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New York 2007
글+사진 전신연 도예가
<제10회 SOFA뉴욕>이 지난 6월 1일부터 사흘간 뉴욕 맨하탄의 파크 애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박람회의 부제는 《포스트 크래프트 예술Post Craft Art》이었는데 10개 국가 58개의 갤러리가 순수 예술과 장식, 디자인 예술을 넘나드는 포스트 크래프트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필자는 둘째 날과 셋째 날 이틀간 참석할 수 있었다.
우선 약간은 생소한 ‘포스트 크래프트Post Craft’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주최 측에서 기자들에게 나누어 준 보도자료를 참조해 보았다. 다음은 그 내용 중 포스트 크래프트에 관련된 부분을 번역하여 옮긴 것이다.
SOFA의 디렉터이자 설립자인 마크 리만Mark Lyman은 SOFA의 작품들을 포스트 크래프트 예술 운동의 좋은 예라고 말했다. SOFA는 미적 다원론에 근거한 온갖 형태들이 난무하던 1990년대에 설립되었다. 공예Craft라는 말은 19세기말 20세기 초의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에서 비롯된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 단어로는 기존의 자료를 사용해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었거나 새로운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만들어지는 표현의 정수를 잡아내는 데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어 왔다. 또한 어떤 작품에서는 단순한 기능성을 넘어서는 지적으로 복잡한 내용들을 표현하곤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공예라는 말로는 충분히 포괄적이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또한 대중적으로 공예라는 단어가 사용되면서 고유의 의미를 잃고 이제는 어떠한 작업에서건 창조적 시도에서의 빼어난 솜씨, 과정이나 기법에 있어서의 독특한 기교 등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20여 년간 공예 분야에서는 이를 재정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다른 모든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유기적인 작업이다. 누구도 목욕물과 함께 그 안의 아기를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공예라는 단어를 포기하더라도 이미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솜씨나 감각적인 재료들을 다루는 기교들은 여전히 중요한 내용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크래프트는 다른 예술 운동과 마찬가지로 이전 예술사조와의 동일성sameness과 상이성difference의 두 측면 모두로써 정의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 이전 예술사조란 공방공예운동Studio Craft Movement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현재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공방공예운동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One of a Kind:The Studio Craft Movement》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미묘한 동일성과 상이성을 통해서 포스트크래프트를 정의하는 것보다는 기능 본위의 작품을 넘어서 새로운 재료에 대한 시도, 더욱 복잡한 지적 내용물을 담아내는 추상과 조형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포스트크래프트의 기본 흐름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SOFA의 작품들을 경험하는 것이 포스트크래프트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SOFA New York에서는 단순한 단어나 분야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포스트크래프트 작품의 정수들을 보여준다. 이번 박람회에 포스트 크래프트적인 도예작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 부스와 대표작가로는 다음과 같은 곳었다.
다이이치 갤러리Dai Ichi Arts: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일본의 대중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귀여운 캐릭터를 단순화한 조형작품을 주로하는 타카시 히노다Takashi Hinoda를 소개하였다. 그는 기존의 유약 작업 대신에 그림을 그리거나 페인트를 칠하듯이 작품이 마른 뒤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컬러 슬립을 입힌다.
딘 프로젝트Dean Project:북유럽 중세 목각에 영향을 받은 영국 도예가 필립 에글린Philip Eglin을 소개하였다. 그는 역사적 목각작품들의 미적 가치를 이해하였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생긴 손상도 그의 작품의 중요한 부분으로 사용했다.
낸시 마골리스 갤러리Nancy Margolis Gallery:핀란드 작가인 킴 시몬슨Kim Simonsson을 소개했는데, 이번에 그는 일본 만화의 한 어린이 등장인물에서 모티브를 받은 실물 크기의 작품을 전시했다.
조안 머비스Joan B. Mirviss:9월에 맨하탄에 실제 갤러리를 오픈할 예정인 조안 머비스는 유명한 일본 예술품 딜러이다. 이번 소개 작가 중에는 일본 작가인 아키야마 요Akiyama Yo가 있는데 그는 작품의 제작은 흙에 갇혀 있던 에너지를 해방시키는 과정이며, 작품이란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라코스테 갤러리Lacoste Gallery의 마가렛 킬란Margaret Keelan, 페린 갤러리Ferrin Gallery의 세르게이 이수포프Sergei Isupov, 크리스 안테만Chris Antemann 등이 주목할 만했다.
갤러리 리스트에서 대표적인 도예 갤러리인 가스 클락 갤러리Garth Clark Gallery를 찾을 수 없어서 의아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SOFA에는 가스클락이 참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8월경에 갤러리 비지니스를 마감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대신에 Dean Project의 마크 딘이 갤러리 관계자들과, 기자들을 위해서 롱아일랜드의 가스 클락 갤러리까지 셔틀 서비스를 제공했다. 작년 5월호에 필자가 미국의 도예갤러리를 소개하면서 가스클락 갤러리가 미국내에서 거의 최후로 남은 도예전문 갤러리라고 언급했었는데, 곧 문을 닫는다고 하니 아쉬운 느낌도 들고, 갤러리 비지니스가 과연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 곳에서 <2007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의 심사 위원장이었던 호주 도예잡지 Art and Perception의 편집장 자넷 맨스필드Janet Mansfield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넷은 비엔날레에 입선한 작품 중 필자의 작품인 「여인II」를 상당히 정교한 작품이었다고 기억하면서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와 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글로벌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는 또한 소파 뉴욕의 자매격인 소파 시카고는 양적으로 훨씬 큰데, 소파 뉴욕은 거기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작품을 하나하나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다.
필자 개인이 추구하고 있는 구상적이고 사실적인 작업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인물 형상 작업들은 결코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인물 소재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흥분시키는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그 좋은 예가 소파 뉴욕이라 하면서 도자, 유리, 금속공예와 회화작품 등에서 인물이란 주제를 각자의 영역에서 다른 스타일로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언급했다. 간혹 미술 잡지에서 “구상(인물) 작업은 죽었다”라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글과는 관계없이 언제나 새로운 스타일의 구상작품들과 고전을 기반한 작품들이 나온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인물 형상을 소재로 하는 구상 작품들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유일한 한국측 참가부스였던 엔크래프트 코리아Encraft Korea는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공예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였는데, 쟈넷은 그 중에서 윤광조씨의 「Mountain Dream」을 언급하며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고 시적인 작품이라며 호평했다.
결론을 짓자면,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SOFA에서의 일본세였다. 각 갤러리들은 SOFA에 참여하기 위해서 상당한 액수를 주최 측에 지불해야 하고, 고객들에게 작품을 판매함으로써 어느 정도 경비를 충당해야 한다. 따라서 갤러리들은 작품성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팔릴만한 작가의 작품들을 선보여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 도예가 많은 미술시장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들이 충분한 상품가치를 가졌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인들의 일본 도예에 대한 약간은 막연한 신비감 같은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곰곰히 그 배경을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또 한 가지 충격적인 것은 가스클락 갤러리의 불참과 갤러리 폐관 소식이었다. 뉴욕에 가기 전부터 웹페이지를 통해서 참여 갤러리들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가스클락 갤러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8월 중에 맨하탄과 롱아일랜드에 있는 두 갤러리 모두를 닫는다고 하는 것을 미루어보면 아마도 갤러리의 운영이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갤러리는 닫더라도 운영자인 가스클락 씨는 활동을 계속한다고 하니 이전보다 더욱 알찬 결과들을 기대해 본다.
이번호에서는 이상과 같이 개략적인 SOFA New York의 분위기를 전달하려 했다.
다음호에는 SOFA에서 만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1 Dai ichi Gallery
2 Nancy MargolisKim Simonsson02
3 한국의 엔크래프트 코리아 부스
4 박람회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
5~7 행사장 곳곳에 선보인 도예작품들
필자 전신연은 미국 매릴랜드 타우슨 대학에서 Human Figure를 강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개인전, 단체·초대전을 포함해 70여 회의 전시를 가졌으며 현재 미국 현지에서 도예가로 활발한 활동 중이다.
<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 2007년 7월호를 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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