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2004년 한국 도예전시의 흔적들
  • 편집부
  • 등록 2004-12-27 01:59:00
기사수정
글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들어가는 말 국가의 경제가 여전히 총체적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급격히 확산된 ‘웰빙Well-Being’ 문화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각 분야의 노력을 이끌어 내었다. 물론 웰빙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주로 음식, 의류, 여행 등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웰빙을 ‘문화’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건강이라는 단편적 분야를 넘어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예계에서도 역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침체되어 있는 도예시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었다. 본고에서는 건강한 식食생활을 위한 식기食器에서부터 아름다운 주住생활을 위한 인테리어제품, 풍부한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예술작품과 각종 도예관련 행사와 축제 등 2004년 한 해 동안 도예계가 걸어온 행적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식기와 테이블 세팅Table Setting 2004년은 유난히 식기관련 전시가 많았던 한 해였다. 웰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음식을 담는 것이 바로 그릇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보는 맛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음식에 어울리면서도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색과 질감, 형태의 그릇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실제로 올 한해 열린 개인전들을 살펴보면 기물器物을 주제로 하는 전시가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개최되었다.1) 최근 공예시장의 불황을 반영하듯 예술성만을 강조한 비싼 그릇들을 보여주는 과거의 전시들과는 달리 실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그릇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 2004년 그릇을 주제로 하는 전시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이러한 전시들은 사용사례를 테이블 세팅을 통해 직접 보여줌으로써 도자식기 문화의 저변확대를 꾀하고자 한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9월에 열린 김윤영의 <붉은 접시의 제안전>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형태의 접시에 직접 음식을 담아 전시함으로써 도예가들의 그릇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주었다. 11월에 열린 <박필임 도예전>에서는 상회기법을 이용한 반상기와 접시, Tea Set 등을 관객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선보였다. 기물에 대한 관심은 개인전뿐만 아니라 기획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6월에는 광주요에서 기획한 <아름다운 우리식탁전>이 열렸다. 물론 광주요라는 기업의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였지만 조선사발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한 그릇들을 이용한 테이블 세팅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재)세계도자기엑스포가 주최한 <제1회 토야테이블웨어페스티벌> 역시 ‘웰빙’을 주제로 공모전과 기획전, 특별전, 이벤트 등을 개최하였다.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는 한국적인 정서와 미감을 보여주는 분청, 청자, 백자 등을 비롯하여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위기의 테이블 세팅이 연출되었다. 이처럼 웰빙의 바람을 타고 제법 다양해지고 저렴해진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새로운 식탁문화를 유도하여 도예계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면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식기류의 생산과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는 도예가들의 대두가 새로운 현상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인테리어Interior와 도자예술 도예가들의 식기제작이 적잖은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기물보다는 오히려 인테리어를 염두에 둔 예술작품과 도자제품을 발표하는 몇몇 작가들의 전시도 눈에 띄었다. 늘어난 직장인들의 여가시간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최근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은 단순한 주거공간의 의미를 벗어나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건물의 내·외부도 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으로 디자인되면서 그에 걸 맞는 인테리어제품들과 예술작품들이 요구되고 있다. 그 예로 벽에 거는 회화작품이나 조각작품들을 대신할 도벽들과 조형작품들이 이미 상당수 제작되고 있으며, 단순한 장식 기능을 넘어 실용성을 강조한 작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4월 웅갤러리에서 열린 <이가영 도예전>에서는 동·서양의 꽃과 식물을 소재로 핸드페인팅을 한 식기류와 함께 도벽이 전시되었다. ‘Dream of Africa’라는 제목으로 열린 <신상호 도예전>에서는 동물을 소재로 한 조형작품과 함께 회화성과 조형성을 모두 갖춘 도벽을 선보였다. 이러한 도벽들은 회화를 대신하여 벽에 걸 수 있음은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디스플레이 방법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봉준 도예전>, <정정옥 도예전> 등은 모두 조명을 소재로 한 전시였다. 특히 정봉준의 「bit union」 시리즈는 건물의 공간 구획을 위한 칸막이 또는 아예 건물의 일부가 되는 기둥 등 다양한 기능적 실용성과 빛을 반영한 기하학적 미의식이 잘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처럼 어느 정도 실용성이 강조된 작품들이 주목을 받는 동안 아쉽게도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작품들은 작년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페이퍼 클레이Paper clay를 이용한 <조미라 도예전>, <김화영 도예전>,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응용하여 예술작품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 <최병건 디지털세라믹전>, 전사기술의 새로운 하이테크를 보여준 <조성자 도예전> 등 몇몇 전시를 제외하면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예술작품들을 전시장에서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배를 곯아가며 순수창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작가의 조형작업이 공예품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 작가가 제작하는 공예품의 근간이 그의 예술작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조형활동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예계를 둘러싼 니즈Needs - 대중화 직장인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예계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가 일고 있다.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직접 만져보기를 바라고, 고가의 난해한 예술작품보다 쉽게 가까이 둘 수 있는 도자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전부터 대중화의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문화의 흐름을 타고 그 요구가 더욱 커져온 것은 사실이다. 도자기의 대중화에 가장 큰 일조를 한 것은 역시 지역 도자축제이다. 올해도 <제16회 여주도자기박람회>를 비롯하여 <문경전통찻사발축제>, <계룡산 봄꽃·분청사기축제> 등 전국적으로 약 20여 개에 이르는 문화관광축제가 개최되었다. 늘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축제에 다완, 분청사기 등 특화된 도자기를 등장시키고 다양한 도예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알찬 문화축제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중화의 노력은 각 지역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도자축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작가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축제에 버금가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올해도 흙의 시나위의 창립 15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여자>, 한·일의 청년작가들이 모인 등 나름대로 규모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기획전들이 열렸으나 정작 별 호응 없이 전시를 마쳤다. 이후 두 전시에 대한 평가의 자리에서 내려진 공통된 결론은 기획력의 부재였다. 오히려 지난 2월 성보갤러리에서 열린 <손창귀 도예전>에서는 큰 조형작품의 모델링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관객들이 조형작품을 쉽게 구입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작가의 일관된 작품기획이 판매로까지 연결되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기획이 대중화의 척도로 이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획력을 갖춘 전문인력의 확보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도예계의 과제인 것이다. 맺는 말 2004년 공예문화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인사동거리는 여전히 많은 인파로 넘쳐났지만 꾹 닫혀버린 주머니 덕에 마음의 여유조차 사라져 가는 관객들과 그들의 발길을 단 10분도 잡지 못하는 전시장의 작품들을 보면서 정말 무언가 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못지않은 수의 전시와 행사가 개최되었고, 사회의 변화에 발 맞춰 도예계의 활로를 찾는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며,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관객과 작가, 대중과 도예계가 서로 원하는 것을 알기에 이제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여야 할 때인 것이다. 1)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에 집계된 자료에서 인용 필자약력 1978 제주 生 2001 홍익대학교 도예과 졸업 2003 <利器·異器>, <好·昊·壺>전 기획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졸업 현재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02이삭이앤씨 large
03미코하이테크 large
대호CC_240905
EMK 배너
01지난호보기
09대호알프스톤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