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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필호 도예전 2004.3.31 - 2004.4.6 하나로갤러리
  • 편집부
  • 등록 2004-05-16 23: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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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담긴 기복 글 김수현 _ 경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석천(石泉) 허필호의 도예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전통 도자의 기형에 충실하다. 일부 고려청자의 기형도 있으나 매병 대호 접시 달항아리 등의 형태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의 백자에서 흔히 보는 기형들이다 그리고 그는 경남도가 지정한 전통공예 작가로서 도자 기법은 이미 완숙의 경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무기교의 기교’니 ‘구수한 큰 맛’ 이라하는 한국적 미감에 대한 표현들은 바로 조선시대 백자의 자연스런 기형과 순백의 바탕색이 연출하는 미감을 일컫는 말이다 그의 백자에는 고온 번조과정에서 생기는 도자표면의 자연스런 균열을 살린 순백의 달항아리로부터 촉석루의 풍경을 동양화기법으로 담아낸 청화백자까지 다양한 편차로 나타난다. 그는 회화를 전공하다가 도예의 길로 들어섰고 별도의 서예 수업을 쌓기도 했다. 이처럼 도예가로서는 보기 드문 경력은 흙과 유약과 불로써 이루어지는 도예의 문제와 함께 늘 도예의 회화성 문제를 숙제로 갖게 했다. 특히 그는 10년째 도자기에 부적을 담아내는 작업에 전념 하고 있다. 그 과정은 부적의 원형을 백자의 표면에 시문했던 단계에서 이를 분해하고 조합하여 재조형한 문자추상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요즘의 작업에는 회화성을 특히 중시하는 작업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리의 근현대 회화사를 보면 동양화가 고암과 서양화가 남관의 작업을 통해 부적의 회화성을 주목한 문자추상 회화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작업이 추상적인 화면구성을 위해 부적의 형태에 착안한 작업이라면 석천의 도부작 작업에는 도예만이 발휘할 수 있는 어떤 가치가 요점으로 부각되었다. 미술사를 통해 우리는 옛날의 제기들이 보배로 여겨졌음을 알고 있다 이를테면 주대(周代)의 청동기들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의 영험한 효력을 가진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러한 기물들은 용기로서의 실용성 이상의 효력을 가진 것이었다. 그런한 기복의 효력은 청동기에 새겨진 명문에서도 기대되었던 것이다. 태고적부터 우리가 신성문자로 써왔던 부적의 효력도 그런 것이었다 따라서 도자기에 부적을 끌어들인 그의 도부작(陶符作) 작업은 기물이 사악한 힘을 물리칠 수 있는 기복적 효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점에서 일종의 연금술의 의도와도 연관되어 있다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그릇에다 양의 기를 담아내려 할 때 필경 봉착하게 되는 기법적 문제들에 온통 마음을 쏟아왔던 듯이 보인다. 특히 대체로 주사(朱砂)로 그려내는 부적의 글씨가 도자기의 번조과정에서 변색되어 버리거나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특수안료를 사용하거나 철사의 발색을 활용하고 코발트를 써서 청색으로 대체시킨 방법 등은 그가 고심해왔던 모색의 일단을 엿보게 한다. 한편 1280도의 고온으로 재벌구이 하는 번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료를 엉기고 터지도록 하고 녹아서 흘러내리게 한 것은 추상적 형태들이 거칠게 꿈틀대는 기세와 함께 독특한 형태 그 순백의 바탕에 적·녹·청색의 색감이 어울려있는 모습은 마치 근현대 한국 추상회화가 추구해 왔던 한국성의 경지를 보는 듯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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