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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양 구
  • 편집부
  • 등록 2006-04-21 17: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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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양 구

흙빚기 창작 열정 20년
건강한 질박함으로 전통과 현대 넘나드는 작가

도예가에게 있어 20년이란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다. 20살을 시작으로 20년을 작업하며 불혹不惑의 나이에 이르렀다.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 40, 작업을 하는 도예가에게 불혹은 기능의 미혹함이 없어야 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 
양 구 도예가는 올해 도예입문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달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2회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20년의 시간 동안 도예가로서 기량을 갈고 닦는데 주력하기도 했고, 작업과 삶을 바라보는 사색도 많았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20년 후의 모습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창작위한 연구에 심취
97년 독립 보인행 설립
전남 무안이 고향인 도예가 양 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주로 올라와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물레를 익혀 당시 여주에 파다했던 전승도자기요장에서 물레대장으로 일하며 도예가로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그는 25세에 인생의 스승을 만났다고 말한다. 문학과 사상에 조예가 깊은 정형선씨를 통해 삶을 보는 눈과 한국적 미감에 대한 눈을 뜨게 됐다.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한국적인 미감에 대한 큰 가르침이 흙 작업을 하게 되는데 더 크게 기여했다고 여긴다. 우리 옛도자기들의 문화적 측면에 대한 고심은 백자가 갖고 있는 건강한 질박함을 바라볼 수 있게 했고, 그 미감을 자신의 도자기에 담고자 하는 열정으로 연결됐다. 비록 창작에 몰두할 수 없는 시기였으나 독립하기 전부터 청자와 백자의 기형과 발색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97년 양 구 도예가는 <보인행>이라는 이름의 작업장을 열었다. 보인행이라는 이름은 ‘보통사람이 가는 길’을 뜻하는 말로 요장뿐아니라 2003년 삼청동에 매장을 열고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의 첫 개인전은 2000년에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그의 청자는 비색의 재현을 위한 전승도자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 작품으로 구분된다. 맑은 청자색은 재현도자기뿐 아니라 관념을 깨는 과감한 표현들이 돋보였다.

도예인생 20주년 기념 개인전
지난 달 선보인 <도예인생 20주년 기념 - 2회 개인전>에서는 백자를 위주로 청자도 함께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도 그가 백자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강한 질박함과 과감하게 더해진 강렬한 페인팅의 현대적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백자에는 유백색의 불투명한 흰빛과 맑고 투명한 광택이 공존한다.
올해 양 구 도예 20주년 기념 행사는 이 전시를 시작으로 한 해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다양한 기념전을 열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10월 중순 일본 동경의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과 신주쿠에서 <전통의 세계 - 한국>전을, 국내에서는 고객초대전과 기획전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백자의 건강한 질박함에 분방한 페인팅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
도예가 양구는 도자기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창작은 자신이 보는 세계를 표현하는 방법이고, 자신의 끼를 외부와 소통하는 매개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방한 작업을 위해, 도자기 외의 표현기법들도 접하고 있다. 가나아트에서 운영하는 <에꼴드 가나>에서 2년간 평면조형을 집중적으로 접하기도 했다. 이밖에 삼청동 매장의 전시공간을 활용해 한지작업을 선보이기도 했고, 음악과 문학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한국전통음악을 좀 더 가까이 접하고 싶어 직접 한승호(적벽가보유자)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우기도 했다. 판소리는 우리 도자기들이 갖고 있는 자유로움과 직결된 감흥을 갖고 있다. 음악이나 문학이나 또는 형식이 다른 조형예술도 양 구 작가에게는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수단이 된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매개는 대부분 도자기이고, 그런 이유로 그의 도자기는 형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표현주의 그림 같은 강한 색채의 페인팅이 들어있는 백자항아리나 투박한 무쇠칼로 툭툭 깎았을 법한 음각청자가 그렇다.
흙을 구하고, 수비하고 유약을 만들어 사용하면서 가장 깊이 고심하는 것은 도자기의 색이다. 특별한 장식이나 직접적인 내용 없이도 색감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성스레 유약과 흙을 준비한다. 백자나 청자의 깊고 맑은 색감은 전승도자 문양을 표현하는데는 물론이고, 그 나름의 분방한 작업에도 깊이를 부여한다.

도자기의 부조적인 요소 도입
그는 주변의 상황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는 사실과 감정을 가식없이 표출하고자 한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남들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한지로 부조작업을 해 선보이기도 한 그는 앞으로 부조작업을 도자기의 평면적인 장식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의 청자음각작품에 선묘보다 굴곡이 깊은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여겨진다. 기를 주로 작업해 왔지만, ‘기’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 옛도자기를 모방하며 미감을 익혀오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좀 더 자기색이 강한 작업으로, 작품의 외형도 기에서 조형도자 쪽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아내의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덕분
양 구 작가가 이렇게 자유로운 생각을 유지하며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데는 그의 아내 최정희씨의 역할이 크다. 창작의 꿈을 갖고 작업을 시작한 작가가 현실에 직면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격게 된다. 고객을 관리하고 전시에서 직접 판매에 나서야 하며, 도매상과 거래할 때 배달은 물론이고 수금까지 하러 가야하는 상황은 작가에게는 꾀나 잔인한 현실이다. 최정희씨는 이런 작가의 작업이외의 모든 일들을 전담하고 있는 매니저다. 삼청동 매장과 홈페이지를 통해 온오프라인상의 커뮤니티를 유기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소통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더욱 깊어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매니아 클럽의 조직도 가능했다. 매니아 클럽은 4~5년 전부터양 구 도예가의 작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고객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중학생부터 60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 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에서의 기획전에 초대되기도 하고, 요장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한다. 회원들과 작가가 함께 도요지나 문화유적지를 답사하기도 하고, 다과를 나누며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그는 작품은 물론이고 다기와 작은 에스프레소 잔, 식기류에 이르는 다양한 도자기들을 선보인다. 다양한 품목은 그의 도자기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하고, 그의 도자기들을 수집하는 재미를 갖게 한다. 양 구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 생각을 옳게 봐주고 마음을 다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전한다.

젊은 도예가의 열정을 되새기며 계획한   미래에 기대
도예인생 20주년을 작업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하는 그와 나눈 이야기들은 그동안 해온 작업보다는 앞으로 해야 하는,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한 부분이 두드러졌다. 20년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다는 것은 그러한 측면에서 한번 더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해온 것들에 안주하고 이제는 만들어진 범주안에서 작업할 수도 있는 경력이지만, 그동안 쌓아온 기능들에 새로운 생각들을 더하고 싶다는 그에게서 이제 막 자기 작업을 시작한 젊은 작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서희영 기자 rikkii@naver.com

<사진설명>

1 청자 재현은 수학의 과정
3 지난 2월, 20주년 기념전 전경
4 따뜻한 백자빛을 추구한다
5 분방한 필치의 백자항아리
6 보인행 도자식기
7,8 도자기 위의 그림들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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