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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정두섭
  • 편집부
  • 등록 2006-01-16 14: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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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정두섭

 

강원 양구서 방산백자와 박수근 화백의 정기 받는 젊은 작가

 

물성담은 공예적 조형물은 자연 속 예술향유 특권

 

DMZ인근 척박한 환경서 자란 강원 토박이
강원도 양구군은 2002년 개관한 박수근미술관과 방산백자가마터로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원도 내 18개 시, 군중 인구가 3만도 채 안되는 가장 작은 행정구역으로 인근에는 산과 나무, 강 그리고 DMZ(비무장지대)를 구분 짓는 철조망이 지척에 있다. 문화적 환경이 아직 척박한 양구에서 흙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젊은도예가 도예가 정두섭씨를 찾았다.
올해 나이 34세인 그는 양구군에서 태어나 양구종고를 졸업하고 강릉대 공예과, 동대학원 요업디자인 전공 출신으로 정감 있는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진솔한 인상을 지닌 강원도 토박이다. 그는 어린 시절을 도심이 아닌 자연환경 속에서 보낸 탓인지, 양구 출신 화가 박수근의 영향인지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미술대학 진학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절 변변한 미술학원 한 곳 없는 양구에서 인근 군부대 소속 미대 출신 병장군인의 도움으로 입시미술을 익혀 강릉대 산업공예과에 91학번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시절 남달리 작업에 열중했던 작가는 선배의 추천으로 방학이면 서울로 올라가 물레성형을 배우며 실력 쌓기에 몰두했다. 대학졸업 후 1998년에 고향 양구로 들어와 작업공간을 마련했다. 초기작품들은 순수 조형위주의 도조물이 주를 이루었다. 원통 혹은 직육면체를 변형, 결합하는 다분히 대학에서 배운 조형이론에 맞춘 작품들이었다. 조형위주 작업에 한창 몰두하던 당시 ‘화가 박수근’과 ‘양구 방산백자’는 그의 작업개념에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것에 대한 중요성이었다. 서민적 화풍으로 유명한 박수근과 600여년 전 백자가 만들어지고 관요가 자리한 광주분원에 양질의 백자원토를 제공해온 양구지역 출신 작가로서의 깨달음이었다.
그는 공예로의 접근으로 ‘공예적인 조형’을 떠올렸다. 기器, 그릇의 형태를 구상하고 조형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그릇의 형태와 크기를 변형시키고 자연환경 속에서 성장하며 늘 보아왔던 나무, 돌 등의 자연물을 접목했다. 기물의 선은 직선이나 추상적인 것이 아닌 한국적인 토기와 옹기의 선을 이용했다. 그리고 코일링과 물레성형으로 만들어진 기물은 떨어뜨려지거나 두들겨지면서 나타나는 물리적 즉흥성을 거쳐 공예적인 조형물로 완성됐다.

 

공모전 수상은 외로운 작업환경 속 당당한 외침
완성된 작품은 여러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6년 강원미술대전 수상을 시작으로 신미술대전, 세종도예공모전, 신사임당공모전을 거치면서 쌓인 실력은 2001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서울현대도예공모전 우수상 수상으로 인정받게 됐다. 작가는 공모전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고 고단한 작업과정을 보상받는 선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내 작업 세계를 연마하는 채찍이 되기도 합니다. 촌에서만 자란 저에게 미술계의 경향을 알지 못하는 것은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순수한 자연 속에서 자랐고 지금까지도 매일 바라보고 있는 자연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에는 몇 갑절 장점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하게 평가받고 싶었다.”고 전한다.

 

세차례 개인전 통해 ‘공예적 조형성’ 중심의 작품 선보여
방산백토 사용 시도로 지역주민과 함께 예술문화향유
정두섭의 첫 번째 개인전은 지난 2002년 8월 춘천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가졌다. 전시에는 96년도부터 7년간 수차례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들을 모아 선보였다. 70평의 전시장에 전시된 다양한 수상경력의 작품 34점은 짧은 작업연륜에 비해 거둔 성과가 남다른 것으로 고향을 지키며 힘 있게 버티고 서 있는 젊은 작가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 했다.
2004년 4월, 대학원 졸업 후 가진 두 번째 개인전은 서울 인사동의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였다. 원거리에서 갖게된 전시로 작품 운송과 전시장의 협소함이 고려돼야 했기 때문에 50센티 이내 크기의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작품에는 자연미를 극대화하기위해 작은 돌을 기물에 끼워 넣은 표현과 물성표현이 시도됐다. 특히 기물표면에 시유된 이라보유는 번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멋스러움을 지녀 박수근 회화작품의 표면 질감을 상상케 했다.
기자가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양구를 찾은 지난 8월 18일에는 양구도서관 개관기념으로 관내 특별전시실에서 <정두섭 3회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테마는 《주전자》였다. 다양한 형태의 도자주전자와 자연물인 도재나뭇가지가 결합된 작품 20여점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조형성이 강한 대형 작품을 배제하고 작은 주전자들을 내놓았다. 전시작품의 주제로 주전자를 선택한 이유는 아직까지 난해한 예술작품에 대해 거리감을 갖는 대다수의 지역주민들을 위한 배려였다. 도서관 개관과 함께 전시장을 다녀간 많은 관람객들은 “희한하게 생긴 주전자다!”, “물은 어찌 따라 먹어요?” 등등의 반응을 보였고 반응에 대해 작가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어려움없이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도자기를 고리타분해 하거나 어려워하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부터 양구의 백자원토에 깊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 올 3회 개인전에는 그간 실험해온 방산백토로 만든 그릇을 일부 선보였다. 앞으로 방산백자의 유약과 형태의 재현을 비롯해 백자원토를 이용한 현대도자조형작품도 꼭 시도해보겠다고 한다. 

 

모교에 마련한 작업공간엔 추억과 작품으로 새긴 흔적이 가득
양구읍내에서 10분여 거리에 자리한 작가의 작업실은 몇 해 전 폐교가 된 옛 군량초등학교다. 군량초교는 작가의 모교이기도하다. 여섯 개의 교실은 모두 작업공간이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한 서적자료와 컴퓨터가 놓인 공간, 흙을 조합해 만들고 유약을 연구하는 공간, 흙을 물레에 돌리고 쌓아, 결합해 흙의 질감 속에서 표현 가능한 최대한의 물성을 표현하는 실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교실 밖 복도에는 자연물의 형상을 담은 기器 형태의 작품들이 가득했다. 작가가 평소 많은 작업량을 소화해 내고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에게 양구에서 작업하면서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작업에 대한 의논 대상이 없는 것’이다. 혼자만의 세계에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작업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행하는 모든 것이 정답이 돼버리는 것이 걱정이다. 공모전을 통해 작품을 인정받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고성종 강릉대 교수는 제자 정두섭에 대해 “그의 환경은 자연 그 자체이며 그는 다만 자연 속에 던져진 하나의 인간이다. 그의 작업에서는 거대하고 광활해 보이는 자연이 자신의 가슴과 손에 의해 새로이 존재하고 있다. 그 어떠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라도 아주 작은 인간 앞에서는 주인이 아닌 ‘주변환경’이 되고 주제가 아닌 ‘소재’가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이 가진 초자연적인 힘은 그 자체로도 굉장한 에너지이며 이것이 예술인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거대한 공간에 던져진 작은 존재이지만 드넓은 자연과 어우러져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특권을 충분히 누리게 될 도예가 정두섭을 기대해보자.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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