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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한완수
  • 편집부
  • 등록 2006-03-28 1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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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한완수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황토도자기 개발
‘흙으로의 회기’를 철학 삼은 도예 명장

고천 한완수(63)선생. 그는 2000년 화공 및 요업분야로 정부로부터 ‘명장’ 칭호를 부여받은 도예가다. 경상남도 진주와 삼천포를 사이에 둔 사천, 그의 가마가 자리하고 있는 요장 ‘고천도자기’에는 그간 도예명장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흔적들이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다양한 기법의 대작大作과 독특한 문양의 생활도자기 수 백점이 전시된 방의 벽면에는 명장 제00-21호 증서와 신지식인 제72호 증서, 황토 생활자기 제조방법 특허증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사진 등이 걸려있다. 명장이 되기까지 그의 흙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그것에 전념한 노력이 만들어낸 유형의 결과다. 이같은 공적은 무조건 전통을 고집하기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도자문화 또한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한완수 선생은 지난 1996년 국립 경상대학교 공과대학 첨단소재 연구소에서 황토를 활용한 도자기 신소재 개발에 착수, 그 다음해에 특허청으로부터 ‘황토를 이용한 생활자기 생활용기 및 제조과정 방법’으로 발명특허를 획득했고 이어 완성된 많은 양의 생활도자기들이 해외로 수출돼 뛰어난 작품성과 함께 우리 도자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돼 주목을 받았다.

30년간 차와 함께한 인생
그릇의 미학과 흙의 존귀성 깨달아
그의 도예인생은 1970년대 초반 골동품 수집에 관심을 갖고 고도자기와 함께 우리 전통차의 맛에 심취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육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30년 이상을 차와 함께 했다. 1979년 사단법인 한국차인연합회가 발족할 당시 그는 한국차도대학원 교수와 진주차향 회장, 한국차인연합회 이사직 등을 맡고 동료 차인들과 함께 국산차 마시기 운동과 차의 날을 만들고, 우리 땅에 최초로 차씨를 가지고 온 김대염의 공을 기리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쌍계사에 비석을 세우기도 했다. 그 무렵 차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 때문에 도자기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차를 마시기 위해 담는 그릇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입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입에 닿고 손에 닿는 찻그릇의 감촉을 민감히 느끼며 흙의 존귀성과 찻그릇의 미학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라며 기억해 낸다.
그가 흙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쯤이다. 일단 작업공간을 마련하고 무작정 작업을 시작했다. 도자기 제작에 필요한 재료나 공정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도자기 기술을 전수해줄 스승도 없었다. 때문에 그는 도자기를 깨보는 것으로 도자기 재료와 제작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도자기의 재료를 파악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 깨보고 분석했습니다. 힘들고 고된 혼자만의 싸움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와 같은 과정을 거쳐 터득한 기술과 방법은 가장 소중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인체에 이로운 황토연구
정부로부터 발명특허 품질인증 받아
태토를 구해 조합하고 성형해 가마에 구워내는 과정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편리하게 쓰이는 양질의 생활자기를 만들려는 의지가 생겨났다. 그 의지에 대한 해답을 고대 한의학 경전에 수록돼 있으며 오늘날엔 건강 문화유산으로 첫 손에 꼽는 ‘황토’에서 찾았다. 그리고 황토도자기 개발을 시작했다. 먼저 황토에 대한 성분조사부터 시작했다. 인체에 이로운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황토 도자기는 황토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형을 가능케 하기위해 다른 여러 성분들이 배합돼야했다. 황토를 이용한 도자기는 고령토와 황토 점토를 정제해 성형한 후 황토도자기 내부에 원적외선 방사제를 입히고 다시 황토를 바르는 과정을 거쳤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도자기는 전통기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승화시킨 고 효능 원적외선 바이오 도자기라는 평가를 받아 지난 1999년 특허청으로부터 발명특허를 얻고 중소기업청의 품질인증공예품으로도 선정되었다.  
황토도자기는 황토를 높은 순도로 정제하고 원적외선 복사체로 광분체해 고열로 처리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이 기법은 그릇에 담기는 음식물 등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의 결합력을 견고히 해 자유수와 함량을 감소시킨다. 또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해 저장성과 숙성효과가 증대되고 신선도가 오래 지속되도록 한다.
‘고천도자기’에서는 황토도자기의 원적외선 바이오 효능을 지닌 관상용 작품과 생활식기, 다기류, 항아리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도자 제기祭器다. 제기와 고대高臺를 하나로 접목시킨 것으로 고대에 구멍이 2곳 뚫어 조상신이 흠향하기 위해 들고 나는 것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그릇의 색은 유백색으로 어머니의 젖 색깔을 담았다. 문양도 고증을 따라하고 퇴주잔도 크게 만들어 대가족 제사에 불편이 없게 했다. 전통과 예술이 어우러지고 여기에 실용성이 뒷받침된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제기는 TV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 협찬돼 이순신 장군을 모시는 영정 장면에 사용돼 주목을 받았다.

“흙으로의 회기는 내 삶의 철학이며 작품관”
선생의 흙에 대한 철학은 <회기>이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죠. 결국은 살과 뼈가 흙과 함께 묻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흙에는 조상의 혼이 담겨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단 한줌의 흙이라도 함부로 다룰 수 없다고 말한다. 이토록 소중한 흙으로 많은 이들이 쓸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자신의 직업이 그 어떤 일보다 존귀하다고 믿는다. 자신도 흙으로 돌아가 새로 빚어질 그릇의 재료가 되는 것이 기쁘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생명의 그릇이 바로 어머니의 자궁이라고 믿어 자신의 아호마저 ‘고천古泉’으로 지은 그에게 ‘흙으로의 회기’는 도예가로서의 철학이며 작품관이다.

명장회 회장시절, 명장의 손기술 우리 유산으로 활용 활성화에 힘써
선생은 지난 2003년부터 2년간 사단법인 대한민국명장회 제6대 회장으로 취임, 활동했다. 대한민국명장회는 22개 분야의 단위 명장회로 90여개의 직종을 망라하고 4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다. 명장 칭호는 30년 이상 한 분야에 종사하여 최고의 기능을 가진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선생은 회장을 맡은 후 명장이라는 준비된 인적 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독도영입을 추진해 문제가 됐던 일본의 시마네현에서 <한국 명장 작품전>열어 주목을 받았으며 명장들의 기능을 대중에 직접 선보이는 <기능박람회>, 명장의 기술과 산업기능이 공존하는 <명장타운>건립 등은 임기 중에 추친 해낸 사업이다. 2년간의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회장직을 마친 지난해부터 자신의 보금자리인 사천으로 내려와 그간 아들에게 넘겨놓았던 요장에서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경남문화진흥원 원장직을 맡음과 동시에 자신의 작업실 옆에 지역주민들이 찾아와 도자기와 다도예절을 경험할 수 있는 ‘고천도예체험마을’ 설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부관련 부처를 찾아다니며 지원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가수 서수남씨가 서울 청담동에 도자기샵을 오픈해 고천도자기를 만들어 보내줘야 하기 때문에 흙 만지는 손 또한 바쁘다. 연만한 나이임에도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는 선생의 활동이 신기할 따름이다.
선생은 “우리사회는 역사적으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인력이 제일자원이라는 사실이 등한시되어왔습니다. 기능은 손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으로, 손이 머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손을 생각하는 것이 기능입니다”고 전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사진1. 窯變扁壺皿
사진2. 天目窯變生動體皿
사진3. 窯變雲文皿
사진4. 粉靑窯變飛雀文甁
사진5. 현대적 감각의 접시들
사진6 건조실의 황토도자기들
사진7. TV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 협찬된 「제기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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