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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용 도예전 2005.4.5 - 2005.4.19 대안공간 틈
  • 편집부
  • 등록 2005-05-31 04: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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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침잠沈潛 글 한미애 _ 한국큐레이터연구소 소장 과거 서양의 미가 ‘형상’을 중심개념으로 하는, 즉 물질을 보고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한 점이었다고 한다면, 동양은 그와 반대로 ‘숨기는’것, ‘기’를 느끼는 것에 최고의 의미가 있었다. 현대미술의 조류가 주로 구미형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하더라도, 형태나 물질을 느끼고 표현하는 심오한 생각은 작가가 속한 풍토와 문화 속에서 면면히 배양된 정신에 귀착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때로는 이미지의 추상적 표현으로, 때로는 그것을 내포하며 정형화된 형태로, 작가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표현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김장용의 작품은 우리에게 하나의 명상 통로를 제시한다. “모든 인연과 삶이 크로스되며, 다시 언젠가는 원점에 서서 가깝거나 멀거나 하는 하나의 현상으로 생각되며, 만남과 헤어짐 또한 언제나 다시 하나임을 느낌으로 확인하였던 순간순간의 결과입니다.”(작가 노트에서) 자연은 우리가 머무르려 한다고 해서 결코 흐름을 멈추어 주는 일이 없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일시적인 모습만으로 파악될 수 없고, 우주의 생성과 소멸 과정의 연속선상 위에서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그가 추구하고 있는 자연의 질서, 자연의 생성과 소멸, 그리고 그것들과 우리의 삶과 일련의 관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대비해볼 수 있는,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보는 이들을 차분하며 선해지게 하는 요소가 있다. 회상Recollection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는 가정, 특히 천국에 계실 따뜻한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어쩌면 작가는 흙을 주무르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하여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앞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매개로하여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의 무게를 다시금 읽어냄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자리매김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순간순간을 담는 그릇이지만 거기에 담긴 시간은 정지해 버린 시간이 아니다. 현대라는 시간성속에서 부단히 자화상을 찾아 마음을 침잠沈潛시키고 있는 듯하다. 그런 까닭에 이번 작품들은 그동안 주로 해왔던 일반 분청과 백자작업과는 달리 어머니가 어릴 적 많이 권해 주셨던 블루 색상과 체크무늬를 바탕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한편, 제작기법으로 천이나 나무막대를 적절히 활용하여 기계적인 선 효과를 냄과 동시에, 일반산화물 안료보다는 염화물 안료를 사용하여 열열화熱劣化를 촉진하고, 수채적 표현과 투명백유를 주로 사용하여 번조를 달리함으로써 각 순간순간의 우연적 이미지를 추구함과 동시에 기존 도예의 양식이나 기법, 재료 등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였다. 김장용이 선택하고 있는 소재나 표현기법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우리가 일상으로 만난다는 점에서 평범하지만, 그것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평범하지 않다. 그는 부족함을 소박함으로, 풍요로움을 여유로 받아들이고, 정확하고 치밀한 것보다는 편안한 것을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려는 미술적 감성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앞으로 그의 작품을 통하여 변화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며, 변화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한 변화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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