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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양상근
  • 편집부
  • 등록 2004-11-20 22:21:38
  • 수정 2015-08-28 18: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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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강물보다 끊임없이 솟는 샘물이고 싶은 작가 자연 담은 검은색 조형물은 자아 존재인식의 표현 회색의 농담으로 부각되는 검은 조형물은 고독한 내 자신 도예가 양상근(40)은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날아온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해 오랜 시간 후에 다시 씨앗을 품듯이 어떤 동기나 목적 없이 자신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삶이라고 한다. 어떤 동기나 목적 없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것이란 의미다. 처음 흙을 접했을 때와 현재의 마음에 다른 것이 없다. 늘 긴장하고 기대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쳐 잡는 반복이다. 양상근은 작업실에서 아무 목적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며 작업에 심취하고 자족한다. 그의 작품은 회색의 농담으로 부각되는 검은조형물 일색이다. 그 검은 조형물은 ‘어두움’ ‘묵默’ ‘고독’ ‘존재인식’을 표방한 자연을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검은 조형물과 닮았다. 작업실 속 비밀의 방은 나만의 도피처 기자가 찾은 작가의 경기도 안성 작업실은 누구의 방해도 원치 않는 듯 유난히 깨끗했다. 8년 전 서울서 내려와 농가 주택을 수리하고 나름대로 꾸며 놓은 그만의 공간이다.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화난소’ ‘뿔소’ ‘뿔안난소’ 등 예전에 축사였음을 증명하듯 분필로 적어놓은 낙서가 그대로 새겨져있는 것이 재밌다. 작업장 안에는 철문으로 굳게 닫힌 비밀의 방(?)도 있다. 이 방은 스스로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 타인에겐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다. 몰래 들여다본 그곳엔 낡은 책상과 걸상 그리고 도자조각으로 꾸민 풍경화 같은 소박한 창문만이 있을 뿐이다. 내심 허무해하는 기자에게 작품 구상 뿐 아니라 매일 같이 찾아오는 지인들의 방문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귀띔한다. 1, 2회 개인전 <정지된 공간-존재의 인식> 자아와 실존적 근원을 추적하는 설치미술 시도 양상근은 28세의 조금 늦은 나이에 대학(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에 입학했다. 고교졸업후 당구장 술집 나이트클럽 다방 등을 전전하며 보낸 후의 대학생활이어서인지 흙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면서 보낸 쉴 틈 없는 치열한 시간 속에서 이유모를 책임감마저 느꼈었다고 기억해 낸다. 서울산업대 대학원 재학시절에는 기존 설치미술의 양상이었던 큐비즘Cubism과 다다DaDa, 슈르레알리스트Surrealist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믹스미디어Mixed-Media 설치작품을 연구했다. 재학 중이었던 1997년 서울 인사동 갤러리 사각에서 가진 첫 개인전과 1998년 서울산업대 불암갤러리에서 가진 청구전의 주제는 <정지된 공간-존재의 인식>이었다. 이 전시는 관객을 위한 것도, 재미를 부여한 것도, 혹은 다른 이유를 만족하기 위한 것도 아닌 작가 스스로가 요구하는 욕구를 풀기위한 장소였다. 꺼먹이 번조된 점토와 철판 황토가루 네온 투명호스 천 아크릴 등을 이용한 이 설치작품은 죽음과 삶을 영위해가는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기 정화과정을 거쳐 본질적 자아와 실존적 근원을 추적, 해결해낸다는 스토리 구조를 지닌 실험적인 작품이었다. 3회 <복제소牛>, 유전자 복제 이슈 사회고발 4회 5회 개인전, 자연과 인공물의 결합으로 존재인식 표현 2000년에 경북 포항의 대백갤러리와 서울 신사동의 핸드&마인드갤러리에서 연이어 가진 세 번째 개인전의 주제는 <복제소牛>였다.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당시 사회 이슈 중 하나였던 유전자 복제소로 치환해 흙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산청백토로 만든 작품 「몽우夢牛-00Ⅳ」를 비롯해 옹기토를 꺼먹이 번조해 장식용 소품과 작은 액자로 제작한 「쎄쎄쎄」 「동정심」 「백일기도」 「소가 쥐를 만났을 때」 등의 작품은 사회고발과 함께 해학적인 의미를 담아내 이전 작업과는 달리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 전시로 관심을 모았다. 네 번째 개인전은 2003년 6월 일본 동경의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가졌다. 당시 국제미술협회 회장의 추천으로 초청된 이 전시에는 발물레를 이용, 트임기법으로 성형된 기器의 물성과 흙으로 표현된 기이한 형태의 고목古木의 시간성을 결합한 작품 10여점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일본 현지에서 “스스로를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고 존재하는 자연을 인공물과 결합시켜낸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다섯 번째 개인전은 같은해 11월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PICI에서 가졌다. 6월 일본전시의 연작이었지만 흙의 물성을 기器가 아닌 돌덩어리 삽 군화 손가락 전구 등의 형상으로 교체하고 나무의 뿌리 혹은 줄기 형상과 접목시켜 새로운 생성을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무채색의 기물은 새 옷 기피증과 꼭 닮아 태토는 옹기토와 산청토를 섞어 사용한다. 번조는 꺼먹이 번조와 라쿠가마를 즐긴다. 급냉과 급열에서 잘 견뎌내는 기물의 성질이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 연기번조를 통해 얻게 되는 어둡고 오래된 듯한 짙은 무채색은 새 옷을 구입해 수차례 세탁해낸 후의 물 빠진 옷색과 같다. 실제 작가는 새 옷이 주는 느낌이 싫어 구입 후 수차례 빨래를 한 후에만 입는 남다른 아집을 갖고 있다. 그 강한 아집은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업초기인 2000년 이전까지는 중화도 유약을 사용했고 얼마 전까지는 흙이 지닌 자연스런 색이 좋아 연기를 먹여 표현되는 색감을 적절히 조절하는 작업에 심취해 왔다. 최근에는 염화물을 이용해 색 변화를 얻어내고 있다. 주로 사용되는 것은 염화철이다. 화상위험이 있지만 화려한 색의 유혹 때문에 욕심이 더 생긴다고 한다. 늦가을 찬바람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시작 양상근은 자신이 가진 작가로서의 철학에 대해 “주어진 시간을 채우기 위해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채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진정한 도예가의 길을 선택하는 후배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시골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옹달샘의 물은 썩지 않는다. 왜냐하면 옹달샘 바닥에서는 새로운 물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자 함은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보다는 작고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근간으로 자기의 세계를 이루어 가는 길일 것”이라고 전한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도예가의 길을 되돌아보며 “이 길을 선택해 걸어오면서 어렵고 힘들었을 때 다른 여지가 생기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한곳에 집중할 수 있는 겨울시즌에만 작업에 열중하는 버릇이 있다. 어느새 쌀쌀한 바람이 찾아든 그의 작업장은 곧 겨울 채비에 들어서 내년 서울 인사동서 가질 여섯 번째 개인전을 준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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