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R&D, 가뭄 끝 호우주의보
2009년 추진위, 2010년은 정책포럼
2010년.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이 날개를 달았다. 10년간 1조원이 투입되는 WPM 기획위원장에 백성기 포항공대 총장이 선임된 것. 그동안 소재 관련 대형 사업에서 규모의 논리에 밀려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보지 못했던 세라믹계로서는 실로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수면 아래서 진행 중인 빅뉴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백성기 포항공대 총장, WPM 기획위원장 선임
지난달 22일 지식경제부는 임채민 차관 주재하에 10대 핵심소재 개발을 위한 WPM(World Premier Materials) 기획위원회의 1차 회의를 개최하고 기획위원회 명단을 발표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재정자금 총 1조원을 투자하여 추진하는 WPM 사업의 기획을 위한 『WPM 프로그램 기획위원회』는 산·학·연, 소재 분야별(금속·화학·세라믹·섬유) 대표성을 지닌 국내 최고의 전문가 16명으로 구성. 이중 세라믹 소재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로는 백성기 총장을 비롯해 김경회 한국세라믹기술원장, 김진영 쌍용머티리얼 상무가 눈에 띄는 정도다. 백성기 총장은 세라믹계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지난해 한국세라믹학회장을 역임했던 명실상부한 세라믹소재 전문가이지만 위원장으로서 중립적인 위치인 만큼, 세라믹분야는 단 2명의 위원만을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세라믹에 유리한 결과는 기대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공정한 경쟁은 가능하게 된 것. 이제 세라믹계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소재당 R&D에만 1천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만 남은 셈이다.
깃대는 10개, 선수는 4명
유불리 떠나, 공정한 경쟁 가능
앞으로 기획위원회는 프로그램 추진방향 수립, 10대 소재 선정 기준 설정, 후보과제 검토, 사업단 선정·중간 평가 체계 마련 등 WPM 사업 추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지경부에 따르면 기획위원회는 2018년까지 세계최고수준(World Best) 10대 핵심소재(WPM) 개발을 WPM사업의 목표로 설정하고, ‘breakthrough(한계돌파형)’, ‘기업주도’, ‘오픈이노베이션’ 을 사업추진의 기본철학으로 설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breakthrough는 기존기술의 개량이 아닌 성능의 혁신적 개선 및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강력한 진입장벽 구축 가능한 세계 최고수준의 고성능소재 개발을 의미하며, ▲기업주도는 소재기업과 수요기업들이 개발초기단계에서부터 사업화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재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혁신중개상 및 글로벌 소재기업 등을 통해 해외 R&D 자원과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업단 선정(‘10.7월 예정)시 까지 매월 1회 개최될 기획위원회는 프로그램 기획 (‘09.12월~‘10.2월말) → 과제 발굴 및 선정(‘10.2월~3월) → 과제별 기획(‘10.4월~5월) → 사업단 선정(‘10.6월~7월)의 일정을 책임질 예정이다.
매월 1차례 회의, 3월 과제 선정 → 7월 사업단 선정
이 10대 핵심소재 중 세라믹이 2~3개 선정될 경우, 금년에만 200~300억원의 신규 R&D 예산이 세라믹산업에 투입되며 이는 10년간 지속되는 것. 아울러 2천억원 규모의 20대 핵심부품소재, 3대 소재 Hub에 투입되는 Test-bed 구축사업, 소재전문펀드 등을 감안하면 연간 수백억 원 이상의 신규 예산이 세라믹소재 분야로 유입될 전망. 이는 기존 사업을 포함할 경우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지난해 5월 지경부가 발표한 연간 400억원(5년간 2천억원)의 2배 또는 그 이상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지경부 바이오나노과, 2010년 세라믹에 올인
발전전략 후속조치 마련에 구슬땀
하지만 이 또한 첨단세라믹산업 발전전략의 후속조치를 전제하지 않은 조건. 현재 세부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바이오나노과는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의 지형을 뒤흔들 빅뉴스를 마련 중에 있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할 고비도 존재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세라믹계가 역량을 모은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R&D에만 막대한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후속투자를 감안한다면 향후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은 일대 전기를 맞이하는 셈. 아울러 정부의 세라믹산업 육성의지가 확고한 만큼 금융권과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서도 세라믹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특별법 추진위 대정부 활동 주효
산학연관 정책포럼의 결성 시급
하지만 이 기회를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라믹계의 역량을 모을 구심점의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한 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진위가 결성되어 활동에 돌입하고, 산학연이 이 추진위에 힘을 보태면서 세라믹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는 결국 특별법 없이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달라진 위상과 환경에 맞춰 정부에 일방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추진위 보다는 산학연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협의하는 포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추진위를 중심으로 포럼 구성을 위한 실무팀이 가동되고 있으며 금년 초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세라믹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여부. 치열한 산업전선을 뛰고 있는 기업입장에서 장기적인 포석보다는 눈앞의 결과가 더 시급한 것은 자명한 이치. 하지만 세라믹을 위해 헌신한 기업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지난달 22일 세라믹기술원에서는 첨단세라믹산업 발전전략의 세부실행 계획
수립을 위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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