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의 재조명
라쿠의 재료와 기법
글/사진 김승욱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도예학과 교수
벌겋게 달구어진 가마 뚜껑이 열렸다. 점토는 투명한 붉은 색이다. 반짝이는 유약 위에서 불꽃이 반사된다. 집게로 잡아 중심을 잡는다. 집중하여, 도자기를 들어올려, 꺼내어 톱밥 속에 넣어라”. 어느 라쿠 광신자의 표현처럼 그것은 분명히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흥미로움과 긴장감을 자아내게 한다. 유럽을 거쳐 미국에 전파된 라쿠는 전통 라쿠와 일본 다도(茶道)의 범위와 배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 형태, 방법들을 통해 새로운 라쿠 기법으로 발전되면서 현대도예의 창작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어왔으며 우리에게는 1980년대 중반이후 외국 여러 나라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들의 작품과 워크숍(Workshop) 등을 통해 변화무쌍한 라쿠기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 환경에 적합한 재료와 기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여 이 기법을 폭넓게 활용할 수 없었다. 필자는 그동안의 연구내용을 토대로 라쿠의 재료와 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라쿠 점토
라쿠용 점토는 간단히 말해서 소성과정에서 나타나는 급속한 온도상승과 갑작스러운 냉각과정에서 견딜 수 있는 어떤 점토도 사용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라쿠용 점토들은 석기점토류(청자토, 산백토, 옹기토 등)나 내화점토류(산청토, 조형토 등)와 같은 점토 등이 기본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기본으로 전체 마른 흙에 20~30%정도의 소분(20~40목), 톱밥 혹은 연탄재(30~40목)등을 섞어주어 열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다공질(多孔質)의 점토를 조성하여 주고, 일정량(약 10~15%)의 비가소성 원료(활석, 규회석등)를 첨가시켜줌으로써 점토의 열 팽창 및 충격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가소성원료가 첨가됨으로써 점토의 가소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가소력을 높여주기 위하여 약간 양(2~4%)의 벤토나이트를 첨가해주면 도움이 된다. 위와 같이 직접 점토를 조성할 경우 점토의 색깔도 조절할 수 있으며, 가능하면 밝은색 점토가 유약 발색에 좋은 결과를 준다. 점토 배합 시에는 기본 점토를 슬립상태로 만든 후 각종 충전재(filler)들을 섞어 두꺼운 신문지위에 펴서 적당히 말린 후 비닐에 밀폐하여 2~3일 숙성 후에 반죽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라쿠용 조합토 #1>
산청토(건조) 50
백자토(건조) 20
활 석 10
소 분(40목) 20
쮡 평균 소성 수축율 : 6%
소성 후 점토색 : 담황색
라쿠용 조합토 #2>
산백토(건조) 65
Ball Clay 15
활 석 18
규 사 2
쮡 평균 소성 수축율 : 7%
소성 후 점토색 : 밝은 미색
라쿠용 조합토 #3>
옹기토(건조) 40
Ball clay 10
활 석 20
소 분(40목) 30
쮡 평균 소성수축율 : 7%
소성 후 점토색 : 황갈색
유약 및 시유방법
라쿠 유약은 소성의 특성상 보통 900~1,050℃ 사이에서 용융될 수 있는 저화도 유약 조합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조합식은 간단하며, 여러 가지를 실험하기보다는 한두 가지를 실험하여 선정한 후, 이를 응용하는 것이 좋다. 거의 모든 라쿠 유약은 소오다, 연(鉛), 붕산, 규석, 점토류 그리고 프릿트 등과 같은 제한적인 몇 가지 유약 원료들로 구성되어 진다. 특히 저온유에서는 주로 연(鉛)을 기본 융제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독성이 강해 사용상에 어려움이 있어 불용성 규산염형태의 무연 프릿트를 사용하여 조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필자도 국내에서 라쿠 작업을 계속해 오면서 미국에서 주로 사용해 왔던 다양한 알카리성 혹은 붕규산염 형태의 무연 프릿트(ferro frit 3110, 3120, 3134등)와 Gerstley Borate1) (Colemanite로 대치 가능) 등과 같은 저온유 조합에 필요한 원료구입에 어려움이 많아 우리 재료로 대치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주)한영산업 (전화:053-856-9393)에서 생산되는 무연 프릿트 3종(#964/ DY8016/ DY220)을 찾아 이를 이용한 기본유를 조성하여 여러차례 실험하였고, 여기서 선정된 기본유에 유탁제 및 발색제(각종 안료, 탄산 동, 망간, 코발트, 산화철 등)를 첨가하여 다양한 색유들도 조성할 수 있었다.
유약을 시유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첫째, 대체로 다공질의 라쿠용 점토가 유약을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일반적 시유 보다 두껍게 시유 하는 것이 좋다. 얇게 시유 되면 거친 표면과 일정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것이 나타나게 된다. 둘째, 소성하기 하루 전에 시유를 마침으로써 기물이 완전히 건조된 후 소성 하는 것이 라쿠와 같은 급열 소성 시에 안전하다.
아래에 몇개의 기본유와 이를 기본으로 산화물을 이용한 색유를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착색 금속산화물 첨가에 의한 색유는 가연성 물질과의 후속처리과정에 따라 색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본유 #1
950~1,000℃
프릿트 DY8016 85
카올린 15
+벤토나이트 3%
CMC 용액 1t/s
기본유 #2
940~960℃
프릿트 DY220 84
Ball Clay 8
석회석 8
CMC 용액 1t/s
기본유 #3
1,000℃
규석 55
탄산리튬 30
카올린 15
+벤토나이트 3%
CMC 용액 1t/s
색 유
기본유 + ⅰ)청자색 : 이산화 망간 5%, 탄산 동 3%
ⅱ)청록색~붉은 동색 : 탄산 동 혹은 산화 동 10%
ⅲ)레몬색 : 이산화 망간 1.5%, 탄산 동 3%
ⅳ)보라색 계열 : 이산화 망간 4%, 산화 코발트 1%
ⅴ)금빛 러스터색 : 루티일 4%, 탄산 동 0.5%
ⅵ)붉은색 : 탄산 동 3%, 붉은 산화철 1%
ⅶ)기타 각종 색상의 안료 : 2~8%
소성방법
■초벌소성
라쿠를 위한 초벌소성은 일반적인 방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라쿠용 점토는 다공질 점토로써 수증증발도 빠르게 진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율도 매우 높다. 특히 유약 소성 시에 깨지기 쉬우므로 일반적인 초벌소성보다 높게 약 1,020~1,050℃에 소성 한다.
■유약소성
필자는 라쿠유약 소성시 가마 안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온도계 혹은 콘(cone)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첫 번째 가마는 대개 1시간 정도면 900~1,000℃정도로 오르며, 그 다음부터는 소성시간이 짧아진다. 소성과정동안 가마의 관찰구를 통해 기물표면의 유약 용융상태를 수시로 관찰하고 유약이 완전히 녹은 후, 가마 불을 끄고서 약 15초 정도 가마 안에서 유약을 안정시켜준다. 기본유 소성시에는 기물을 가마에서 꺼내 약 20초 동안 공기 중에서 자연냉각 시킨 후, 약간의 마른 톱밥(너무 고운 톱밥 사용은 피한다.)과 적당한 크기로 자른 신문지 등을 담은 금속 통(페인트 통이나 각종 크기의 드럼통)안에 기물을 넣고서 뚜껑을 닫아 밀폐시켜 연기를 내어 앞서 자연냉각과정에서 생긴 유면 균열부분에 연(煙)이 스며들도록 약 5~10분 정도 놓아둔 후, 뚜껑을 열어 톱밥이나 볏짚을 보충해 주고 다시 뚜껑을 닫아준다. 이렇게 두번 정도 반복하여 주면 재미있는 균열효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과정을 끝낸 기물을 바로 물에 넣어 급냉 시키지 않고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서서히 냉각시키며 세제를 이용해 수세미로 검게 그을린 부분을 세척하여 주면 소성을 마치게 된다. 색유 소성방법은 기본유 소성과정과 거의 비슷하나 금속산화물을 섞은 색유를 소성 할 때는 다양한 가연성물질(신문지, 톱밥, 왕겨, 낙엽, 볏짚 그리고 잡지종이 등)을 활용한 후속소성 처리과정에서 그 재료, 시간, 온도 그리고 날씨 등과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깔과 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주로 동(copper)이 섞인 유약을 많이 사용하는데 가마에서 기물을 즉시 꺼내 미리 준비된 뚜껑 달린 금속통에 넣고서 볏짚, 톱밥 등과 함께 뚜껑을 닫아 산소를 차단시켜 10~15분간 인위적인 환원분위기를 만들어준 후, 뚜껑을 열고서 곧바로 물을 뿌려 급냉시켜 환원이 된 상태를 정지시켜줌으로써 계속 변화되는 유약의 색상을 조절하며 고정시킨다. 순식간(보통 3~4분)에 이루어지는 이때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동(copper) 섞인 유약을 소성하면 청록색에서 붉은 동 색깔의 금속성의 러스터 효과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가 마
라쿠 소성을 위한 가마들은 소성의 특성상 안전하게 실외에 설치된 어떤 종류의 가마도 가능하다. 나무, 기름, 전기 혹은 LP Gas등의 연료를 이용한 가마를 축조할 수 있으며, 보통 간단하게 축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라쿠가마는 승염식 가마(updraft kiln) 구조가 일반적이다. 단열벽돌을 이용하거나,
금속 드럼통 혹은 철망에 ceramic fiber(ceramic board도 가능)를 부착하여 축조할 수도 있으며, 만약 폐기하려고 하는 원형 혹은 사각의 전기가마가 있다면 가마 안의 열선을 제거한 후에 버너를 설치하여 이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편리한 디자인은 가마 위에 도르레를 부착하여 가마를 위로 열게 한 후 기물을 꺼내기도 하고<사진1>, 혹은 가마의 전면 또는 윗면을 열도록 하여 기물을 앞 혹은 위로 꺼내기도 한다.<사진2> 가마를 설계 시에 온도가 잘 상승할 수 있도록 버너의 위치와 flue hole(가마 위 구멍)의 크기를 잘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가마를 설계하고 사용하게 되지만 주로 단열벽돌 혹은 단열석면을 이용한 가벼우면서도 이동 및 쉽게 축로가 가능한 소형 라쿠가마를 선호한다. 아울러 라쿠 소성의 특성상 유약이 용융 되었을 때에 가마 안에서 기물을 꺼내기가 편리하고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철저한 안전장비<사진3>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라쿠의 재료와 기법이 각자의 개성과 필요에 따라 창작활동에 다양하게 활용되어지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Steve Branfman, RAKU: A PRACTICAL APPROACH. Chilton Book Co. PA, USA. 1991
Robert Piepenburg, RAKU POTTERY. Pubble Press. MI, USA. 1994
김승욱, 새로운 유약과 그 데이터(6)- 락쿠(Raku). 월간도예 1996. 12월호 pp. 46~47
김승욱, Raku 기법. 국제라쿠심포지움 코리아2001.
1) 일명 붕규산칼슘 혹은 회붕광으로 불리우는 이것은 북미지역에서만 산출되는 B₂O₃계열의 자연 프릿트로서 현재 채광이 금지되어 미국 Laguna Clay도재상에서 대치물(laguna borate)이 생산돼 시판됨.
필자약력
미국 롱 아일랜드대학교 대학원 졸업(M.F.A.)
개인전 3회(미국,호주)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90여회
미국 롱 아일랜드대학교 미술대학 객원교수 역임(1992~95년)
현,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도예학과 교수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