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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복규
  • 편집부
  • 등록 2006-03-13 14: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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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복규

차를 좋아해 찻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선조들의 미감 바탕된 자연 속 삶과 도자기

경북 청도의 비슬산 자락에 여린 눈발이 날리고, 명전요에 오르는 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차나무는 눈속에서 푸른잎을 자랑한다. 도예가 이복규(53)의 작업공간이자 생활공간인 이곳 명전요의 진입로변과 둔덕아래 작은 텃밭엔 10년전 그가 뿌린 차씨가 차나무가 돼 있다. 이곳에서 딴 차는 그의 또다른 1년치 양식이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솔숲가운데 자리한 그의 작업실에서는 앞산 봉우리가 수묵화처럼 너울거리고 산자락 사이로 난 신작로를 따라 청도 시내까지 내려다보인다.

10여년부터 준비해온 자연 속 흙 작업
얼마전까지 대구공업전문대학 도예과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도시생활을 훌훌 털고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최근 흔한 ‘로하스족’이거나 ‘다운쉬프트족’이라는 말로 귀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교수재직 중이던 10여년 전에 이곳에 작업장을 짓고 50이 넘으면 자신의 일을 하겠다던 계획을 위해 충실히 준비해 온 그에게는 그저 이어오던 삶의 한면 일 뿐이다. 직접 지은 집과 가마 산중턱을 다져놓은 아담한 마당이 그의 부지런한 삶을 대변한다. 매일 새벽 4시에 작업을 시작해 12시에 마친다. 통유리창 앞에 놓인 그의 물레자리는 흙을 다루는 곳 답지 않게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된 모습이다. 작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해도 좋겠다.

10여회의 개인전 중 8회가 찻그릇전
한 가지 디자인의 다관 24개 한정
그의 도자기와의 인연은 서울공고 요업과에 재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한양대학교 요업공학과와 단국대학교 도예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산업도자기 공장에 취직해 일하면서 매일아침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다. 그 커피가 질력나 마시기 시작한 녹차가 좋아졌다. 차맛을 깊이 느끼게 되자, 찻그릇을 만들고 싶어졌고 자신의 찻그릇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 찻그릇도예가 이복규로 알려지기까지 이어졌다. 찻그릇을 만드는 이유는 그 자신이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확답한다. 얼마 전 대구에서 열린 전시까지 총 10여회의 개인전 동안 찻그릇전만 8회했고 찻그릇 작가가 됐다.

처음 1, 2회 전시에는 조형도자 작품을 선보였는데, 가까이 지내던 선배도예가 윤광조씨의 적극적인 권유로 찻그릇 전을 개최하게 됐다. 98년 윤광조 도예가가 직접 잡아준 통인화랑 전시 이후에 1년에 한번씩 개인전을 통해 신작들을 선보여 왔다. 2005년에는 초대전이 많아 3회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복규 도예가는 한가지 디자인의 다관에 일련번호를 매겨 24개까지만 만든다. 일년에 한번 전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24절기에 한개씩 한다는 생각으로 24개를 만들고 있다. “똑같은 작품을 평생 만들면서 비싸게 받는 건 부당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직에 오랫동안 있다보니 많이 만들어 싸게 판매하는 것도 제자들에게 누가 될까 싶기도 하고, 콜렉터들에게 설득력이 있으려면 희소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기있는 디자인은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자 지금까지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현재까지 50여가지 디자인의 다관을 작업해왔다.

잎차의 맛을 해하지 않는 완전소결자기류
직접 지은 세 개의 장작가마에서 작업
태토는 주로 사온 흙에 인근의 흙을 캐다가 조합해 사용한다. 잎차 다기는 침착으로 차맛을 버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백자를 위주로 한 완전 소결된 자기를 만든다. 이와 함께 찻자리에 어울릴 수 있는 적색 검은색 자기와 분청으로 된 차호, 차시, 숯풍로 등도 함께 한다. 벽난로 불이 지펴진 그의 작업장 한쪽에 마련된 찻자리에 숯불풍로 위에 올려진 쇠탕관에서 솔바람 소리가 쉭쉭 난다. 그가 속해 있고 선조들도 바라보았을 자연풍광의 감흥이 도자기에 배어들어 한국적인 미감과 현대의 세련미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찻그릇은 물론 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차맛을 버리지 말아야 하며, 사용하기 좋고 안전해야 합니다. 유해요소가 나오는 그릇은 아무리 보기 좋아도 찻그릇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의 작업장에는 세 개의 장작가마가 있다. 오름가마와 꺼먹이가마, 돔형식의 그가 고안한 한칸 통가마가 있다. 한칸가마는 우리 전통기와를 굽던 감투가마형식의 도염식가마로 카타리나식가마의 장점을 더해 짓는 법은 전통 망생이 가마처럼 지었다. 가마 내부가 1.5루베 정도 되는 크기여서 키가 큰 기물을 구울 수 있고, 양쪽에서 불을 떼기 때문에 가마내부에 온도편차가 거의 없다. 번조시간이 길어서 재가 많이 앉기도 하는데, 이를 이용해 요변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지난해 1월 「향과 맛을 찾아 떠나는 녹차여행」 발간
차와 찻그릇에 대한 그의 깊은 관심과 애정은 지난해 1월 발간한 저서 「향과 맛을 찾아 떠나는 녹차여행」를 통해 발표됐다. 이 책에서는 격식적이고 의식적으로 여겨지는 다도가 아닌, 같은 차라고 우리는 법에 따라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차우림법팽다법 하투법 중투법 상투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도자기로 사진을 첨부해 용도에 맞는 적절한 쓰임새를 제시했다. 특히 전통다법에서 보이는 숙우熟盂-물식힘 그릇의 적극적인 활용의 쓰임새를 전한다. 또한 20여년을 교육자로 제자과 함께 하면서 소지와 유약 등 도자기술에 관한책과 문양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현대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와 한식기 연구
세밀하고 섬세한 찻그릇이 갑갑해지면 편안한 오브제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의 오브제 자업도 실용성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 12월 개인전에서는 찻그릇과 함께 벽에 걸고 꽃도 꽂을 수 있는 오브제도 함께 선보였다.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임을 염두에 두고, 최근 많아지는 대형아파트 전실의 벽공간을 감안해 구상했다. 꺼먹이 가마에 구워 연을 먹인 자연스러운 색감의 화병에 꽃한송이로 생기를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밖에도 최근 생활식기에 대한 관심을 많아지면서 생활식기 작업도 하고 있다. “우리 생활이 서양식으로 변해가면서, 우리음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주의 참살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음식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선보인 적은 없지만 현대식 푸드스타일링에 어울리는 한식기를 개발하고 직접사용하며 보완하고 있다. 잘한다는 한정식집에 일부러 찾아가보기도 하고, 집에 손님이 와도 코스화된 음식을 자신의 그릇에 낸다. 차를 좋아해 직접 사용하며 적합한 찻그릇을 만들었듯이, 식기도 직접 사용해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의 그릇을 돋보이게 하는 음식을 마련해 손님을 대접하는 사람은 그의 전원생활의 동반자이자 그가 말하는 ‘우리집 요리사’ 아내다. 직접 재배한 채소와 산채들은 찬탄을 그치지 않게 한다. 10여년전 처음 터를 닦고 가마를 밖았다. 전원속에서 작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 직접 작업공간과 생활공간을 다듬고 가꿨다.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용기
참살이는 그의 전원 작업의 선물
“도예가로 살고 있지만, 여느 도예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고, 농협조합원이니까 공식적인 직업은 농부인 셈입니다. 차도 직접 재배하고, 밭농사 1000여평을 지으며 쌀과 고기외의 모든 식물은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작업이 생활에 구속받지 않기 위해 손수 농사를 짓는 것이 결국 참살이가 됐다. 자신과 가족이 먹을 것들이기에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 작업을 위해 전원생활을 선택하고 전원생활에 맞춰 삶의 패턴을 바꿔간 것이다. 교수직을 퇴임하던 때 나이가 50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목말랐던 작업에 대한 욕심과 ‘작가’라는 이름에 대한 자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살다보니 10년마다 한번씩 패턴이 바뀌더라고요.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도 정수학교에 있는 동안도 대구공업대학에 있는 동안도 ‘내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잣대들이 개인의 가치에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원하는 하나를 위해 치러야 하는 당연한 대가를 못마땅해 하는 이들에게 이복규 도예가의 삶은 그저 유유자적하는 한가로운 삶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내면의 가치를 위해 과감해지는 것 그것은 분명 용기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사진설명>

1.이복규 도예작가
2.벽걸이 꽃병
3.작업장 내 전시실
4~6.다관은 한 디자인에 24개 한정 판매한다
7. 전시실의 다기들 
8.작가가 고안한 통가마
9.전시실의 다양한 다기와 찻잔들 
10.탑모양 향로
11.연먹인 벽걸이들  
12. 분청작품들 
13.정돈된 물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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