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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순희
  • 편집부
  • 등록 2006-01-16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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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순희

산속 오지서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현대조형 작품
작품 속 유희와 리얼한 인간본능은 내 삶의 거울

고향 청송의 주왕산 자락 오지에 손수 지은 도예터
경상북도 청송지역은 도석(백토)이 풍부해 임진왜란 이후 생긴 가마터로 1700~1900년대에는 영남 북부지방의 청송사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약 50여기의 옛 가마터 흔적만 남아있다. 청송의 주왕산은 가을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다. 도예가 김순희(50)는 주왕산자락의 깊은 오지 한티골에서 거주하며 작품생활을 한다. 도예터가 자리한 이곳은 주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로부터 3km의 비포장 산길을 올라야 하는 오지이다. 산바람에 풍경소리가 울리는 도예터에는 황토와 억새로 꾸민 초가집 한 채, 샘물을 끌어와 만든 수돗가, 담장을 두른 다래넝쿨, 소나무뿌리로 세운 솟대 그리고 장작가마가 있다. 모두 작가가 손수 지은 솜씨다. 매해 가을이면 도예터는 억새풀로 새롭게 단장된다. 이즈음이면 마을로 이어지는 3km 남짓의 호젓한 산길도 단풍이 좋아 아름답다.
청송은 작가 김순희의 고향이다. 그의 조모와 부친은 6.25전쟁 직전까지 이곳에서 ‘청송사기 판매점’을 운영했다. 40여년 전 이곳에서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당시에 대해 “사금파리가 지천에 널린 집 앞에서 동네아이들과 도자기로 신랑각시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흙으로 동물과 사람 등의 형태를 만들어 아궁이 불에 구워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지냈습니다.”라고 기억한다.

흙작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대학 시절 수석차지
도심생활에 회의 느껴 15년 서울생활 접고 귀향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 생활을 시작한 것이 벌써 15년째이다. 서울에서 보냈던 생활도 꼭 같은 15년이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많은 것을 경험케 한 시간이었다.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한 그는 단국대 요업공예과(현 도예과)에 진학해 1978년에 졸업했다. 성실한 학업생활로 재학시절 학과 전체 수석을 차지하기도 한 그는 방학기간에도 시골집에 내려가지도 않고 학교 지하 작업실에서 생활하며 물레작업과 조형작업에 심취했다. 그는 당시 선배였던 박종훈(단국대 교수), 이규형(상지대 교수)과 흙 작업에 관한 많은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학교를 마치고 군 전역 후 홍익대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서울미술고등학교와 서울예일여자고등학교,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도 했다. 교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유난히 흙작업에 애착이 많았던 그는 서울 근교인 구리시 교문리에 5칸짜리 장작가마를 처음으로 짓고 작업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 받는 고정적인 수입이 오히려 자신을 구속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흙을 만지는 창작행위에 방해가 되는 자유 없는 구속에 회의를 느낀 것이다. 몇 개월간의 방황 끝에 빈몸으로 귀향한 그는 아내 이원아(44)를 만나 산 깊은 곳에 도예터 자리를 잡았다. 초기엔 약초와 산나물을 캐며 땀흘려 양식을 구해야 하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흙작업에 매진 할 수 있었던 당시를 생각하면 그는 지금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젠 익숙해져 산 생활을 통해 얻은 지혜로 ‘토종오가피’와 토종벌을 이용한 ‘꿀’을 만들어 판매해 작품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생활에 풍족함을 가질 정도가 됐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새로운 삶을 개척한 것이다.
자연풍경 인간본능 주제로 그림문자형식 작품 형상화
김순희의 배경인 깊은 산골의 작업실, 주변의 태토, 장작가마는 전통도자기의 키워드다. 청송의 태토로 만들어진 작품은 5칸짜리 장작가마에서 육송에 붙여진 불로 7일간 구워져 다양한 요변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작품이 지닌 형상은 전통적이거나 쓰임새 등의 기능성은 전혀 지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형이상학적이고 오브제적 성향이 강한 현대조형작품이다. 작가는 “현대 조형작업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만들어 내기가 더 힘듭니다. 그래서 산속을 택했습니다. 자연이 작품을 일깨워 줍니다.”고 한다. 그는 작업을 하기 전이면 산과 들, 바다(청송에서 차로 40분이면 경북 영덕의 해안가에 닿는다), 신선한 공기, 새, 어릴 적 뛰어 놀던 자리 등의 주변을 맴도는 버릇이 있다. 그럼 자연속의 모든 이야기를 모티브로 끌어내 흙으로 형상화 시키고 싶은 욕구가 넘치게 된다.
대부분의 작품의 주제는 <자연과 인간>이다. 10여년 전 우연히 스러져가는 빈가옥의 봉창을 보고 응용한 그의 작품들은 마치 픽토그램pictogram 보는 듯 단순화돼 자연과 인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에는 격자문양, 꽃, 성sex 등 산속 자연 풍경과 인간이 지닌 원초적 본능이 주제로 등장한다.

작품 「그리움」(사진1), 「살아가는 연습」(사진2), 「봄나들이」(사진3)는 자연 속에서 찾아낸 사물과 풍경을 유희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인간형상의 작품 「합궁」(사진4)과 「괴력」(사진5), 「행위」, 「유희」 등은 인간 본능의 관능적인 성애가 강조돼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에로티시즘eroticism 을 느끼게 한다. 올해 3월 경상북도 포항시의 포스코갤러리 기획초대전으로 열린 작가의 6번째 개인전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박원식 미술평론가는 “김순희의 작품에는 마치 온몸으로 춤을 추듯 마음을 다 쏟아 낸 작가의 정신이 담겨 있다. 도색적 낙서의 기호와 같은 작품은 기하학적인 도형의 형태로 인체를 빚어내고 여성의 기호를 차용해 삶의 고통과 환희를 모조리 춤으로 승화시킨 천진스러우면서도 리얼한 인간 본능을 엿보게 한다.”고 평가했다. 

현대문명과 부를 위한 유혹 버리고 순수한 작가의 길 선택
제 작품의 중요 재료는 자연과 어울려 사는 자유로움
10여년 전 한 방송국에서 산속 오지에서 생활하는 도예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도예터를 찾아왔다.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이후 수차례 TV와 라디오 탐방프로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주변 여론에 밀려 ‘청송백자 도요지 분포도’를 조사하고 “청송사기 재현 도예가, 전통의 맥 잇는다”는 등의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생활자기 만들어 팔며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버리고, 자연 속에서 순수한 정신과 마음으로 자신의 작업세계에 빠져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선택했다. “땀을 흘리면서 자연을 알면 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작업과 부를 연관시키는 것이 싫습니다. 그보다 오묘하고 아름다고 순수한 세상이 훨씬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 김순희는 현대문명인 컴퓨터와 자동차, 휴대폰을 버리고 억새풀 집에서 장작불을 때며 자연과 벗하며 삶을 영위하는 현대조형작가다. 상반된 배경이지만 순수함과 서정성을 추구하는 작품 성향과는 일치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에게 있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자연과 어울려 사는 자유로움이다. 작가는 오늘도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나는 섬세하다. 외톨베기다. 그래서 한곳에 집중할 수 있다”고 자위自慰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한티골 그집에는」 김순희 작가의 제자인 서양화가 유종회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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