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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도자기⑹ 제례 용기
  • 편집부
  • 등록 2003-08-25 23: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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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유화열 도예가 고대 멕시코의 종교는 동서양의 그것과 대비되는 많은 독특한 점을 갖고 있다. 먼저 이들은 제정일치사회를 만들었으며 종교가 일상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생활을 했다. 한편 이들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 세상을 바꾸어 나아갈 수 있다는 인간 중심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든 신들은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신들에 대한 인간의 역할과 위상도 커진다. 사실상 이들은 인간과 신을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신이 인간이 되기도 하고, 인간이 신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이 인간적인 생로병사의 기쁨과 슬픔을 가지며, 인간이 신이 되어 제사를 주관하는 등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우주와 인간의 혼돈 혹은 혼연일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들의 우주관 속에서 인간의 역할의 중요성은 수많은 대단위 피라미드를 건설하게 하였으며 모든 마을 사람들이 참여하는 각종 종교행사가 끊이지 않았고 일상에서도 종교적인 활동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러한 이들의 종교적인 특성은 일상생활에도 부분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도자기 역시 이러한 일상에서의 종교 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였다. 제례용으로 보이는 고대의 점토인형과 향로, 납골함 등이 수많은 유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대 멕시코에서는 무덤 속에 고인이 쓰던 물건들, 그리고 수많은 점토인형을 함께 봉헌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점토인형들은 무덤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뜨랄띠꼬의 예쁜 여자 점토인형, 떼오띠우아깐의 대형 향로, 믹쓰떼까의 납골함, 마야의 점토인형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섬기는 신의 모습이 얼마나 인간에게 가깝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다. 인간적인 신이라는 이들의 우주관이 그들이 점토로 만들어 놓은 신들의 모습에서 역력히 나타난다. 또한 각종 제례의식에 이용되는 용기도 일반화되어 발전하였다. 그러나 16세기 에스빠냐 병사들 앞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그들의 신은 공식적인 역사의 뒤로 사라지게 되었다. 에스빠냐 정복자들은 멕시코 인디오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잔인하게 파괴하였다. 당시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자랑하던 수많은 피라미드는 허물어지게 되었고, 바로 그 자리에는 유럽의 교회가 세워졌다. 대표적인 곳이 멕시코시티의 대성당과 삼문화광장이다. 대성당이 세워진 장소는 과거 메시까의 중심지였다. 대성당에서 한 블럭을 가면 뗌쁠로 마요르 유적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이 대성당 지하에 대단위의 발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삼문화광장에는 메시까의 피라미드와 식민지시대에 세워진 교회, 그리고 최근에 세워진 외무부건물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고 해서 삼문화광장이라 부른다. 여기에 세워진 교회 역시 대성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라미드를 허물고 그 위에 건축되었다. 피라미드가 허물어지면서 피라미드를 만든 그 돌은 다시 교회 건축에 사용되었다. 그래서 일부 고대 피라미드의 건물 내외 벽 문양이 조각된 돌들이 끼어있는 교회가 종종 눈에 띤다. 이와 같은 식민지화의 가장 중요한 사업인 고대 종교 말살과 카톨릭 전파에 힘입어,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오늘날 멕시코 사람들의 대부분은 카톨릭 신자이다. 그러나 멕시코에 정착된 카톨릭은 인디오의 종교관과 혼합되어 유럽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우선 교회 안에 있는 종교적 조형물들에서 이러한 요소들이 느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표현에 있어서 솔직하고 좀더 인간에 가까운 따뜻함이 느껴지는 면도 고대 인디오들의 종교 예술 표현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치아빠스의 싼 후안 데 차물라(San Juan de Chamula) 교회는 매우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그들은 마치 고대의 신과 유럽의 교회에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할까, 아니면 겉모습은 카톨릭이지만 속에는 그들의 종교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어두운 성당 안에서 촛불을 켜고 콜라(음료수)가 들어있는 병을 봉헌하면서 황색의 피부를 가진 예수상에 고대의 전통인 꽃을 가져다 바치며 인디오 언어로 기도를 하고 근처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고대 마야의 제례용 향로와 같은 모양의 향로에 신성한 연기를 내는 꼬빨을 태우는 모습은 신비스럽게 까지도 느껴진다. 제례용기의 종류 。사우마리오(sahumario, 향로) - 멕시코에서는 주로 숯과 비슷하게 생긴 꼬빨 향을 사용한다. 보통 꼬빨은 굽다리가 높은 오목한 모양의 향로에 담고 후후 입김으로 불어가면서 불을 피운다. 고대 떼오띠우아깐에서는 특히 향로에 화려한 장식을 하였다. 지금도 이 향로는 일반가정에서도 많이 쓰인다. 집안에 카톨릭의 예수나 성모의 상을 모시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이 꼬빨 향로를 피운다. 십자가 앞에 있는 향로에다 향을 피우며 사업의 번창, 병의 치료 등을 기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특히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에게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향로는 아직까지도 꾸준한 수요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생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세로(brasero, 화로) - 불을 피우거나 환하게 불을 비추기 위해 쓰이는 아주 큰 용기이다. 메소아메리까에서는 화려하게 조각한 뒤에 채색한 화로가 많이 제작되었다. 。깐데라브로(candelabro, 촛대) - 초에 불을 붙이는 행위에는 신성함의 의지가 숨어있다. 멕시코의 제례용기에서 깐데라브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멕시코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지는 깐데라브로는 한 개를 꽂을 수 있는 단수 깐데라브로 보다는 여러 개의 초를 꽂을 수 있는 복수 깐데라브로가 더 자주 보인다. 두 개에서 세 개, 많게는 열 개 이상을 꽂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미초아깐주의 싼타 페 데 라 라구나에서는 검은색 광택유약을 바른 제례용 도자기가 많이 제작되는데 <사진 1>의 제례용 깐데라브로를 보면 나무기둥의 양쪽으로 두 마리의 새가 날고 있고 그 위로 아홉개의 초 꽂는 대가 있다. 검은색의 광택유약으로 시유된 도자기들은 디아 데 무에르또스에 제사상에 올려진다. 반면에 <사진 2>의 깐데라브로는 주석불투명의 백유 위에 기하문을 코발트 안료로 그린 딸라베라 도자기이다. 이 깐데라브로는 특이하게도 금속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이를 통해서 차갑고 깨끗한 이미지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깐데라브로라는 용도와 잘 어울리고 있다. 때로는 주석제품이 주가 되어 딸라베라가 장식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진 3>은 이수까르데 마따모로스의 해골점토인형 깐데라브로이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해골은 양팔에 깐데라브로를 들고 있다. 깐데라브로라는 실용적 역할과 점토인형의 조형적 역할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집스럽게 자신을 내세우면서도 전체적인 미적 조화를 깨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다. <사진 4>는 메떼빽의 유명한 ‘아르볼 데 라 비다’ 깐데라브로이다. 아담과 이브, 뱀, 새, 잎사귀, 꽃이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점토인형(휘구라, figura) - 고대에는 점토인형을 무덤에 함께 봉헌하는 풍습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풍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으나, 점차로 내면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조형 대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식민지 이후에 카톨릭 종교를 비롯한 유럽의 문화는 점토인형의 주제와 소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바로크 양식에서 보여 지는 천사, 인어와 같은 표현은 특히나 메떼빽에서 만드는 점토인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사진 5>는 메떼빽 도예마을의 알퐁소 쏘떼노(Alfonso Soteno)가 제작한 해골들의 결혼식이라는 작품이다. 신랑 해골은 멋진 옷을 차려 입고 성스러운 촛불을 들고 있고, 신부 해골은 너무나도 우아하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부케로 보이는 흰 꽃을 들고 매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6>은 메떼빽의 미겔 앙헬 곤살레스(Miguel Angel Gonzales)가 제작한 화관을 쓴 수녀라는 작품이다. 해골 수녀의 웃음은 매우 익살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해학적 표현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여유, 미를 해석하는 태도와 역설, 그리고 은유적으로 인간의 그림자를 표현하는 감성적 지혜가 엿보인다. 멕시코의 도공들은 해골이라는 별로 느낌이 좋지 않은 소재를 상당히 유쾌한 소재로 전환시킬 줄 아는 능력이 있는데 고대에서부터 흘러온 면면한 정서 속에서 그 원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쏨빵뜰리(Tzompantli)라고 하는 해골장식은 이미 고대 멕시코 각 도시의 중요한 건물장식 요소로 각광을 받았었다. 건물 벽면을 빼곡이 메운 해골은 전에는 종교적인 기원을 나타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의 가장 중요한 중심부에 이러한 해골 장식을 하는 전통은 이들이 죽음과 해골에 대해 부여하는 색다른 의미와 함께 꾸준히 멕시코의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마세따(maceta, 마세따) - 제례 의식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세따이다. 마세따에는 갖가지 화려한 꽃이 심어져 있고, <사진 7, 8>과 같이 멕시코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선인장이 심어지기도 한다. 멕시코의 마세따는 붉은색을 띠고 대부분 저화도에서 한번 소성한 것들이 많다. 기공이 넓고 수분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세따의 안쪽면에 수분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유성페인트, 또는 ‘차뽀뽀떼’라 불리는 아스팔트 원액을 칠한다. 그밖에도 딸라베라로 제작된 화려한 장식의 마세따도 눈길을 끈다. 필자소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멕시코국립대학 조형미술대학원 조각과 졸업 멕시코국립예술원 에스꾸엘라 데 아르떼사니아도예과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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