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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도예
  • 편집부
  • 등록 2005-04-26 22:27:10
  • 수정 2015-08-26 0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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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세용 _ 도예가 전시 풍경1 갤러리에 들어서자 전시대 위에 기괴한 형태의 도자기들이 놓여있다. 마치 아메리칸 크라프트american craft나 세라믹 먼슬리ceramic monthly같은 외국 잡지에서 언젠가 보았던 것 같은 아니 거기에 분명히 게재된 작품들과 아주 유사한 모양의 도예 작품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다고 서적에서 본 작품보다 완성도가 높다거나 또는 치즈나 버터 냄새가 풀풀 나는 그들의 체취같은 냄새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된장 냄새도 아닌 것이 참으로 서글픈 냄새가 나는 도예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을 우리는 흔히 현대도예라 부르는 모양이다. 어디 미국 현대 도예? 아니면 이탈리아? 현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의 감성을 나타낸 도자기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아직도 우리는 쌀밥을 먹고 김치를 먹으며 매운 고추를 매운 고추장에 찍어먹고 있는데… 우리 도예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언젠가 동료 도예가에게 들은 얘기는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우리 도예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재벌에서 외국의 저명 작가에게 작품 구입 문의를 하였더니 그 작가는 아주 정중하게 다음과 같이 거절했다고 했다. “내 작품은 많이 비싸다. 귀국해도 나와 꼭 같은 작업을 하는 작가가 있으니 그 작가에게서 구입하는 것이 귀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 작가가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과 이름까지도 친절하게 밝혔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가끔 우리는 외국에서 유학하고 온 작가들의 귀국 작품전에서 그들의 스승 작품이나 혹은 한참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작가의 것을 모방한듯한 도자기들을 보게 된다. 작업이라는 것이 자신의 내부를 발가벗겨 표현하는 행위라면 작품은 그 결과물이다. 남의 모습을 힐끗거리며 표현하는 작업에 의해 나온 작품이라면 전시대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단지 방법 모색 정도에 그치고 남들에게는 양심상 보여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전시 풍경2 계단을 몇 개 내려가 말끔하게 닦은 유리문을 열고 들어선 전시장의 흰 벽이 참으로 부담스럽다. 세계에서 몇번 째 가지 않는다는 서울 중심부의 갤러리라는 것이 또한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차라리 벽체를 멍석이나 갈대발 같은 건초 가공물로 장식하는 게 훨씬 나을 듯하다. 아니면 시골집 사랑방이 훨씬 좋을 듯하다. 지금, 단 몇 초 만에 전 세계와 접촉할 수 있고 우주로 달려가고 레이저 광선이니 하는 시대에, 초가집이나 기와집이 아닌 첨단 시설로 무장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거주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의식이나 감성이 그 때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데 몇백년 아니 천년도 더 된 도자기를 그대로 만들고 그걸 이 세상에 내놓고 있다. 전통이라는 미명아래… 물론 전통이라는게 얼마나 좋은 것인가. 그러나 전통은 고수되는 게 아니라 계승·발전되어야 한다. 전승도자기와 전통 도자기는 다르다. 전승 도자기는 필요하다. 우리의 맥을 지키는거니 뭐니 하는 거대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필자는 그런 도예가들을 존경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계속 지원해서라도 그들의 작업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기생하는 작가는 또 어쩐단 말인가. 우리의 백자나 청자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백자나 청자의 모양만 갖추고 현대를 사는 우리와는 전혀 별개의 싸구려 감성으로 포장되어 매춘부와 같은 고약한 교태를 흘리고 있는 저것들(도자기)을 어쩐단 말인가. 가끔 난 젊은 작가들의 다구전에 가보고 참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 왜 인터넷으로 채팅를 하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는 그들이 이도다완이니 뭐니 하면서 거기에 매달려 있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게다가 가이라기니 도도야니 하면서 일본인들이 지어놓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들이 정한 규범에 맞추려 노력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패기만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필자는 여기서 우리나라 현대도예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 하지는 않고자 한다. 앞에서 본 두 군데의 전시 풍경만으로도 우리가 나가고 있는 방향과 나아갈 방향을 미루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농담으로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또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에 나간 우리나라 유명한 현대 화가들의 전시회를 관람한 외국의 평론가들이 던진 한마디. “당신네 나라의 그림을 보여 달라.”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기고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도자기를 보고 싶다. 필자약력 경희대학교 도예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국립요업기술원 근무 개인전 7회 및 단체전 다수 출품 인천전문대, 서울산업대, 경희대, 강남대, 국민대대학원, 경희대대학원 박사과정 강사역임 한국전업도예가협회 회장역임 요업기술원 책임연구원 명지전문대학 공예과 겸임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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