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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귀락 _ 도예가
  • 편집부
  • 등록 2004-04-22 21: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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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 그 언어의 세계 글+사진 정귀락 _ 도예가 뒤뜰에 그득한 꽃들의 색이 유난히 강하게 느껴지는 시각,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전의 고즈넉함과 넉넉한 사유 속에 지나온 시간의 단편들을 떠올린다. 30을 넘기고 늦은 나이에 이곳 호주에서 새롭게 시작한 만학, 그 후 이곳저곳 작업을 위해 가마를 찾아다니던 일, 늦게 시작한 만큼의 시간을 벌충하고픈 욕심에 시드니 근교 아트센터의 장작가마에 붙어살다 시피 한 레지던트 작가생활, 호주 내 장작 가마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모나쉬 대학에서의 뒤이은 대학원 연구과정, 그리고 지금의 시드니(SYDNEY) 생활과 작업 등이 지나온 나의 10년여를 거슬러 올라간 기억의 단편들이다. 지나온 흙 작업의 한편으로 불교와 도교 같은 동양 철학에의 열정이 있던 내 10대와 20대의 흔적이 묻어 있다. 내게 있어 도예 작업, 특히 장작가마 소성 작업은 현대의 일상적 삶에서 경험하기 힘든 자연의 섭리에 대한 좀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배움과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매개체로 여겨진다. 나의 작품 제작은 대부분 장작 가마(통 가마)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작품은 유약 시유없이 가마에 재임하기 때문에 흙의 성분, 번조용 나무의 종류, 번조 방법과 기간(나의 경우 약 90에서 100시간), 그리고 가마의 특성 등의 기술적인 요소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작품의 성패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작품에 대한 미학적인 관점 안에서 고려되고 발전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이러한 상호보완 관계 안에서 수정되고 또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 왔다. 지난 수년간 통 가마 번조 작가로 작업하며 우선적인 나의 관심은 번조 후 흙(그릇) 표면 효과의 다양성, 그리고 그에 따른 그릇 형태와의 조화 즉, 시각적 공간적 효과에 집중되어 왔다. 자연 유약에 의한 그릇 표면의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변화는 내게 있어 제한되지 않고 창조적인 언어사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때론 심해의 난파선에서 건져 올린 골동품의 표면을 보는 듯 자연적이고 친숙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이는 느낌, 또 어떤 경우에는 특별히 형상화 할 수는 없으나 보는 이를 깊은 감정의 심연으로 이끄는 그런 느낌의 세계…. 이런 다양한 표면색과 질감의 변화는 그릇 형태의 수용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복잡한 형태보다는 단순한 형태의 그릇이 변화가 많고 강렬한 표면색과 질감에 민감하지 않게 잘 조화된다. 또한 내 경험으로 볼 때 매끈하고 반듯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릇 형태 보다는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선을 가진 형태가 그런 강한 표면 효과와 더 잘 조화를 이루는듯 보인다. 이러한 관찰은 내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와 대화를 통해서도 공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내 작업은 전통과 현대라는 구분이나 특정한 방향성에 의한 구분보다는 사용된 흙의 특성이나 번조 효과 등에 따른 각 작품들의 개성 그리고 그로 인한 발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나의 경우 자연스러운 선과 동(動)적인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거칠고 모래가 많이 섞인 흙을 아주 부드러운 상태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흙은 성형 시 점성이 없고 쉽게 주저앉기 때문에 최소한의 손질과 마무리를 요구하며, 자연스러운 흙의 물성을 표현하기에 알맞다. 한 작품의 완성 또는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 요소의 적절한 조화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특히 서로 상반되는 요소간의 조화 즉, 직선과 곡선, 어두움과 밝음, 부드러운 느낌과 견고한 느낌, 절제와 강조 그리고 형태와 공간 등의 주제들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실험은 내 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내겐 그릇이 갖는 기능성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의 폭을 넓히는 작업도 중요하다. 음식이나 물건을 담는 역할의 한계를 넘어 그 자체의 미적 가지만으로도 그릇의 실용성(혹은 기능성)은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오랜 기간 자문을 거듭해온 ‘흙 작업의 목적과 방향 그리고 그것의 의미’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게 있어 아직 요원한 일이다. 일본 현대도예를 이끈 가쯔오 야기(Kazuo Yagi)의 “예술의 방향은 널리 인정되고 분명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반대 즉, 반미학적 또는 평범함의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 내 작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야기(Yagi)의 ‘방향’이 명시하듯 편협 되고 단정적이지 않은, 창조적이며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수용하고 또한 초월할 수 있는 열린 작업의식을 가져 볼 수는 있으리라. 작가약력 National Art School (BFA) Monash University -Gippsland Centre For Arts (Master of Arts by Research) Sturt CRAFT Centre (Resident Artist : 1998-1999) 개인전 2회 현재 호주에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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