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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작가 - 도예가 손창귀
  • 편집부
  • 등록 2006-05-12 16: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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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작가

도예가 손창귀

예술적 감각을 지키며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작가
도조 대형설치 식기 모든 분야 섭렵하는 멀티세라미스트

도자조형작품이 예술성과 실용성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것은 도조성향이 강한 대부분의 도예가들이 가진 고민이며, 조형도자냐? 생활도자냐? 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대학 도자전공자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기자가 이달에 만난 도예가 손창귀(40)는 예술성과 실용성을 담은 도조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다시 말해 ‘팔리는 도자조형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앤택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새 물고기 도조작품 인기
한 덩이로 제작된 2m이상 크기 대형조형물 제작
손창귀의 도조는 <새>와 <물고기>그리고 <인체>가 모티브다. 새와 물고기는 앤틱Antique가구와 썩 잘 어울릴 것 같은 조금 거칠고 오래된 듯한 표면을 지니고 있다. 어떤 형상은 수납공간도 있어 가구로서의 기능도 한다. 때로는 <새>와 <물고기>가 도자벽화의 반입체 형상으로 등장해 건물외벽이나 실내도벽으로 장식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인테리어 전문가나 독특한 조형작품 수집으로 집안을 꾸미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인체>작품은 실제 사람크기이거나 그 이상 되는 도조형상이다. 기존의 분할 성형 후 2~3단으로 쌓아 올리는 여타 대형 도조물과는 달리 그의 작품은 2m이상의 높이가 한 덩어리로 성형되고 2루베 이상의 대형가마 번조로 완성된다. 대형조형작품은 관공서의 야외조각품 공모 혹은 고객의 특별한 주문에 의해 제작된다.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 당시 이천세계도자센터 앞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과 2005년 제3회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캐릭터인 <여신시리즈>조형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갤러리의 야외공간과 개인의 주택, 복합상가의 실내 인테리어를 위한 도벽으로 제작된 수도 여러건이다.
그는 도조작품 외에 생활도자식기도 만든다. 몇몇 고급식당과의 계약을 통해 수작업으로 제작한 개성있는 작가적 감각이 담긴 현대적 식기를 고정 납품 하고 있다. 고급식당과의 계약엔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도자기를 쓰는 고급식당을 발견하면 일단 오랜 기간 손님으로 방문, 단골손님이 돼 운영자와 인간적 친분을 쌓은 후 자연스럽게 식기에 대한 디자인과 컨셉 등을 함께 고민하고 제안해 원하는 그릇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조건 많은 곳과 거래하기위해 공들이는 것 보다 인간관계를 우선으로 한 진정한 고객을 만드는 것이 주효했다.

가마불과의 첫 만남 마력처럼 도예가의 길 걷게 해
철저하고 혹독한 기초교육 경험 현 작업에 큰 도움
작가는 도예가의 길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도예가라면 누구나 한 번씩 경험했을 상황을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처음 불 때는 가마를 보았을 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가마 속 분위기가 두려웠다. 가마 속에는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이 갇혀있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내 젊은 혈기를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을 엄청난 양의 두려움이었다.” 막 대학 도예과에 입학한 손창귀에게 이 경험은 마력이었다. 89학번으로 홍익대에 입학한 초기 우연히 찾아간 한 선배의 작업실에서 경험한 이 사건은 이후 그를 급속히 도예가의 길로 이끌었다. 조금의 여유시간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작업장을 찾아가 흙을 밟고, 만들고, 불을 때는 일에 열중했다. 도예작업에 관한 새로운 것이면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했다. 외국의 도조작품을 모방하고, 살을 덧붙여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선배와 선생님들의 작업장에서 일을 돕고,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일들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 졸업 후 흙 작업 경험을 더 쌓기 위해 스승인 신상호 교수의 장흥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처음 3개월은 미술관련 서적만 봤습니다. 다음 3개월은 드로잉만 했고 다음 한달 간은 작업 도우미로 심부름만 했습니다. 당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기본에 충실하도록 한 선생님의 깊은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기초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던 훈련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습관이 됐다. 그는 작업과정 중 스케치에 가장 많은 중점을 둔다. 일차적으로 평면에서 시행착오를 줄인 후 모델링을 많이 만들어 시행착오를 한 번 더 줄인다.
예술성 담보로 한 수익위주 작품 전업작가 활동에 큰 밑거름
그는 전시를 앞두고 준비하는 작업과정이 남다르다. 제작되는 작품 중 30%는 조형적 요소를 생각한 새로운 시도의 작품들-판매에는 무관한-을 제작하고 나머지 70%는 30%의 작업에서 파생된 것으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작품을 만든다. 예를 들어 2m크기의 큰 새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30cm 크기의 작은 새들을 모델링 작업으로 100여개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은 대형작업의 전 단계에서 손을 풀기위한 의도와 다양한 모델 중 좋은 형태를 선택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전시회를 열 때 대형조형물과 함께 선 보일 소품판매용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작가의 개인전에서 소품으로 선보인 작은 새는 큰 새 조형물의 작품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호응은 좋다. 그는 “전시를 보기위해 찾아온 전시 관람객들 중 고가의 대형작품을 구입하지 못한 이들이 저렴한 금액으로 소품을 구입해 제 조형작품을 공감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효자노릇을 해주는 소품의 판매 수익은 새로운 작업 시도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어 기쁘기도 하다.”고 한다. 
작가의 예술성을 담보로 한 수익위주의 작품 활동은 전업 작가로써 흙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대 조형작업의 폭을 좀 더 넓은 시야로 보았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었다.

개인전 1회 <새> 2회 <물고기> 실용적 아이디어와 예술적 감각이 융화된 작품평
지난 2002년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전시장에서 가진 1회 개인전에는 <새>가 등장했다. 새와 나뭇가지, 꽃 등의 형상은 석기질이 많은 점토로 성형하고 금속산화물 유약을 시유한 후 닦아내 파스텔톤의 색감과 표면의 거친 마띠에르로 표현됐다. 마치 오래된 기억속의 자연풍경을 회상 하는 듯하다.
2004년에는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주제는 였다. 전시장에는 물고기와 새로 가득했다. 1m가 훨씬 넘는 대형 도제 물고기 다섯 마리가 전시장 바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대형물고기의 비늘을 여러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이루고 있는 독특한 형상은 성경에 등장하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모티브로 했다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들어나 있다. 바닥에 놓인 대형 물고기의 동세 주변에는 물고기와 새가 얹어진 도제상자들이 있다. 마치 잘 장식된 오래된 가구 같은 느낌이다. 또한 벽면에는 다양한 포즈의 수 십 마리의 새들이 진열돼 있다. 이 전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착안한 기발한 아이디어와 작가의 예술적 감각이 융화된 작품들로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며 실용성이 있는 공예품이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영미술관 제안으로 원로 서양화가와 2m높이 야외설치용 대형항아리 제작 중
그는 “학창시절 무엇인가 ‘멋지고 위대한 작업을 해내는 작가’를 꿈꾸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품을 어느 곳에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상황으로 변해 왔습니다. 대학에서 강의 할 때도 어린 후배들에게 예술적 감각과 함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도예작품을 만드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그들을 위한 올바른 미래제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위치한 이영미술관의 제안으로 야외도자조형물을 제작 중에 있다. 손창귀씨가 2m높이의 대형항아리를 성형하고 서양화가 전혁림씨가 기벽에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도예가 손창귀는 그릇을 비롯해 소품, 도조, 환경설치작품까지 모든 도예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분야가 부족하거나 더하지도 않고 고른 실력을 지녔다. 언뜻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축구의 키워드로 불린 멀티플레이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손창귀는 도예계의 젊은 기수로 최전방에 나선 멀티세라미스트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새 시리즈」 1회 개인전
이천 세계도자비엔날레에 설치됐던 「캐릭터 시리즈」 제작장면
「새와 수납함」 2회 개인전
「물고기 시리즈」 2회 개인전
현대적감각의 생활식기
「한향림갤러리에 설치된 야외도벽(폭포)」
위 서초동 더 미켈란 내에 설치된 도벽과 항아리
아래 이영미술관에 설치될 대형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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