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옥 <흙과 먹의 자매전>
2006.4.27 - 2006.5.3 무등갤러리
유쾌한 파격의 미
글 유상국 _ 화가
도예가 변정옥의 근작들은 마치 갓 구워낸 부드러운 빵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그의 도자기만이 갖는 부드러운 선과 색의 느낌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느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작가 변정옥은 상당히 파격적인 작업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일정한 크기의 흙을 아주 자연스럽게 손에 잡히는 대로 뚝뚝 잘라 던지면 흙덩어리의 느낌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한다. 이 과정에서 변정옥의 행위는 아이들의 흙장난처럼 천진스러워 보일뿐 어떠한 의도된 생각을 불어넣지 않고 그냥 자유분방하게 일종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것처럼 유쾌한 파격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의 작업광경이 생경스럽다거나 불안한 느낌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변정옥은 흙장난 같은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유년의 추억 같은 감정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도록 배려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다른 덩어리를 통해 즉, 물고기 따위 등의 형태를 등장시켜 바다에 대한 향수와 고향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근작에서 또 다른 변정옥의 도발적인 행위는 하나의 항아리가 완성된 직후, 그 완성된 항아리의 절반을 절단하고 나머지를 중심으로 그 위에 또 다른 항아리의 형태를 붙여나가는 것이다. 또한 표면은 스크래치에 의한 새, 인간 물고기 등 일반적 소재들로 등장시키며 전체 형태를 비정형으로 빚어내고 있다. 이것 또한 작가 변정옥의 톡톡 튀는 유쾌 발랄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고 한편으로는 권태롭고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을 묘사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변정옥의 구작과 근작들은 모던함과 클래식한 분위기가
혼재하면서 장식적 의미의 오브제들이 가장 자리의 유려한 곡선들과 지적 분위기를 만들어 이끌어가는 형태다. 또한 화병모양의 군집한 부조형식 도예는 판재에 부착되어 각각의 형상들이 서로의 물리력에 의해 손상되어 보여지기도 하고 올록볼록한 재미난 회화의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이 릴리프형식은 작은 병모양의 이미지와 더불어 유쾌함과 담백한 마띠에르의 느낌으로 인해 색다른 맛을 선사하기도 한다.
변정옥의 도자기 작품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우리에게 유쾌함을 선사하고, 흙을 던져대는 명랑한 퍼포먼스 같은 작업으로 인해 마치 스윙재즈를 듣고 있는 것처럼 감미롭고 즐겁다.
변정옥의 도자기들은 가끔은 촌부의 편안한 인상처럼 친근감 있고 때로는 낯설지않은 구부정한 선들로 인해 붕우의 느낌처럼 살갑다. 구질구질한 일상의 잡다한 것들을 툭툭 털어내며 낭만적 기질과 함께한 건강한 웃음의 유쾌함이 그의 흙 작업을 통해 재생되고 그런 기쁨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유쾌해지고 휘파람을 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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