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
스튜디오 나은_한나은 작가
'순간'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이 일어난 바로 그때, 짧은 시간을 말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시간적 규정을 갖는 말로
어떤 사고의 중심점을 뜻하기도 한다.
서울 방배동에서 작업실을 운영 중인 한나은 작가는
이런 '순간'을 주제로 작업을 풀어나간다.
미래와 과거의 접점이 되는 ‘순간’
현재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는 한나은 작가는 작년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개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후 1년 남짓 한국에서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신인 작가여서일까? 작업의 주제를 잡았을 뿐 아직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본인 작업에 대한 정의를 찾는 중이다.
작가는 현재 ‘순간’이라는 단어를 작업의 주제로 잡았다. 그가 말하는 ‘순간’은 과거와 미래의 접점이자 사건 발단의 시작점이다. 쉽게 말해 세상이 시작된 순간, 사랑을 시작한 순간, 아이가 태어난 순간, 흙을 만지고 작업을 시작한 모든 순간 등 세상의 모든 스토리를 담고 있는 그 짧은 순간이 작업 주제가 되는 것이다. 작업 방법 또한 이런 주제에 부합한다. 소지는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주입 및 가압성형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진다. 흙은 지구가 간직한 순간이며, 순간적으로 만들어내는 캐스팅 기법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맞는다. 돌이 잘게 부수어져 모래가 되고 흙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와 창조되는 그 모든 순간이 작업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할 수도 있지만 작업 속 매 순간들이 작가에게는 스토리가 되며 주제가 된다.
최근 제작한 작품은 도넛 형태의 원형 모양을 하고 있다. 슬립에 유리가루를 섞어 소지를 만들었고, 유약은 사용하지 않았다. 시작과 끝이 없는 것처럼 이런 원형 모양은 순간이라는 주제와도 맞는다. 메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도는 것. 작업이 시작되고 끝이 나는 모든 순간들이 하나의 오브제에 담겨있다.
한나은 작가는 작가로서 이제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정한 방향만큼은 바꾸지 않고 유지해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향후 몇 년간은 개인 작업에만 몰두하려 한다. 무리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려 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당당히 소개할 예정이다.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성을 풀어내는 것이 목적
한나은 작가는 올해 참여한 ‘2023년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을 통해 플레이트 시리즈를 제작한 바 있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능적인 부분이 담긴 작업을 선보이고자 했지만,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그는 조급함을 많이 느꼈다. 이제 막 시작한 신인 작가가 느끼는 불안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마음만 앞서 제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작업보다는 본인이 생각하는 작품을 온전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지원사업 초기에는 분명 사업적인 방향성이 앞섰으나 주변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능적인 부분을 꼭 넣어야 한다는 생각은 곧 작업의 아이디어에 대한 한계를 주었다. 반년 가량 고민이 되었으나 결국 작가가 표현하고픈, 이야기하고픈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가는 이번 지원사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작가들에게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특강과 함께 주변의 객관적인 평가, 사업적인 조언 등은 다른 곳에서 듣기 쉽지 않다. 이를 통해 한나은 작가는 작업의 성향,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해소가 되었다. 또한 작업에 있어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
이제 한나은 작가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것을 가장 우선 순위로 정했다. 이를 위해 먼저 관련 페어에 참여해 본인의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는 것, 그리고 한 단계 더 상장하는 것이 앞으로 그의 목표다.
한나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