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지 않는 배터리, 수계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를 넘다
- 포스텍·서울대, 전해질 설계 및 계면 최적화로 고전압과 장수명 동시 구현
수계 리튬이온배터리의 장수명 특성 달성을 위한 전해질 설계 및 계면 최적화 모식도. (자료제공: 포스텍)
전기차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지만,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 김성근)은 화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박수진 교수, 화학과 통합과정 정인수 씨, 박사과정 김성호 씨 연구팀이 서울대 재료공학부 한정우 교수 연구팀, 통합과정 김영비 씨가 공동으로 ‘물을 가두어’ 친환경적이면서 안전한 배터리의 내구성과 고전압 구동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월 12일 밝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 현대인의 일상에서 필수적인 기술이지만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는 가연성 유기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을 기반으로 한 리튬이온배터리가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는데, 물의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실용화에 제약이 있었다. 특히, 물이 전기화학적으로 안정하게 존재할 수 있는 전압 범위인 전위창(ESW)이 좁아 배터리의 성능이 제한되며, 물 분자의 높은 반응성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의 핵심 전략은 물의 반응성을 억제하는 ‘용매화(solvation)’ 설계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아세트아미드(Acetamide)는 유기 화합물 일종으로, 높은 극성과 수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아세트아미드를 활용하여 삼원계 공융 전해질(세 가지 성분이 녹아 하나의 균일한 액체를 유지하는 혼합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물 분자를 리튬 이온의 1차 용매화층 안에 가두어 자유로운 물 분자(free water)의 양을 줄이고, 물 분자 간 수소 결합 네트워크를 깨뜨리는 방식으로 배터리의 전위창을 1.23V(볼트)에서 3.1V 이상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추가로 연구팀은 배터리의 작동 전압의 범위를 더욱 넓혀 수소 발생 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을 유도하여 리튬 플루오라이드(LiF) 기반 고체 전해질 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이하 SEI)을 형성했다. 이 계면은 전자의 터널링 효과(tunneling effect)를 감소시켜 전자의 이동을 막아 물 분해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장기적인 배터리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결과,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전해질과 SEI 최적화 기술을 적용한 LMO/LTO(Lithium Manganese Oxide/Lithium Titanium Oxide) 셀에서 방전 용량이 152mAh/g(밀리암페어아워 퍼 그램)를 기록했으며, 충·방전을 1,000회 반복한 후에도 76%의 용량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장기 안정성을 보였다. 특히, 기존의 배터리와 달리 별도의 코팅 물질이나 첨가제 없이도 계면 안정성을 극대화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구를 주도한 박수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리튬이온배터리 기술을 앞당기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불에 타지 않는 안전한 전해질을 적용한 수계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 등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Ceramic Korea (세라믹뉴스)=이광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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