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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도예공방
  • 편집부
  • 등록 2004-04-22 23:11:14
  • 수정 2016-04-08 18: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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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도예공방 전남 담양 송일근씨 운영 농부 도예가가 만든 토우들 세상도 허허 나도 허허 보아라 없음을 보아라 아무것도 없음을 들어라 들리지 않는 소리에 마음을 맡기고 느낌의 명상과 하나 되라 그리고 태어남을 위해 아주 조금의 손을 쓰라 그릇은 손으로 만들지 말라 無 撫 月 세상도 허허 나도 허허 송 일 근 1996.1 뒤틀린 소나무 기둥으로 삼은 황토집 전남 담양의 무월리의 허허도예공방을 찾았다. 광주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인데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듯 재위에서 바라본 마을은 야트막한 능선으로 둘러싸여 평화롭기만 하다. 대나무 숲이 객을 맞는 마을 입구를 지나 오르막을 조금 오르니 입을 헤벌쭉 벌리고 있는 토우들이 반긴다. 토우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가 둘러보니 토우 뒤로 뒤틀린 소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아 초가지붕을 받치고 있다. 주변에 황토를 개어 바른 집과 나무판자를 켜켜이 붙인 집들이 여러 채다. 친환경이니 친자연적이니 하는 말을 좋아하는 도시 사람에게는 이집이 꾀나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이미 자연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하려는 듯 허허도예공방은 그 집도 그곳에서 작업하는 도예가도 그가 빚는 토우와 그릇도 모두 자연 그대로다. 염치없이 점심밥때가 되어 도착한 객에게 모양내지 않은 안주인은 들에서 뜯어온 봄동, 냉이, 달래, 취나물, 열무이파리, 갓 등의 쌈거리를 널찍한 사각접시 가득 담아낸다. 허허도예공방은 여러 채의 농가를 수리해 사용하고 있다. 모두 공방주인 송일근씨가 목공일과 흙손질을 해 가꿔와 지금의 모습으로 다듬었다. 다듬었다고는 하지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계량한 재미없는 초가나 쓰러져가는 한옥을 흙과 나무, 짚과 한지로 더 자연에 가깝게 돌려놓은 격이다. 게다가 송일근씨의 토우들이 흙벽 중간 중간을 장식하고 있어 집자체가 그의 작품이다. 두아이와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과 작업공간, 전시공간, 장작가마, 창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카페 등 집도 참 많다.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버리고(주고) 간 집들을 수리하고 가꿔서 지금은 모두 허허도예공방이 됐다. 아직 완성되지 않을 찻집은 초가지붕의 짚이 이미 회갈색으로 바래졌다. 언제 완성되느냐고 묻자 “7년간 지었으니 10년이면 완성되겠죠.”한다. 정겨운 토우들이 반기는 허허도예공방 몇 개월전에 완성한 전시장의 다른 집들에 비해 산뜻하고 입구위에 나란히 앉아 들어오는 사람을 반겨주는 토우들도 정겹다. 전시장 안에는 투박한 화기며 접시, 컵 등의 그릇과 토우들이 가득하다. 식탁에서 사용할 만한 크기의 그릇들은 5천~3만원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화병이나 사발들도 15만원선에 데려올 수 있다. 연탄화로 가마에서 비료유약까지 송일근씨는 20여년전 우연히 한 옹기공장을 알게 돼 도예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사업을 하다 몸이 아파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기를 소원하게 됐다. 그때에 도예를 알게 돼 곧바로 자신의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장이 변변치 않았던 작업초기 만든 것을 구워보고 싶어 노천소성도 해보고 연탄화덕을 둔덕 아래 묻고 굴을 파 기물을 넣고 굴뚝을 만드는 가마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지금은 직접 벽돌로 쌓아 만든 번듯한 장작 가마를 묻어 언제든 소성할 수 있다. 송일근 씨는 호흡하듯이 농사를 짓고 흙을 주물러 토우를 빚고 그릇을 빚는다. 물레위에서도 흙을 작가의 마음에 맞도록 성형하려 애쓰기보다 흙이 원하는 그릇을 빚는다. 그가 써 붙여 놓은 글에서 알 수 있듯 ‘태어남을 위해 아주 조금의 손을 쓰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권고하고 있다. 흙속의 작은 돌들이 그릇의 표면을 거칠게 하는 대로 맛이 있고, 주저앉거나 기운 것들은 그 나름대로 쓰임을 찾고 자리를 찾아준다. “제가 다른 지역에서 작업하는 분들하고 구분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흙을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근 논 밭의 흙 중 사용해보지 않은 흙이 없다. 1차 퇴적점토가 아닌 이상 잘 반죽해서 숙성(길게는 5년 이상)시키면 물레 성형이 가능해진다. 개인전 도록에 ‘현, 허허공방 자영 및 벼농사’라고 쓸 만큼 그의 삶에서 도예가와 농부로서의 역살은 구별되지 않는다. 농사가 곧 작업이고 작업이 곧 농사이다. 유약에도 석회질비료와 규소비료를 되바가지로 퍼 넣어가며 조합한다니 농사와 작업의 경계를 지을 필요가 있을까? 허허도예공방의 토우들은 고된 농사일에 허리라도 한번 일으키며 하늘을 향해 헤벌쭉 입을 벌리고 웃어보는 농부의 모습, 새참으로 딸려온 막걸리 한잔에 흥이 올라 팔베개 삼아 들어누워버린 농부의 모습, 우마차를 몰고 가는 농부의 모습 등 대부분이 송일근씨의 모습이자 이웃의 모습이다. 달을 안은 마을이라는 이름의 무월리(憮月里), 그곳에 허허도예공방이 있고 송일근씨와 그의 토우들이 달을 안은 무월리의 밤을 지새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주소 전남 담양군 대덕면 무월리 전화 061-382-1622·061-383-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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