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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도예가 이경한
  • 편집부
  • 등록 2006-02-21 17: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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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도예가 이경한

직장생활 틈틈이 도자기작업에 빠져 지내는 열성
숨겨진 자신의 손재주 찾을 수 있어 보람

직장을 가진 남성이, 그것도 한가족의 생업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 취미로 도자를 한다는 게 여간한 열정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경한(49)씨는 회사일로 바쁜 일상을 쪼개 도자기를 취미로 하고 있다. 분당의 집과 동대문의 직장을 오가며 퇴근길 어김없이 공방에 들른다. 일을 마치고 아무리 급하게 공방에 와도 다른 회원들이 공방을 떠나는 시간에 도착해 저녁식사도 거른 채 밤늦도록 작업을 한다. 이경한씨의 힘든 일상의 또 다른 노동이 그에게 있어서는 삶의 활력이자 자아실현의 시간이다.

무유번조한 빗살무늬 옹기작업에 감동해 시작한 작업
든든한 가족의 지원과 격려
그가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3년전 가족들과 식사를 하러갔던 식당 뒤편에 이영호도자기교실이 있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때마침 다른 곳에서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한 아내의 권유와 호기심에 들어간 그곳에서 이경한씨는 작품과 작업모습을 보고 매료됐다. 이영호 도예교실에서는 주로 옹기토로 성형하고 흑·백·적 화장토로 상감해 무유번조한다. 따뜻한 흙의 색이 그대로 드러난 완성품에 담겨있는 갖가지 문양들과 꼼꼼하게 새겨 넣은 빗살무늬에서 따뜻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이런 도자기도 있구나’싶어 바로 등록하고 다음날부터 배우기 시작 했다. 회사일로도 바쁜 그가 다른 일에 빠져들자 직장에서 비난 아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처음엔 직장 사람들이 도자기 배운다는 말에, ‘별 걸 다한다,’ ‘그런걸 뭐하러 하냐’고 하더라고요.” 퇴근시간이면 급하게 공방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의 모습이 도자기의 매력을 모르는 이들이게는 생소하게 보이기도 했나보다. 그런 가운데서도 먼저 도자기를 시작한 아내의 적극적인 격려와 두 아들의 찬탄이 힘이 돼 작업을 이어갔다.

회원전 준비하며 주전자를 주제로 한 조형주전자 작업
막막했던 전시 준비하면 한발한발 성숙해지는 느낌
그렇게 2년 정도를 작업해오다 전시계획이 잡히게 됐다. 회원전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받고 처음엔 암담했다. 전시를 준비한다는 것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 건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고민 속에서 지내던 중 어느 일식집에 장식돼 있던 간단하게 만들었지만 주전자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주전자를 보게 됐다. 그리고 주전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발형태로 물레를 차서 수구만 남기고 전을 오므려 붙이고, 손잡이를 단 간단한 형태의 주전자로 시작해, 점점 다양한 주전자를 만들게 됐고, 이후 전시를 감안해 크기도 점차 커지고 무늬도 섬세해졌다.
높이 30센치가 넘는 크기의 주전자 표면을 1센치도 안되는 얇은 선으로 일일이 긁고 화장토를 채우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된다. 공방에 아무리 급하게 가도 7시가 넘기 때문에 두어시간 정도 밖에 작업할 시간이 없다. 공방에 매일 들른다 해도, 집중해 작업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상감은 집에 갖고 와서 앉은뱅이책상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업하기도 했다. 1년간 전시회를 위한 작업을 하고 지난 10월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회 옹기와 빗살무늬 회원전>에 참여했다. 이 전시에는 이영호도예교실의 회원 9명의 작품들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전시를 본 가족과 직징동료들은 그동안 그가 열중한 일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감탄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했다. “뭐 개중 덤덤하니 무관심한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제가 뭘 하나 궁금해 했던 의문은 풀린 것 같습니다.”

회원전 작품 보완한 주전자 작업 이어갈 계획
“전시회를 끝냈지만, 앞으로 주전자 작업을 더 해보고 싶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작업에 대한 계획을 세우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전시한 주전자에서 몇가지를 보완한 새로운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주전자는 일반적인 둥근형태의 주전자가 아니고, 층층의 유니트가 결합된 듯한 조형적인 면을 갖고 있다. 남들과는 다른 작업을 하고 싶어서, 남들이 안하는 형태를 연구하다보니 나온 형태들인데, 손이 많이 가고 조합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작품이다.
이경한씨는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만화가가 되고 싶어, 만화를 그리기도 했었다. 못 이룬 꿈은 프라모델을 조립하거나 채색하는 취미를 갖게 했다. 이제는 도자기위에서도 꼼꼼하게 표현된 장식으로 남들이 안한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되살아났다. 지금은 큰아들이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있어, 아들의 학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아들은 늦게 도자기를 시작한 아버지를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남다른 손재주를 발휘하는 도자작업
흙작업과 함께 할 노후에 대한 희망
나이보다 젊어 보여 50이란 나이를 짐작키 어렵지만, 오십견으로 어깨통증을 호소한다. 견딜 수 없는 어깨통증도 작업을 쉬게 하지는 않았다. 완성작이 모여가고, 자신의 작품들이 점차 나아지는 것을 보면 힘든 것도 잊고 작업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남다른 손재주를 묵히고 지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작업하면서 자신을 되찾은 느낌이다. 막연했던 노후에 대한 계획도 도자기를 빚으면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평생해도 좋을 일을 찾았고, 하고 있어 뿌듯하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1  자유로운 형태의 주전자는
 속파기 기법으로 제작
2  한몸이 흐트러진듯
 변화를 준 기형.
 물레성형도 변형을...
3  단순한 형태가 변형된
 작은 주전자들
4 속파기한 주전자 형태와 상감.  물레성형한 수구 등이
 잘 어울린다
5 전시를 준비하며 다양하게
 만들어본 작은 주전자들
6 촘촘한 상감이 돋보이는
 주전자로 변화를 준
 형태도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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