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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은하
  • 편집부
  • 등록 2006-02-22 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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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은하`

자연의 본질을 예술적 의지로 승화하는 오브제 작가
생명체의 꿈틀거림을 ‘에로그로erotic+grotesque’로 완성

도자오브제 작가는 누구나 자신만의 조형적 영역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작품만이 지닌 가치 있는 예술성과 여타작품과는 다른 개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브제는 주제에 대응해 일상의 합리적 의식을 파괴한 물체 본연의 존재방식으로 기존에 체험하지 못한 연상 작용이나 기묘한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사용되는 매우 적절한 조형개념이다. 이은하(42)는 개성 있는 오브제 작가다. 이은하가 가진 자신만의 조형적 영역은 ‘에로틱’하면서 ‘괴기’스럽고 보는 이에 따라 ‘압도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마치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디스커버리채널에 등장할 법한 단어들을 담은 작가의 작품은 몇몇 평론을 통해 ‘에로그로erotic+grotesque 색정괴기’란 기묘한 합성어로 정의되기도 했다.
작가는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고 표면에서 드러나는 반복적이면서 치밀한 조직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또한 실제로 TV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찾는다. 동식물의 살아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작가 스스로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심지어 꽃술 등의 식물에서 여성의 성기를 유추해 섹슈얼리티sexuality로 정의하는 상상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대학서 도예의 순수예술영역 선택
작가의 꿈 이루기 위해 일본유학
이은하는 홍익대학교 83학번 공예계열로 입학했다. 당시는 공예과로 묶어 학생을 선발했고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전공이 나눠지게 됐다. 전공 선택과정에서 “순수예술을 하고자 원하는 학생들은 도예과를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라는 도예전공 교수님의 말씀에 따른 것이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예술 영역과는 다른 재료와 제작방법을 경험하는 것은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대학 졸업 후, 도예작가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일본 유학을 선택했다. 83~87년 당시는 도자 오브제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던 시기였다. 특히 일본 다마미술대학의 나카무라 긴페이 교수는 ‘다양한 색의 유약과 스케일이 큰 도자조형물(오브제 야끼)’이란 작품경향으로 잘 알려진 작가였다. 교수의 작품을 동경해온 이은하는 1년간의 어학연수 후 어렵사리 다마미술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유학생활은 흙 작업에 마음껏 심취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비해 작업환경이 좋았던 것 또한 유학시절 배움에 크게 한 몫 했다.

유학시절 세번의 개인전, 괴기한 작품형태와 독특한 제작기법으로 주
1990년 일본 동경 긴자의 이치가와 갤러리에서 가진 첫 개인전과 이듬해인 1991년 동경 미나미아오야마의 아트스페이스에서 가진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인체와 동물 등의 생명체를 확대하거나 부분적으로 관찰, 해석해 자유롭게 발상하고 표현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전시작품 중 인간의 성기를 모티브로한 괴기한 형태의 한 작품은 큐레이터로부터 “갤러리 이미지상 전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만류를 받아, 겨우 설득해 전시한 일도 있었다.
3회 전시는 석사학위를 마친 1993년, 동경 긴자의 갤러리나츠카에서 가졌다. 이 전시에는 생명체의 일부분을 확대 해석, 표현하는데 필요한 효과를 위해 텍스추어 기법을 새롭게 시도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점토덩어리의 표면을 나무판이나 철판으로 반복해 긁어 나온 자연스러운 흙의 집합체를 모아 성형된 기물의 표면에 붙이는 텍스추어 기법은 수개월간의 준비 끝에 완성된 것이었다. 대부분의 작품 크기가 1m이상 됐기 때문에 기물에 표현되는 기법상의 노동력도 많이 필요로 했다.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에로그로erotic+grotesque’란 의미와 함께 시각적, 촉각적인 자극을 전달해 큰 관심을 모았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 실패 후 3년간 방황
<2000 상생의 힘>전 통해 예술정체성 재정립
작가는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모교의 홍대도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일산에 개인 작업장을 마련해 작업에도 열중했다. 97년 서울 신사동의 토아트스페이스에서 가진 4회 개인전은 한국에서의 첫 전시였다. 유학 후 첫 전시라는 의미와 주변의 기대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일본에서의 전시에서 보였던 ‘에로그로erotic+grotesque’의 과감한 시도와 개성 있는 작가적 주장이 수그러든 듯 했다. 당시 소극적 주제와 형태로 선보였던 이 전시는 작가 스스로도 몹시 못마땅한 전시로 기억하고 있다.

국내 첫 전시의 실패(?) 이후로 3년여 간의 방황을 한 작가는 2000년 서울시립미술관 600년 기념관에서 열린 <2000년서울공예대전 - 상생의 힘> 전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작업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이 전시에는 61명의 젊은 공예가들이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출품했다. ‘상생의 힘’을 주제로 한 자연과 인간의 근원을 의미하는 동시에 인간의 내재된 에너지가 자연의 물성과 만나 생기는 힘을 담은 작품들은 이은하 자신의 작업에 대한 예술적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문화진흥원(현, 가나아트센터 4층) 전시장에서 가진 다섯 번째 개인전은 4회 개인전의 아쉬움을 잊고자 열정적으로 심취해 소신껏 만든 작품을 선보인 전시였다. 일본에서 시도했던 독특한 표면의 그로테스크한 텍스추어가 다시 회기된 것이다. 긴 도구로 흙을 긁어내는 두 팔의 힘과 각도를 조절하며 밀림과 구부러짐, 터짐의 세 가지 모양새를 적절히 배합해 기물에 입혀 완성했다. 지극히 반복적이고 오랜 시간의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행위의 흔적들은 이 전시를 통해 작가 이은하 작품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됐다. 작가의 이 같은 노력에 부응하듯 실내 인테리어용으로 설치하기 원하는 이들의 작품구매로 호응이 이어졌다.
6, 7회 개인전, 인테리어 도자오브제 가능성 확인
유약말림현상으로 신 에로그로 완성도 높혀
2004년 여섯 번째 개인전은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건축주로부터 제의 받아 모델하우스 내에 마련된 전시공간에서 열렸다. 작품은 주택 인테리어와 융화된 오브제로 주제는 <꽃>이었다. 작가는 스스로 “전시장의 성격상 생활과 어울릴 수 있는 오브제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세상과의 타협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보기위해 전시장을 찾은 일반인들의 도예오브제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기회였고,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전시였다.
전시의 주제 <꽃>을 연장선상으로 끌어들인 작가의 일곱 번 째 개인전이 지난달 초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동물과 인체, 성기 등의 유기적 형태를 꽃이란 사물을 통해 들여다본 작품이었다. 작가는 “식물 역시 생명체이기 때문에 꽃의 잎과 술을 자세히 관찰하고 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한다. 특히 이 전시의 작품에는 기존의 텍스추어 기법과 함께 4~5번의 재벌번조 과정에 의한 유약말림현상으로 또 다른 표면효과를 시도해 새로운 ‘에로그로’의 완성도를 높인 전시로 평가받았다.

유난히 힘든 작업공정은 작가적 만족감으로 극복
작가가 지난해 마련한 서울 강동구 길동의 작업실에는 주변 동료작가들이 자주 찾는다. 그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노동에너지가 많이 필요로 하는 작업 방법에 대해 우려의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그러나 작가는 “물론 육체적 에너지 절약이 효율성은 있지만 성형과 건조, 초벌, 재벌, 삼벌 때로는 사벌 등으로 이어지는 공정에서 스스로 얻게 되는 작가적 만족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효과적인 과정과 방법으로 스스로 만족스러운 표현을 이끌어 내기위한 육체적 노력이 즐겁기 때문이겠죠.”라고 말한다. 작업에 임하는 인식만으로도 이은하는 아날로그적 성향이 강한 작가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는 것이 시대를 거스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자연의 본질로부터 예술적 표현의 의지를 제 나름의 해석으로 완성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만의 작가적 정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사진설명>

1.도예가 이은하
2.1회 개인전 작품
   (1990)
3.2회 개인전 작품(1991)
4.3회 개인전 작품(1993),

5.4회 개인전 작품(1997)
6.7.8. 6회 개인전 작품(2004)
9.7회 개인전 작품(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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