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한국세라믹기술원 창업도약패키지
글·사진. 이수빈 기자
한국세라믹기술원
T. 055.792.2500 H. kicet.re.kr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은 3~7년차의 기업을 대상으로 아이템 개발과 성장 촉진을위한 사업 자금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프로그램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또는 고용증가율이 20%이상 성장하는 등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업체를 대상으로 평균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사업비용을 지원한다.
오는 3월 중에 2021년 사업 접수가 예정되어 있으며, 선정된 기업은 선정 후 10개월동안 사업화 자금과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 등 특화 프로그램을 지원받는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해당사업의 주관기관 중 하나로, 세라믹관련분야 30여개 업체의 프로그램 수행을 지원한다. 이 중 도예분야에서는 ‘양지운’과 ‘아토배기’가 2020년의 지원 사업체로 선정되었다. 이들을 만나 브랜드 성장 스토리와 사업지원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장식, 공예의 기능이 되다
양지운
@jiwoon_y
H. jiwoon.co.kr
양지운 대표는 ‘금상감연마기법’을 표면장식에 적용한 세라스톤 시리즈를 공개하며 사업을시작했다. 2013년 이후 사업 7년차에 접어든 그는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양지운’만의 표현기법을 인테리어를 위한 타일에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운영 중인 브랜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름인 ‘양지운’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금상감연마기법을 활용한 생활자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 기법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마감재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금상감연마기법은 브랜드 ‘양지운’만의 표현기법으로, 요철이 있는 표면에 금을 입힌 후 벗겨내는 방식입니다.
대표작을 설명해주세요.
브랜드 ‘양지운’을 알린 제품은 ‘세라스톤 cera-stone’ 식기 라인인데요, 기물의 몸체는 캐스팅 기법으로 제작하고, 조약돌 형태의 손잡이는 석고 틀에 흙을 눌러서 찍어내는 가압성형으로 만듭니다. 초벌 전후의 연마과정을 통해 매트한 질감을 만들고, 손잡이 부분에는 금상감연마기법을 적용해 화려하게 마무리합니다.
수작업 방식을 택한 이유는?
많은 사람이 브랜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공장화 과정을 연상하더라고요. 저 또한 대량생산을 권유받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정 단순화를 위해 형태를 변경해야 하게 되는데, 기계화를 위해 디자인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제품 하나에 사람의 손길이 가득한 지금의 공예적 공정을 지키기로 했어요. ‘만드는 것’ 자체가 나와 내 브랜드의 정체성이니까요.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 수작업의 가치를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생활자기에서 벽장식으로 작업을 확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 역시 공예의 기능이라는 것이에요. 우리 제품은 실용성보다는 심미성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습니다. 금상감 기법을 활용한 화려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에 집중했고, 이를 머그의 손잡이를 통해 보여줬어요. 머그와 에스프레소 잔 등을 ‘일상에서 만나는 오브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새로 선보인 벽면 장식용 타일은 ‘나만의 기법을 활용한 생활 속 오브제’를 실현한 제품이에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구상하기보다는, 나만의 미의식에 공감하는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방향을 택했어요.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넓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을 운영하며 여러 해외 페어에 참여했는데, 작업에 금을 사용하는 특징이 중동과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창업도약패키지는 해외 박람회 참여 및 출장비용을 제공하는데요, 이를 활용해 해외 페어에 참여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취소로 무산되었습니다. 해외 시장에 신제품을 소개할 다른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지원자에게 조언한다면?
나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설정한 이후에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스스로의 기준점을 정하지 않고 사업 선정만을 목표로 한다면 당시의 유행을 따르게 되는 것 같아요. 당장의 금전적 이득을 쫓다 자칫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기 쉽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 가지 작업을 너무 오래한다는 주변 의견에 작업방향을 고민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세라스톤 시리즈로 수많은 페어에 참여했는데도, 우리 제품을 처음 보는 분들이 항상 있더라고요. 5년이라는 시간이 작업자에게는 긴 시간일 수 있지만, 한 제품이 널리 알려지기에는 짧다고 느꼈어요.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작업의 메인 콘셉트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식탁부터 옻칠 도자기까지
아토배기 정의정
@arto_ceramic
H. arto.co.kr
생활자기 브랜드 ‘아토배기’는 2017년 런칭 이후 머그, 반상기 등 생활자기를 비롯해 현대적감성에 맞는 디자인의 내열뚝배기를 제작해 온·오프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이들은 이번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도자에 옻칠을 더한 옻칠도자기 라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브랜드 소개 부탁합니다.
‘아토배기’를 운영하는 정의정입니다. ‘도예공방 아토’로 시작한 우리 브랜드는, 뚝배기 라인을 선보이며 ‘아토배기’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저와 아내를 비롯한 다섯 명의 스태프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제작 품목이 다양한 점이 눈에 띕니다.
현재 생활자기가 98종, 내열자기가 16종으로 총 114개 품목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아토’의 그릇만으로 식탁을 가득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품목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는 온 가족이 따뜻한 국물을 나누는 뚝배기를 비롯한 내열자기를 빼놓을 수 없으니까요. 이중 뚜껑과 두꺼운 기벽으로 보온성에 신경 썼어요. 페탈라이트 소재를 위한 유약을 개발해 설거지 과정에서의 세제 흡수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이번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개발한 옻칠도자기 라인은 기존 제품의 고급화 품목으로, 전통적 가치가 높으면서도 건강에도 좋은 ‘옻’을 활용했습니다.
아토’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도자기 공장의 생산력과 공방의 디자인 독창성을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도자기 공장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방학마다 공장에서 일하며 생산 공정과 원료 배합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반면 아토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저의 아내, 최진선 도예가는 개인 공방을 운영하며 다양한 형태를 제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서로 다른 두 제작 방식을 한곳에 모았습니다.
생산 공정을 체계화하는 동시에, 자동 성형으로는 제작할 수 없는 디자인으로 차별성을 더했습니다.
칠기라인 개발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가까운 거리에 옻칠 장인 전용복 칠예가님의 작업장이 있어요. 선생님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되면서 옻칠을 배웠습니다. 옻은 방수·방습 효과는 물론이고 항균효과까지 있어서 건강에도 좋은 재료에요. 도태칠기는 유약을 입히지 않은 도자기 위에 옻을 바르는 기법으로, 형태적 자유도가 높은 도자의 장점에 옻의 효능을 더했습니다. 옻은 재료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고, 일정 습도에서 마르기 때문에 습실도 갖춰야 해요. 창업도약패키지의 개발비 지원이 옻칠실 설비 구축과 재료구입에 도움이 되었어요.
창업도약패키지를 통해 얻은 도움이 있다면
박람회 참여비가 제공되기 때문에, 2020년 공예트렌드페어에 큰 규모의 부스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장기적으로는 멘토링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멘토링 과정을 통해 도자 생산공장인 성엽자기에서 석고틀 제작을 배웠어요. 기존 등록 멘토 중에서 신청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분야 내에서 경험이 풍부한 분으로 직접 신청할 수도 있거든요. 석고 제형 기술을 익히면, 앞으로의 사업 확장과 생산량 증대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업 지원자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면접 중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10분 발표가 있어요. 이를 대비하기 위해 타이머를 맞춰놓고 연습했습니다. 도예가들은 작업에 대해 대화는 자주 나눌 수 있지만, 회사원들처럼 형식에 맞춰 제품을 설명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만큼 확실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2020년의 코로나 시대를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페어를 비롯한 현장 판매에만 집중했다면 큰 어려움을 겪었겠죠. 평소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가 우리 제품으로 차려낸 식탁 사진을 SNS에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사진의 구성대로 구매하는 고객도 많고, 같은 식단을 차려낸 사진을 올리기도 하더라고요. 고객과의 소통 현장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만큼,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