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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의 연리문도자기 - 물적物的 요소와 정신적精神的 요소에 대하여 절제미節制美의 현대적 표현
  • 편집부
  • 등록 2005-07-24 02: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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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건 _ 조선관요박물관장 -Ⅰ- 노경조의 작업은 많은 작고 큰 조각들을 덧붙이거나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복잡해진 덩어리로부터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지워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일차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직육면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첨가된 수많은 부분들이 작가의 의도에 의해 하나 하나 지워져 가는 과정에서 처음과는 또 다른 모습의 새로운 조형이 이루어진다. 이 때의 직육면체는 처음 시작 단계에서 보는 단순한 조형과는 달리 엄격한 소거消去의 작업을 통해 최후까지 남겨진 것으로서 조선시대 조형정신의 요체인 절제節制의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그는 직육면체에 주구注口나 뚜껑과 손잡이 같은, 그릇으로서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첨가하거나, 또는 바람구멍風穴을 오려 내어 사방이 막힌 육면체에 숨을 트이게 하거나, 아니면 부분적으로 예리한 각을 깎아서 부드러운 면을 만드는 등의 조작을 통해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몸통을 경쾌하고 생동감 있는 형태로 바꾸어 놓는 작업에 빠져 있다. 이 때, 그의 손은 늙은 소목장小木匠의 손맛을 담고, 눈은 바람이 통하는 작업장 밖에 펼쳐진 들을 내다보며, 마음은 단정하며 간결한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절제節制의 아름다움을 향하게 된다. -Ⅱ- 노경조 작품의 성격과 경향을 얘기할 때에는 크게 직육면체의 병甁과 통筒, 그리고 합盒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방법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단순하게 병이나 통, 합이라는 기종器種, 혹은 기형器形의 문제가 아니라 각 기형에 따른 그만의 표현 방식과 함께 각각을 구성하는 물적 요소들의 차이점에 의한 구분인 것이다. 첫째로, 전형적인 노경조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형태는 직육면체의 용기를 연상케 하는 주구注口나 손잡이 장식 같은 기능적 요소가 첨가된 병으로, 우리 정서와 거리감 없는 자연스러운 바탕 위에 넓고 시원스러운 비례로 면상감面象嵌되어 있는 형식이다. 그 조형은 근본적으로 조선백자 병의 선과 양감을 기준으로 하며 부분적으로 눈에 거의 띠지 않는 정도로만 최소한의 변형을 주어 전체 조형에 은근한 변화를 주게 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작품이 조선 백자가 갖는 미의식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엄격한 전통적 규범은 완화시켜 현대적 친근감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즐겨 사용하는 표현기법으로서 기본 바탕 면에 각각의 다른 색상과 질감을 갖는 점토粘土를 사용하는 넓은 면상감 기법은 마치 고려시대의 연리문 청자連理文靑磁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몇 단계로 구분된 밝고 어두운 황갈색의 점토 면들은 직육면체 위에서 넓고 좁은 부정형의 선을 그리면서 자유스럽게 분할되어 있고, 그 위로는 투명하거나 반투명의 얇은 회유灰釉가 씌워져 점토 고유의 색과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게 된다. 이 면들은 마치 무의식적으로 분할된 것과 같이 보이지만, 관심 있게 보면 용기의 형태와 비례에 어울리도록 의도된, 제작자의 세심한 배려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결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둘째는, 별도의 구조적 요소를 덧붙이지 않은 직육면체의 단순한 사각의 통筒 형태이다. 그는 여기에 상징적인 작은 장식을 붙이거나 바닥에 바람구멍을 내거나 표면 질감에 변화를 주는 방식 등을 구사하여 무의미하고 단순해 보이는 형태를 개성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넓은 네 면에 붙인 삼각이나 사각 등의 작은 꼭지들은 지방산 백자와 회유옹기灰釉甕器와 같이 일반인의 정서가 반영된 공예품에 나타나는 장식용 꼭지와 같은 계통이며, 특별한 기능을 하기보다는 단순한 면으로 이어진 부분에 마치 점을 찍듯 붙여서 전체 조형에 생동감을 주기 위한 것들이다. 또 삼각 또는 사각 모양으로 바닥에 뚫린 바람구멍도 소목기小木器에 흔히 나타나는 풍혈과 같은 기능을 한다. 위와 같은 요소들은 둔탁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던 직육면체가 마치 가볍게 들릴 것처럼 보여지게 하는데, 바로 이러한 표현들이 현대적 시각에서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의 원리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특히 넓은 네 면의 대부분을 그대로 둔 채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만 각각 다른 색상의 점토로 구성한 띠를 둘러서 표현하였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며, 넓고 단순하며 편평한 면 위에 나타낸 두들기거나 긁은 흔적들은 무심해만 보이는 사각의 통에 생기와 표정을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소재는 합의 형태이다. 더구나 도자기로서는 보기 어렵게 새로이 재구성한 특수한 구조의 합인데, 바로 이 합에 이르기 위해 사각병이나 사각통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두 가지 소재의 특징이 함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이제까지의 작품 경향과는 다르게 각과 면과 곡면 등의 조형 요소들을 재해석하고 다시 구조적으로 결합하여 기존에 볼 수 있던 병이나 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직육면체가 만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연리문을 응용한 면상감들이 구조화되고 축소되어 외곽으로 밀려나며 이 때 각각 다른 면상감 부분들과 표면 질감에서 갖고있던 강한 인상들은 최소화되고 있다. 대신 옛 도자기의 표현기법 가운데 현대성을 갖는 몇 가지 기법들이 나타나는데, 예컨대, 굵은 귀얄붓으로 바른 백토의 농담이나 두께에 따른 변화나 둥근 칼로 부드럽게 깎아낸 면깎기가 주는 독특한 질감 등과 같은 표현들이 바로 그것이다. -Ⅲ- 앞서 말한 것을 볼 때, 그의 작품에서 조형을 나타내는 물적 요소들이 비교적 단순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단순하다’는 의미는 정신적 차원과는 별개의 언어 표현에 불과하다. 동일한 문화와 지식을 공유하는 그룹 안에서는 기호나 문자와 같은 상징적 메시지를 최대한 간략하고 축약하여 표현하게 된다. 말하자면, “내용은 풍부하게, 표현은 간략하게”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단순함 또는 간략함은 많은 내용을 축약시킨 결과이며, 오랜 기간동안 수많은 작업 속에서 얻어진 그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방법인 것이다. 그가 작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적 미에 대한 다양한 체험과 사고인데, 그래서 그는 우리의 산하를 유심히 바라보며 우리의 가옥과 우리의 그릇, 그 모든 우리 것들을 아끼고 사랑한다. 바로 이러한 그의 한국적 감성에서 그만의 작업이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노 경 조 경희대학교 요업공예과·미술교육대학원 졸업 / 일본 시립 가나자와 미술공예대학 수료 2005 한국 공예가 협회상 수상 / 2004 통인뉴욕갤러리 초대전 1983 미국 뉴올리언즈박물관 초대전 / 1982 미국 버밍엄박물관 초대전 영국 대영박물관, 벨지움 왕립 마리몽박물관, 체코 국립아시아관, 미국 뉴올리언즈박물관, 버밍엄박물관 등 작품소장 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도예과 교수 필자약력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도자사 전공) 목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 해강도자미술관 연구실장, 문화재전문위원, 홍익대학교 대학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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