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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태호
  • 편집부
  • 등록 2004-08-21 1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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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시간의 장작가마 번조로 자연유를 입는 무유도기 예술과 일상의 경계에서 자연과 인위의 융화 장맛비에 불어난 강물은 황토빛으로 흐려있다. 남한강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태호(36) 도예가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무유도기(無釉陶器) 작가이다. 무유도기는 사람이 손으로 만드는 도자기 중 자연과 가장 가깝다. 유약을 바르지 않았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작업자가 의도할 수 없는 요변은 자연스럽기 마련이다. 이태호 도예가의 그릇들은 두툼한 형태나 불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색감으로 보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황토로 탁해진 강물을 닮아있기도 하고, 붉고 푸른색을 반복하는 장작불빛 같기도 하다. 자연에 가까운 무유도기 인간본연으로 돌아간 무의식의 작업지향 도침으로 놓았던 조개껍데기 자국이 남아 있는 발 달린 접시들, 동으로 만든 손잡이를 달고 있는 찻주전자, 긴 원통형의 화병, 갖가지 항아리들, 벅수나 민불처럼 친근한 표정의 인물군상 등 다양한 작품들이 그의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다. 가마안에서 제일 아래에 깔리기 마련인 접시는 유난히 두툼하고 투박하다. 동그란 다기 주전자는 사질이 표면으로 돌출되고 그 위로 재가 날아와 녹아내려 광택이 나기도 하고 그 위에 또 녹지 않은 재가 날라 붙어 탁하기도 하다. 그의 최근 작업들은 몇 해 전 그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만난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그때처럼 자신의 작업에 대해 여러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당분간은 지금하고 있는 작업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섬세하게 빚어진 인물 군상들은 그의 관찰력과 표현력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뜨거울 때 숯에 묻어 부분적으로 환원이 일어난 긴 화병의 독특한 색감도 볼 수록 오묘하다. 유약없이도 태토와 불, 약간의 소금만으로도 붉은색 회색 검은색 갈색 검푸른색 등의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장작가마는 직접 작업해보지 않은 이에게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인위적일 수밖에 없는 창작물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또 다른 인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무의식의 상태는 인간이 자연으로서 가장 충실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태호 도예가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인공물을 만들기 위해 무의식적 유희로서 작업한다. 이런 작업에 작가자신의 미감과 물레기량은 필수적이다. 가야도기에서 발전한 일본 무유도기에 영향 이태호 도예가가 그다지 길지 않는 작업경력에도 남들보다 빠르게 자기작업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전업작가로 뛰어든 덕이다. 누군가를 사사한 경험이 없는 직접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실험하고 탐구한다. 책을 통해 얻게 되는 많은 정보를 그저 스쳐갈 짧은 문장이나 간단한 그림까지도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유용한 것들이다. 또한 그에게 있어 우연한 기회에 TV를 통해 접하게 된 일본의 도예가 후루타니 미티오(古谷道生)의 작업은 지금 그의 작업의 전초가 됐다. “무유소성을 하는데 영향을 준 사람은 후루타니 미티오(古谷道生)입니다. 그의 작업과정서 원시적인 불의 힘과 그 불이 남긴 흔적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고 내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의 스에키(須惠器)는 가야도기의 영향을 받았고, 그 스에키가 시가라키(信樂), 이가(伊賀), 비젠(備前)의 형태로 변 해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무유소성을 일본작가로 인해 시작하게 됐음은 아이러니입니다.”라고 덧붙인다. 통가마와 등요를 혼합한 형태의 작은 가마 자신과 싸움 불과의 다툼을 이겨야 하는 무유 장작번조 이태호 도예가의 장작가마는 통가마와 등요한칸의 혼합형이다. 불을 넣는 봉통과 재임 칸이 구분되지 않는 통가마에 등요한칸을 덧붙인 모양이다. 1~2루베 가량 되는 크기로 혼자서 작업하기에 적당한 크기다. 아담한 작업실 한구석에는 목물레가 한대 놓여있고 작업하는 그에게 재즈를 들려줄 작은 카셋트가 한대 있다. 이태호 도예가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털털한 그의 웃는 얼굴에서 사소함을 초월한 본질을 바라보는 고집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작업과정이 누군가의 호기심거리나 이벤트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오직 작품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그에게 36시간의 번조시간은 마라톤과도 같은 고독한 난투의 시간이다. 지루한 기다림, 쏟아지는 잠, 체력의 안배 등 자신을 이겨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불의 온도, 자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온도를 유지시켜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적인 다툼이기도 하다. 대부분 기물들은 초벌구이 없이 한번에 번조된다. 때문에 불은 아주 천천히 올린다. 목표온도는 대략 1300도인데 장작가마의 연료의 특성상 장작을 투입하는 시기에 따라 산화 환원염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재료가 기물에 앉아 녹는 시점부터 일정 온도를 끌어주는 것이 어떤 옷을 입게 되는가의 관권이다. 36시간을 불속에서 견딘 기물들로 오랜 시간동안 나무재에 노출되어 자연유를 입게 된다. 번조과정에서 불기가 남아있는 숯에 기물을 묻어 변화를 주기도 하고, 사발이나 찻잔 다관 등의 다기에는 종종 유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공예가로서 ‘예술과 일상’, ‘자연과 인위’의 경계에 놓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만든 기물들은 일상적인 도구인 동시에 예술이라는 옷을 입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인공이 가해져 인위적입니다.” 작가는 ‘예술과 일상’, ‘자연과 인위’라는 경계-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신이 놓여있는 공간-가 양쪽을 융합할 수 있는 제3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라고 말한다. 서희영기자 rikki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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