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퍼포먼스 ‘라쿠RAKU’
신라대 Raku Festival
글+사진 김아미 신라대학교 조형대학원 산업공예디자인 전공
신라대학교 뒷마당에서 매년 벌어지고 있는 불꽃 마법은 어느덧 25회 남짓 되었다. 이번
이 행사는 현대도예의 한 분야인 라쿠번조 기법을 알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수업의 한 과정으로 진행된 행사이지만 라쿠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들이 참여해 직접 기획·홍보하고 준비과정까지 진행했다. 행사장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미술대학 건물 도자실기실 뒤편 주차장 전체를 사용하였다.
이 날의 행사는 라쿠가마들이 그동안 움추렸던 몸을 움직여 자리를 잡고 점화되면서 시작되었다. 라쿠가마는 이동이 편리하고 간단하게 축조하여 쓰는데 학교에는 도르레를 부착하여 가마 문을 위로 열게 할 수 있는 승염식 구조up draft kiln의 가마와 재활용해서 만든 도염식 구조dawn draft kiln의 가마까지 두 대가 있다. 초벌된 급열급냉急熱急冷이 가능한 다공질점토의 기물들이 저화도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터를 잡고 라쿠가마의 번조가 이루어졌다.
라쿠 가마의 번조가 이루어지는 동안 당일 주요행사로 종이 가마를 지어서 번조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이번 행사를 위해 초청된 박석우 상명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석좌교수와 함께 시작된 가마짓기는 벽돌과 내화판을 사용하여 기물을 올려놓고, 4개의 나무기둥을 만들어 철망을 두르고 파지(코팅된 잡지)를 장석, 규석, 카올린을 혼합한 슬립에 적신 후 가마의 외벽을 만들었다. 그 안의 기물들은 유약을 입히거나 톱밥과 소금 등으로 신문지에 싼 후 슬립에 적신 종이를 여러 겹 바르고 넣었다. 제작시간은 2~3시간이 걸렸고 1,000°정도까지 번조하는데 4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두 대의 라쿠가마들은 번갈아가며 결과물들을 내어놓았는데 뜨겁게 달아오른 기물을 톱밥, 신문지와 함께 폐기된 금속 캐비넷에 넣어 연煙이 스며들도록 했다. 특히 동 같은 금속산화물을 섞은 색유들은 뚜껑을 열고 곧바로 물을 뿌려 환원상태를 정지시켜줌으로써 다양한 색과 질감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라쿠 유약만의 즐거운 효과는 당일 참여하여 직접 체험했던 참가자들에게도 관심을 끌었다.
그렇게 가마의 불꽃은 저녁까지도 치솟았고 솥뚜껑 삼겹살 파티로 라쿠축제는 새벽녘까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과 행사 참여를 위해 방문해 준 상명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생들, 부산대 공예학과 학생들, 부산 경남의 도예 관련 교수님들과 작가 분들, 부산도예가회원분들까지 250명 가량의 인원은 마지막까지 동참했으며 이날의 결과물들은 현장에서 바로 전시되었다. ‘라쿠’라는 매개체로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라쿠는 단 시간 내에 간단한 설치로 원하는 형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뜨거운 상태의 기물을 꺼내어 연소물질 등을 이용해 환원시키고 급냉急冷을 시키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며 그런 기법들로 완성된 즉흥적인 결과물은 많은 도예가 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사실 라쿠는 공식도 형식도 없다. 매번 또 다른 새로운 모색이 이루어지는 라쿠 기법의 자유로움이 라쿠만의 매력인 것 같다. 그러기에 라쿠번조는 항상 새롭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라쿠樂燒’라는 그 의미처럼 이날의 <라쿠 축제>는 모든 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었다. 더욱이 공동체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 행사가 학생들 중심으로 그들 자신이 즐거운 퍼포먼스의 한 일부분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고 본다.
라쿠작업을 하면서 ‘흙과 같은 소박한 물질을 가지고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이 즐거워 세상이 아름답고 멋지다’는 피엣 스톡만Piet Stockmans의 글이 떠올랐다. 이틀 동안 이루어진 작은 작업일 뿐인데 ‘라쿠’라는 것이 도자라는 영역에 있어서 조형적으로 끌어내기에 매우 좋은 기법이라 여겨지며, 항상 새로운 즐거움으로 표현된다는 것이 멋스럽기만 하다. 도자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매년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이경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1 유치원생들의 라쿠 체험 2 톱밥이 채워져 있는 캐비넷에 기물을 넣어 환원시키는 과정 3 번조가 끝난 종이가마의 내부모습 4 물을 뿌려 급냉急冷을 시키고 수세미질이 끝나면 완성 된다 5 라쿠용 집게로 번조가 끝난 기물을 꺼내는 과정 6 주차장 한편의 번조 될 기물들의 모습
<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 2007년 7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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