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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장남숙
  • 편집부
  • 등록 2005-05-31 16: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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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유희 찾아 지역과 문화를 초월하는 작가 순수한 자연환경은 자아 정체성을 찾는 매개체 복잡하다crowd, 시끄럽다noisy, 오염됐다polluted, 바쁘다busy, 파란하늘blue sky 등은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쓰일 수 있는 단어다. 그러나 한 나라 전체의 인구가 삼백팔십만인 뉴질랜드의 한 도시와 인구 천만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사용하는 이 단어의 의미는 와 닿는 느낌부터 다르다.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진 뉴질랜드는 사철 잔디와 늘 푸른 농토, 불모의 사막, 맑고 푸른 바다와 금빛 모래밭, 빙하로 덮인 산 등 자연이 가진 모든 혜택을 지닌 곳이다. 물론 내 가족과 내 이웃이 함께 사는 고향의 아름다움과 비길 수는 없겠지만, 도예가 장남숙(41)은 자신이 경험한 뉴질랜드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서울 회색빛 하늘아래에서 기억해내는 작가다. 그는 문화와 환경의 배경이 전혀 다른 두 나라를 오가며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05년 3월 - <기억하고 싶은 것들> 나를 닮은 인물형상과 자연물은 자아를 품은 풍경 올 3월, 뉴질랜드 케리케리의 인디고갤러리에서 가진 그의 5회 개인전은 <기억하고 싶은 것들Things I don’t want to miss about New Zealand>을 주제로 한 전시였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뉴질랜드 북부의 노스랜드대학에서 3개월간 거주 작가로 활동하며 완성한 것이다. 작품「Whistle of a blue bird」와 「Delightful」에는 한국의 여인상을 연상케 하는 단아한 자태를 지닌 인물형상과 그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파랑새, 나무 등이 소재로 등장했다. 조합토로 성형하고 색슬립과 테라시즐레타로 장식된 성형물은 서너 조각으로 나누어 완성된 후에 2~3m높이로 쌓아 올려졌다. 대형설치작품이지만 파스텔 톤으로 장식돼 마치 동화책에 담긴 삽화Illustration를 3차원의 공간으로 끄집어 낸 듯하다. 작가는 최근 2년여간 한국에서 생활하며 기억해낸 뉴질랜드의 향수를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의 중심에는 자아가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인은 작가 자신인 듯하다. 푸른 하늘을 나는 꼬리가 긴 새, 분홍빛 노을, 언덕 위의 초록나무처럼 서있는 집들, 작은 연못, 노란색 방울토마토 등의 자연물은 자아와 더불어 존재하는 풍경으로 완성됐다.(사진1, 2) 98년 석사학위청구전 - <아동미술의 유희성> 아동미술은 자발적 영감에 의한 유희예술 장남숙은 늦깎이 도예가다. 그는 지난 1981년, 건국대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하고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당시 문득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미술학도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도예를 선택하게 됐다. 서울산업대학교 도예학과로 편입한 그는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유난히 자연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부 졸업 작품으로 <공룡이 살만한 세상을 위하여>를 주제로 공룡을 형상화한 작업을 했다. 그는 “인류가 시작되었을 즈음 오염되지 않은 초원을 거대한 몸집의 공룡이 뛰어놀았을 것이라는 생뚱맞은 상상을 했었어요. 환경파괴의 위기에 직면해 오염된 자연을 비판적이기 보다 긍정적이고 순수하게 해석하려했던 거 같아요”라고 기억해냈다. 1998년 석사학위 청구전에서는 <아동미술의 유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자유로움이 담겨 있는 작품의 모티브는 대학원 재학 당시 여유시간을 이용해 아동미술교사로 활동할 때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에서 찾아낸 것이다. 작가는 미술교육자 하버트 리드의 ‘아동미술은 자발적 영감에 의한 유희예술이다’라는 정의를 통해 자기중심적이고 과장되고 자유롭게 표현된 아이들의 그림에서 넘쳐나는 순수성과 생명력을 발견하고 작품에 응용한 것이다. 그는 “어린이들의 시각은 저에게 항상 그리움으로 잠재돼 있던 어린 시절의 꿈과 자유를 일깨워 상상력의 폭을 넓히고 진부한 표현기법에서 탈피하는 기회를 주었다”고 전한다.(사진3) 2002년 전 새로운 환경적응과 대형야외설치물 시도 장남숙은 대학원 졸업 직후 뉴질랜드행을 선택했다. 혈연과 지연, 사회적 배경이 없는 곳에서 흙 작업에 흠씬 빠져들고 싶은 욕구로 내린 결정이었다. 2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더니든 오타고Dunedin Otago 예술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완전히 바뀐 환경과 적응하며 겪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12월에 맞는 여름, 친구, 개방된 문화 등 모든 것이 새로웠다. 2002년 더니든의 탬플갤러리에서 가진 석사학위 청구전에서는 를 주제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자신의 삶을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실물크기의 인물과 자연물을 형상화해 한국 역사 속에서의 계급과 성性의 이기利器와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하는 기쁨과 어려움 등을 담아냈다. 아동미술과 원시미술, 한국전통문화, 현대예술가 클레, 미로, 장욱진 등에게서 예술적 유희를 찾아 연구해 자신의 작품에 투영했다.(사진4) 이 전시를 본 현지인들은 한국 작가가 타국에서 적응해 가는 과정을 대형 작품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크게 격려했다. 그의 작품은 현지에서 활동 중인 화가 이완 맥도우갈Ewan Mcdougall과 금속공예가 안네Annie의 집 정원에 설치되는 등 작고 단일한 도예작품에 익숙한 그들에게 동양에서 온 여류도예가의 대형설치작업의 이미지는 깊이 각인됐다.(사진5) 2004년 <보고싶은 것들>전 고향에서 느끼는 타향의 향수 5년간의 타지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세계도자기엑스포 연구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고향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서울의 회색빛 하늘과 자정이 넘어서까지 울려대는 소음으로 생기는 우울함은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2004년 8월 더니든 탬플 갤러리에서 다시 갖게된 개인전 은 한국으로 돌아와 겪게된 어려움을 작품에 담아낸 전시였다. 작품에는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나무와 아담한 집, 수선화가 피는 뒤뜰과 공원같은 정원,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마시던 와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볼 수 있었던 알바트로스 등을 담아 추억을 되새겼다.(사진6) 자아 정체성 연구위한 예술여행은 평생의 꿈 작가는 폭넓은 경험을 활용해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전시기획에도 능력을 발휘해오고 있다. 뉴질랜드 유학시절인 지난 2000년에는 서울산업대 한길홍 교수를 뉴질랜드 도예가협회 컨퍼런스에 초대작가로 주선했으며 2001년에는 흙의 다양성을 실험적으로 표현한 6명의 그룹전 을 기획해 모교에서 자금을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더니든 Fulux갤러리에서 열린 2002년 한국·뉴질랜드 도예교류전과 2003년 장혜영(우석대 교수) 유경상(백제대) 2인의 뉴질랜드전 등도 기획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2003년과 2004년에는 세계도자기엑스포의 연구원과 통역원으로, ‘아시아 세라믹 네트워크 2005’에서는 큐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장남숙은 자신의 작품 아이디어와 환경도예작품의 제작조건, 판로가 유리하기 때문에 뉴질랜드를 선택했다. 그곳은 사철 온난한 기후로 작품을 야외에 설치해도 훼손될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을 갖고 생활하기 때문에 환경미술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대형 도자축제를 통해 선보인 야외도조작품들로 인해 환경도예에 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얼마전 그의 야외조형작품 「자연에 기대어」가 제3회 세계도자비엔날레의 <풍경과 도자>전을 통해 선보이게 됐다.(사진7) 작가 장남숙은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는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상반된 두 나라의 문화와 자연 사이에서 정체성을 연구해 나가는 것이 나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데 꼭 풀어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국가와 문화를 초월해 어느 곳에 놓아도 어울리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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