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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정범
  • 편집부
  • 등록 2005-02-13 01: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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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도조형식의 탈피를 추구하는 작가 흙의 마띠에르와 색채는 감동을 주는 대상 기자는 지난 가을, 오랜만의 공백을 깨고 열린 작가 김정범(43세)의 개인전을 반가움과 기대감을 갖고 찾았다. 그곳에는 지구상에서 상생하는 생명들이 작가의 조형의지에 대한 고민 속으로부터 뛰쳐나와 전시장 곳곳을 연출하고 있었다. 또한 ‘평면에서 입체로’라는 일반적인 도조작업과정을 거스르는 새로운 시도의 평면작업도 눈에 띄었다. <일상으로의 회기>를 떠오르게 하는 이 전시는 정통적 도조형식의 프로세스에 대한 지속과 탈피를 끊임없이 추구해온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알게하는 전시였다. 내 작가로의 길은 두 분의 은사 덕 87년 첫 개인전, 도조를 유니트로 새롭게 해석 작가는 학창시절, 고교때 미술부로 활동하며 미술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81년도에 홍익대 공예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에는 학과 선배의 작업실에서 일을 도우며 도조작업의 기술적인 부분을 빠르게 습득했고 인체작업 모델 일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학부졸업후 스승인 신상호 교수의 작업실 ‘부곡도방’에서 4년간 수학하며 동시에 대학원을 마쳤다. 그는 자신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스승이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고교시절 은사인 김수익 선생님과 신상호 교수님은 제 미래에 대한 선택의 시점에서 고민을 해결해준 길잡이었다”라고 전한다. 87년 ‘부곡도방’을 나와 자신의 작업공간을 마련한 후 우선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무엇을 만들어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간 보고 배운 것만을 답습하고 있는 상황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였기 때문이다. 같은 해, 서울 후화랑에서 가진 첫 개인전의 주제는 <신발>이었다. 흙의 물성과 성형, 유약의 색 자체에 매료된 그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신발형태의 유니트를 만들어 냈다. 그 신발들을 모으고, 쌓고, 흐트러트려 설치, 도조를 유니트적 표현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사진1) 열정만으로 새로운 도전위해 프랑스 유학 동서양을 접목한 작품으로 대화하는 예술행위 펼쳐 이후 작업에 있어 항상 새로운 시도를 추구해야한다는 의지를 키워오던 그는 유학을 선택했다. 90년 2월, 대학 후배였던 성미경씨와 결혼한 직후 함께 유학길을 떠났다. 그가 선택한 곳은 프랑스 파리였다. 작가 스스로 주변의 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움을 경험하길 갈망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학파들이 선호했던 미국을 선택하지 않았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미술학교Ecole National Beauxarts De Paris의 조지장끌로 교수로부터 수학하게 되는 과정에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파리에 도착한 직후 그는 무작정 학교를 찾아가 교수를 만나 “당신의 작업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고, 한 동양학생의 무모한 자신감과 포트폴리오 속의 실험적인 작품 자료를 높이 산 교수는 “내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교수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그는 “내일 다시 오라”는 뜻으로 잘못 알고 그 다음날 다시 찾아갔다. 이에 교수는 “자네 정말 독특한 성격을 가졌구만. 이왕 왔으니 오늘부터 여기서 작업하게”라고 해 억지스럽게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새 열정으로 학교에 입학한 그는 총 6년의 교육과정을 2년 반 만에 수료했다. 유학시절의 교육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6세기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데생하고 그것을 입체로 끄집어내는 과정이었다. 수료 후 정부에서 제공하는 건물에 작업공간을 마련, 2년 반 동안 작업 활동을 펼쳤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나 스스로의 존재를 찾는 것”이었다고 한다. 예술적 풍토가 넘치는 파리에서 한 이방인이 펼치는 예술로도 대화가 가능함을 절감하며 자유로운 예술의 행위를 통해 그가 그리던 새로운 인간의 표상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작업의 주제는 ‘토템Totem’이었다. 그는 동양적인 전통신화와 서양적 그로테스크Grotesque함이 병합된 작품을 만들어냈다. 산화물이 많이 첨가된 점토로 성형, 유약을 바르지 않은 체 1000℃로 구워 모노톤의 점토색이 그대로 드러난 연작들은 94년 이태리 피렌체 가다르테화랑과 95년 프랑스 파리의 쿠키화랑에서 가진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다. 작품은 “풍부한 데생력으로부터 나온 풍부한 마티에르와 조형성이 뛰어난 강렬한 인상을 담은 독특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프랑스에서의 개인전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서울 신사동의 토아트스페이스에서 유학시절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여 다시 한번 관심을 모았다.(사진2, 3) 「순수함Innocent」은 인간적진리 생명 사랑 자애를 담은 작품 흙 재료로부터의 탈피와 확장 그리고 환원 추구 김정범은 1996년, 국내에서 개최된 진로도예워크숍에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이곳에서 미국 도예가 리처드 노킨을 만나, 그의 추천으로 그 다음해인 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아취브레이 레지던스프로그램에 참가, 5개월간 현지에서 작업하게 됐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작품의 소재는 <아기>였다. 부인 성미경씨와의 사이에서 얻게 된 자신의 2세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인간의 <순수함Innocent>에 대한 접근이었다. 첫 번째 재료는 포셀린이었다. 아기와 순수함이란 이미지와 어울리는 재료였다. 아기가 아기를 안고 있거나 누운 아기 위에 애정을 나누는 동물형상이 올라선 작품은 인간의 원초적인 진리 생명 사랑 자애 등의 신비함을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98년 4월 서울 한전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 다섯 번째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다.(사진4) 전시 이후 그는 외도를 시도했다. 작품제작에 있어 또다른 재료에 대한 외도였다. 흙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한 것이다. 이 때는 작가로서 겪는 생활 중 짧지만 의미 있었던 ‘탈피와 확장 그리고 환원’의 시기였다. 흙과 함께 타 재료를 마음껏 차용해 보고 싶었다. 작품에는 흙과 FRP, 시멘트 등의 혼합재료가 사용됐다. 작가는 당시의 경험에 대해 “타재료를 사용하면서 내가 조각가인가? 도예가인가? 라는 정체성을 따지진 않았다. 단지 난 작가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새로운 시도를 최대한 즐겼다. 결국 그 경험은 나에게 흙작업이라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더욱 확실히 각인해 준 계기였다”고 한다.(사진5)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일상으로의 회기> 평면에서 입체가 아닌 입체에서 평면으로 방식제안 지난해 가을 서울 인사동 TOPO HAUS에서 가진 개인전의 주제는 <지구안의 지구Earth in Earth>였다. 일상의 생활세계 속의 소소한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전시였다. 작품에는 흙과 함께 혼합재료를 사용했지만 흙만이 가진 마띠에르와 황토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설치 작품이었다. 작품은 단일 프로세스로 완성되는 축조築造 방식이 아닌 분해된 형태를 모아 완성하는 집적集積 방식이었다. 또한 번조 완성된 도자기를 원하는 색채별로 구분, 분말로 만들어 대형 캔버스에 붙여 완성해 작업 단계를 거꾸로 해석, 표현한 작품도 선보였다. 혹자는 이러한 방식에 대해 쉽게 생각해 ‘회화나 조각을 향한 맹목적인 동경 때문이 아닐까?’라고 의심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욱 도예작품처럼 느껴지는 마띠에르와 색채가 도드라진 타블로tableau였기 때문이다.(사진6) 이밖에 지난해 흙의 시나위 전에 초대 작가로 참여해 선보인 스페인작가 고야의 그림을 도벽스크린에 비춰낸 독특한 형식의 작품 「Femme Debout」은 다시 한번 시도한 또다른 실험작이었다.(사진7) 일산 외곽에 자리한 작가의 천정 높은 작업실 곳곳에는 황토색 타블로들이 세워져 있다. 그것은 작가가 최근 흙이라는 마띠에르로부터 경탄할 만큼의 긴장과 감동을 얻은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 작가는 “숱한 주변의 자극이 있지만 나는 앞을 보며 사는 삶이 싫다. 단지 항상 새로움을 경험하는 현재 진행형을 즐기고 싶다. 요즘의 나는 새롭게 발견한 작업의 과정과 그 순간적인 영감에 답하는 리듬을 느끼는 것에 충실해 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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