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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is, Another Face 김영은 도예전 - 흙과 형상의 따뜻한 힘
  • 편집부
  • 등록 2006-01-24 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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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is, Another Face 김영은 도예전
2005.10.19 - 2005.10.25 가나아트스페이스

 

흙과 형상의 따뜻한 힘

 

글 윤두현 _ 박여숙화랑 큐레이터

 

강원도 산골 어디엔가 첫 눈이 내렸다는 가을 끝자락의 인사동, 큼지막한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주말 오후 행인들의 부산함과 전시장 내 한 무리의 양 떼가 대치하고 있다. 무리를 지어 전시장 안쪽을 향하고 있는 양떼는 창밖의 군중들에게 고작 엉덩이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창 밖에 서서 안쪽을 기웃거리던 군중들은 양떼들의 행렬을 제대로 목도하기 위해 전시장 안으로 발길을 옮겨야만 한다. 결코 김영은의 양들은 더이상 순한 양으로서 친절해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양들이 보이는 의외의 불친절함에 이끌려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면, 누구든 이제 작품으로서 양떼들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아무런 이성적 혹은 논리적인 궁리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만약 누군가 섣불리 이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큰 난관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오직 필요한 것은 잠시 오감을 열어두는 것뿐이다. 얼마의 시간 동안 그렇듯 오감을 열고 있으면, 일견 무표정해 보이는 양들 하나하나는 각각의 표정과 다양한 포즈로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온몸에 꽃을 두른 양과 나비를 두른 양 부부 혹은 연인의 다정한 모습이나 고민하고, 부끄러워하는 양들의 모습, 그리고 푸르른 초원 내지 휴식처로 향하고 있을 양 무리의 행렬에 동참하는 동안 가슴에는 한 줄기 온기가 스민다.
2002년 이후 3년 만에 개인전을 연 김영은은 이전부터 주로 동물들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우선 그의 작업에 있어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감각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작가가 구상 조각의 힘과 매력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작가가 흙이라는 재료의 힘과 형상의 힘을 잘 조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흙의 질감을 가능한 살리고, 양의 형상을 통해 흙의 따뜻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작가의 이러한 점은 ‘난해함’과 ‘스펙타클spectacle’에 떠밀려 구상이 갖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힘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작가의 이런 점은 오히려 신선하기까지 하다. 아울러 작가의 양 연작들이 구체적인 형상들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세부적인 묘사는 생략된 채 다양한 포즈만으로 감상자의 상상력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은 구상이면서도 진부함을 극복하게 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나아가 작가의 양들이 일견 친절해 보이면서도 불친절한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한다는 것은 연애를 함에 있어서 성공조건의 하나로 꼽는 ‘밀고 당기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에 폭 안겨와도, 너무 멀리만 있어서도 연애는 성공하기 힘들다. 잡힐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것,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유효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적절한 거리 혹은 경계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미학적 차원의 ‘미적거리aesthetic distance’를 현재 시점에서 재고해 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아직 김영은의 작품들이 성공적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단초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하나의 산 너머엔 늘 더 높은 산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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