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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재준
  • 편집부
  • 등록 2005-07-24 02: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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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위에 군림한 인간중심주의는 욕심이 만든 허상 사회비판시각 자연환경 속 도자인간군상으로 투영 인체 구상작품은 연민과 동질성 담은 소재 미술사에서 인간 형상의 표현은 각 시대마다 그 이상에 맞게 각기 다른 형식과 목적을 통해 이뤄져왔다. 인류 최초의 조각품 역시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것이었고 수 십 세기의 인류 역사 속에서 이러한 표현 욕구는 집요하게 계속돼 왔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형상에 자연스럽게 연민과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현대미술에서 인체형상은 많은 예술작가 작가들로 하여금 예술창조의 모티브Motive로 사용된다. 인체형상에 내제된 언어, 행동, 생각을 통한 메시지의 전달이 더욱 직접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도예가 이재준(35)은 인간 중심주의가 만들어낸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 파괴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인체형상으로 투영해 내는 작가다. 99년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수상 도예계 각인 작품 「‘K’씨의 선물」은 작가가 자신의 연작 중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1999년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도예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작품이기 때문인 듯하다. 이 작품은 당시 주류였던 추상도조작품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상작품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모았다.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 국내에서는 IMF 금융지원체제 심화로 인해 사회가 혼란스러워 대부분의 가정과 기업들이 경제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시기였다. 작가는 사회상을 대표하는 3명의 인물을 등장시켰다. 당시 사회의 모습을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 실직한 ‘50대 가장’ 그리고 취업의 높은 문턱에 있는 ‘20대 청년’이 군집을 이루는 구상작품이었다. [사진 1] 현대도예 1세대 선친 영향 흙 작업 선택 전통탈피 실험적 작업에 관심 이재준의 선친은 고故 이준희 도예가였다. 이준희 선생은 1960~70년대 경기도 이천에서 한국의 초기현대도예를 이끌던 인물 중 한분이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방학기간이 되면 선친의 요장으로 대학생들이 찾아와 10칸짜리 장작가마에서 작업하던 광경을 기억한다. “제가 도예를 하게 된 이유는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선친으로부터 도자기를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유년시절 성장과정 속에서 보아왔던 단편적인 기억들이 진로선택에 영향을 준 것이죠.” 홍익대학교 도예과에 진학한 그는 선친이 해왔던 공예적 성향의 작업보다는 실험적인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새로운 세대를 사는 작가에게 이러한 당위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었다. 당시 관심은 사회문제를 작품을 통해 이슈화하는 것이었다. 야생과 대립된 문명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모티브로 선택한 동물 ‘사자’를 흙으로 성형한 후 얼굴에 분칠을 하고 삐에로 모자를 씌웠다. 도제사자형상 뒤 벽면에는 야생의 ‘사자’를 직접 캔버스위에 그려낸 작품이 걸려있다. 인간문명의 이기에 의해 파괴된 자연을 문제시한 부드러운 비판이었다.[사진 2] 대학 졸업 후 1995년부터 2년간 제작해온 「집」 연작은 물레와 판성형 기법을 응용한 것으로 흥미로운 시도였다. 물레로 기둥을 성형한 후 잘라내 펼쳐진 판을 연결해 쌓아올리는 방법이었다. 흙을 다루는 감각과 테크닉을 연마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 작품들 중 몇 점은 97년 동아공예대전 특선을 비롯해 여러 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으나 작가는 스스로 “이것은 외형적인 감각과 기술적인 면을 터득하는 것에 도움은 됐지만 더 이상 진일보하는 것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사진 3] 「이중의 자아」 연작 위한 연구는 인체형상작품의 모태 홍익대 도예과 대학원에 진학해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던 중 그의 지도교수로부터 “기존의 것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개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해 보라”는 조언을 듣고 ‘자아찾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이중의 자아」 연작으로 표현해 냈다. ‘자아찾기’는 현실과 이상세계의 배경과 임신한 여체와 태아의 마스크, 물속에 잠긴 천사상으로 풀어냈다. 작품 표면에 보이는 흙의 거친 물성과 부드러운 자기질의 대비는 현실과 이상간 괴리감의 표현이었다. 작가는 “이 연작을 위해 인체구조 관련 자료를 오랜기간 연구,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작품이 완성됐을 때 그 만족도도 높았습니다.”라고 전한다.[사진 4] 그러나 작가는 완성된 「이중의 자아」연작에서 또 다른 취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극히 사실적인 인체표현이 예술적 취약점을 지녔다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한 8등신의 천사상은 오히려 작품 전체를 정직하고 평범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는 “예술가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진리와 함께 내 작품에도 독창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고 한다. 세계도자비엔날레 통해 대형 환경조형물 시도 인체형상의 재해석은 99년 서울현대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K씨의 선물」을 계기로 2001년까지의 다양한 인물군상 연작으로 이어졌다. 당시 큰 상을 수상한 작가에게 그의 선친은 “위험한 작업에 손을 댓구나. 인체는 작가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소재다. 앞으로 새로운 것을 찾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야”라는 근심어린 충고를 전했다. 대부분 120cm 크기의 인물군상 연작을 해온 그에게 또 한 번의 변화의 기회로 다가온 것은 2003년 제2회 세계도자비엔날레 <야외도자조각전>의 참가였다. 이곳에서 작품의 대형화와 환경도예를 새롭게 시도했다. 야외에 놓이게 될 작품은 과거의 제작방식과 달리 더 많은 기술적 보완을 필요로 했다. 대형작품이기 때문에 성형과 건조, 번조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노출됐다. 특히 코일링으로 성형된 인물상은 3등분으로 제작돼 한 등분 당 무게가 200kg에 달했으며, 덩어리 하나가 번조할 가마를 가득 차지했다. 번조시간은 평균 24 ~36시간이 소요됐으며 번조와 설치를 위한 작품이동에도 여러 명의 인원이 필요했다. 높이 3m에 가까운 인물상과 1m50cm 크기의 개형상을 완성하는데 3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완성된 작품 「Master&Dog」은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주종관계로서의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인간과 개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은 생명체 위에 군림한 모습에 만족하고 우월해 하지만 이것은 결국 스스로의 욕심이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설명한다. 야외에 설치된 이 구상작품은 비엔날레 기간 동안 많은 관람객들의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사진5] 2004년에는 제3회 세계도자비엔날레 <풍경과 도자> 공모전에 「Guardian of Nature-Modern Family」이 당선됐다. 현대인과 자연이 하나의 가족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 작품으로 인간형상의 두 남녀는 부부이며 그들의 손에 올려 진 식물은 존재의 근원이다. 또한 양 옆의 개와 고양이는 그들의 자식과 같은 존재로서의 자연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 4개월 만에 완성됐으며 이천세계도자센터 앞 광장에 영구 전시중이다.[사진 6] 인체도조 기반으로 평면과 기하학적 요소 도입한 환경조형물 계획 작가의 작품「이중의 자아」와 「Master & Dog」,「Guardian of Nature」등의 시리즈는 작가의 대학원 진학 후 7년 만인 2004년 석사학위 논문 ‘야외환경조형물로써의 인체도자조형 연구’를 통해 정리, 발표됐다. 그는 “대학 조교생활, 결혼, 부친의 사망 등 여러 주변상황에 의해 늦어진 학위 논문이었지만 그간 경험한 모든 과정은 제가 앞으로 설계해야할 방향 설정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전한다. 작가는 앞으로 당분간 환경조형물로서의 인체도조를 중점으로 작품크기에 대한 문제와 기후조건에 따른 내구성 문제, 컬러링에 대한 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 연구하고 입체물과, 도벽 등 평면적인 부분과 기하학적인 요소 등도 도입해 환경도예작품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자조형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한다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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