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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예계 향방 - 2006년 도예계 필요충분조건
  • 편집부
  • 등록 2006-03-10 17: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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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도예계 향방 

2006년 도예계 필요충분조건
글 서정걸 _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지원센터 부장

창의력이 미덕인 시대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이 있다. 하나의 상품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 기존의 버전이 곧 폐기처분된다. 디지털은 삶의 양식을 빠르게 변화시킨다. 기능은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새로운 디자인은 1년을 넘지 않는다. 기발한 마케팅 기법들이 담긴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홈쇼핑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시장의 양식이 변화하고, 제품들은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담아서 포장된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 한다. 사람들에게 나의 제품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 갖가지 기발한 기법들이 등장한다.
도자기는 아직 아날로그다. 도자기는 아날로그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이 도자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고, 아날로그의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결정적으로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디지털 시대의 삶의 공간이 변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를 거역할 순 없다. 생산자의 마인드가 과거에 머물고 있는 한,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생활공간 속에서 도자기는 하나의 필수적인 요소임에 변함이 없고, 사람들은 계속 도자기를 소비할 것이다. 가구나 의류가 그런 것처럼…. 생활공간의 양식이 변화하면, 그 안에 놓여지는 요소들도 따라서 변화한다. 그것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어떤 것이 먼저랄 것도 없이, 생물이 진화하듯, 분열과 융합을 반복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 한다. 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다. 문화를 돈으로 만들어주는 힘은 창의력이다. 만드는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그것을 파는 과정에서도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창의력은 단순히 예술가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능력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발휘해야 될 미덕이 됐다.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제품/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빠르게 변화한다. 그 마음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해져야 창의력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 도예계는 보다 더 다양해져야 한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필요충분조건”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랄 수도 있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집단개성에서 개별적인 개성으로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이 주도했던 산업시대가 이미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디자인과 기능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해 가는지를 생각해보라. 1년 전에 산 휴대폰이 완전 구닥다리처럼 보인다.
개인들은 저마다 자기 멋대로 꾸며가는 블로그를 소유하고 있고, 거기에 온갖 사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공공 매체는 이제 특정한 기관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고, 그 바다에 누구나 배를 띄울 수 있게 되었다. 대중은 일방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그것을 바꿀 수도 있는 입장이 된 것이다.

도자의 필요충분조건
이러한 변화들은 무섭다.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무엇일까? 도자기에 있어서 필요충분조건이란 무엇일까? (본래 본지로부터 의뢰받은 원고 주제는 <도자관련 정부 정책지원의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지원의 움직임이 별게 없으니 어쩔 것인가?) 그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 있는 게 아니고, 도예가의 마음속에 있다. 반 이상이 들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는 위에서 많이 언급했다. 이제부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들을 들춰내보자. 여기서는 조형도자 분야보다는 생활도자, 예술도자보다는 도자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도자의 종주국’이니, ‘찬란한 문화 예술적 업적이 도자에서 이루어졌다’느니 하는 말이 무색하다. 도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한마디로 “없다”라고 축약된다. 도예인들로서는 괘씸한 생각도 든다. 원망스럽다. 가뜩이나 어려운 게 도자산업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다. 도자의 1년 매출규모가 2천-3천억원이라 한다. 하이닉스라고 하는 1개 기업의 1년 매출액이 2조라 한다. 1개 대기업 매출규모의 10분의 1 수준의 산업인 것이다. 전국 요장업체에 종사자 수는 6,800여명이라 한다. 2002년도 수출액은 1800만불. 정책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수치들이다.
도자기는 왜 만드는가? 필요한 곳에 공급하기 위해서 만든다. 작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엄격히 말하면, 미술시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작품의 존재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고유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이 부분의 오해가 없길 바란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이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치는 언젠가 인정받게 되어 있다). 경제논리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도자기가 생산되기 위해서는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필요조건이란,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조건이다. 재료가 있어야 하고, 기술이 있어야 하고(R&D), 설비가 있어야 하고, 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인(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필요조건만 갖추어졌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수요를 발생시켜서 공급될 수 있는 조건, 즉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마케팅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것을 공급할 수 없으면, 상품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필요조건, 디자인이 우선인 시대
도자공방을 중심으로 필요조건들의 현황을 보자. 국내에 공급되는 소지는 대체로 질이 좋지 않으며, 성분은 그때그때마다 일정하지 않다. 값은 상승중이다. 유약의 품질도 좋은 편이 아니다. 쉽게 구해 쓸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다. 인건비는 상승중이며, 가스비 재료비도 상승 중이다. 생산설비도 비교적 낙후되어 있다. 재료 및 설비에 대한 기술개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이처럼 필요조건들은 많이 나아졌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값싼 인건비 재료비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경쟁력이 디자인으로 옮겨간 것이다.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생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똑같은 재료와 설비를 가지고, 엄청나게 다른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생산의 효율성이 최선의 미덕이었던 때가 있었다. 효율성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제 그것이 최선은 아니다. 하루에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는 10개를 만드는 것이 좋지만, 수요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100개를 만들 능력이 있은 들 소용없는 일이다. 디자인이 생산성보다 우선하는 이유다.

충분조건, 마케팅을 생각하라
서두에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 했다. 소비자들에게 자기의 상품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단 얘기다. 현재, 도자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비싸다, 무겁다, 잘 깨진다, 투박하다…” 혹시 이런 것이나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을 이렇게 바꿀 수는 없을까? “위생적이다, 고급스럽다, 우아하고 격조가 있다, 음식을 훨씬 돋보이게 한다, 우리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나온다… ”
어쨌든 마케팅, 즉 충분조건과 관련된 사항들을 살펴보자. 공방도자를 판매하는 시장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유통브랜드가 거의 없다. 자신의 요장이 곧 판매처인 경우가 많다. 중국 태국 등 저가품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그것들의 품질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자체 마케팅활동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으며, 자기 홍보에 노력하지 않는다. 제품의 분류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소비자들이 신뢰할만한 가격체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사람들은 이제 저렴한 가격보다도 가치에 비중을 둔다. 가격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싸다고 무조건 사지 않는다는 얘기다. 매력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 매력은 실용과 디자인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마케팅 기법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자기 작품의 특징과 장점과 매력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맘을 끌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공간과 컨셉이 맞지 않으면 안 된다.

도자정책의 방향
위에 열거한 필요충분조건들을 잘 분석해보면, 정부의 역할과 정책의 방향이 어떠해야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세계도자기엑스포 재단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려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본래 의뢰받은 내용을 대신할까 한다. 재단은 최근 <도예2020: 비전과 전략>이란 책을 발간했다. 그 책은 도자산업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정책방향과 추진시책 등을 담고 있다. 도자클러스터의 구상을 바탕으로, 분야별 정책 전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중점 추진시책을 간추려보면 이렇다. 도자소비 수요창출 기본전략 및 프로그램, 소지부문 R&D 및 공급시스템 사업 타당성 조사, 도예인을 위한 파이낸싱 및 세제지원방안 연구, 도예교실 및 체험부문의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 명품브랜드 및 유통브랜드 육성방안, R&D기술부문 산학연 연계전략, Design 부문 산학연 연계전략 등이다.
이러한 중점 시책을 바탕으로 재단은 2006년부터 도자산업 발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크게 비엔날레 개최도 도자의 홍보와 수요확산 등에 기여하는 중요한 프로젝트이지만, 보다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마케팅 리서치, 도자 소지 및 재료에 대한 조사, 도자관련 기술개발 정보를 조사하고 요장과 연계시킬 수 있는 활동, 도자 디자인 라이브러리 구축, 도자마케팅과 관련된 이벤트, 도자센서스 등 여러 가지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시장조사를 통한 마케팅 정보, 기술연구 관련 정보, 디자인 관련 자료와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하여, 도예가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예계가 어렵다고 한다.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유럽의 유명브랜드는 물론, 중국 태국 일본 등에서도 질 좋은 저가 상품들이 수입되고 있다. 경쟁은 자꾸 치열해진다. 공방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위한 시장은 좁다. 그러나 수입이 증가된다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잠재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식기를 도자기로 바꿔야할 신규 소비자들이 많다. 최근 몇 년간 인사동 등지에 공예 및 도자기전문매장이나 갤러리가 증가하고 있다. 희망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필자약력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중앙일보사 월간미술 기자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역임
경희대 중앙대 세종대 등 미술사, 미술이론 강의
전시기획, 미술비평활동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회 전시부장, 비엔날레 운영부장 역임
현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지원센터 부장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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