 분청유를 에어컴프레셔 스프레이가 아닌 농업용 스프레이에 담아 분무한다. “매끄러운 느낌보다 거칠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아서 농업용 스프레이를 사용한다”고 한다. 김기현씨는 틈틈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하고 작업에 반영한다. 앞으로는 접시와 떡살을 심도 있게 작업해 볼 계획이다. 접시는 도자기의 여러 품목들 중에서도 그가 좋아하는 품목으로 관상과 실용을 겸할 수 있다. 그런 장점을 살려 다양한 기법과 표현을 담은 접시들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운 문양을 담고 있는 떡살 또한 실용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작업장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접시들은 물레의 빠른 속도감이 남아있는 분장접시들이 대부분이다. 싸리를 역어 만든 붓으로 분장하고 거기에 우연히 손가락이 스친 듯 손 끝으로 그림을 그려 넣거나 초벌 후 철화(鐵畵)를 그린 것들이다. 광주시내 새로 지은 흙벽작업장에서 새로운 작업 기대에 부풀어 작업실을 이전하기 위해 집을 짓고 이사하면서 한동안 작업을 하지 못해 하루빨리 정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새 작업실에서 작업하고 싶다. 다음 개인전은 서울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방에 있다보니 중심도시와 교류할 기회가 흔치 않은 점이 아쉽기도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 여기고 있다. 전라남도지역 도예가들의 모임이 ‘신도예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오는 12월 정기전을 앞두고 있다. 김기현 씨는 현재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와 인근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의 소탈한 성격 덕에 학생들, 수강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다. 천성적으로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어서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나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나 말보다는 작업이 앞선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인 박종훈 교수로부터 ‘열심히 하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또한 제자들에게 ‘자신의 진로로 무엇을 선택하든 그저 열심히 하라’고 당부한다. 전라남도에서 나고 자란 김기현씨의 작품에는 남도 특유의 넉넉한 여유로움이 담겨있다. 그의 느긋한 표정과 말씨에서 길가의 풀 한포기도 예사로 지나치지 않고 도자기에 옮긴 옛 도공들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기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에 조형작품 처럼 많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는 없지만, 그의 몸과 마음에 배어있는 한국적이고 남도적인 해학이 그의 작품의 인상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조바심내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묵묵한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원천이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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