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60]
고려시대 왕족과 귀족의 최고 사치품
청자 양각 도철무늬 향로
靑瓷陽刻饕餮紋香爐
글_김대환 동곡뮤지엄 관장·문화유산 평론가

사진1. 「청자양각 도철무늬 향로」 고려시대⎜높이 22.5cm, 입지름14.5cm, 바닥 지름16cm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 풍속 기록서인 『선화봉사고려도경』에는 고려 왕실과 귀족 집안에 향을 피우고 불교 사찰에서 항상 향을 피운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왕실에서는 종묘 제례, 태묘 제향, 왕릉 제향, 제천의식 등의 행사에 제단 위에 향로를 올리고 향을 태워서 제례 개시를 알렸는데 향로는 의례를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로 사용되었다.
사찰에서도 팔관회, 연등회, 법회 등에 향을 피운 기록이 빈번히 등장하는데, 향을 피우는 봉향奉香은 불교의 핵심 의식 요소로 향을 담는 향로는 법당, 불전, 불보살 예배 공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닌 의식구로 사용되었다. 민가에서는 예배 의식과 차담회 등의 작은 모임에도 향을 피워 행사의 격에 맞는 향로를 사용하였다. 당시 사용한 향로는 재질에 따라서 금속, 도자기, 돌, 도기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용처에 따라서 향로의 제작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도자기 향로의 경우도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성을 지닌 청자 향로부터 질그릇 수준의 도기 향로까지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 사용하였다. 청자향로는 사각형의 방형 향로와 둥그런 솥모양 향로가 대표적인 형태이며 향로의 무늬는 고대 중국의 청동기 무늬를 차용한 작품이 제작되었다. 고려 예종(재위 1105~1122)때 예제의 개혁과 정비 과정에 중국 북송의 『선화박고도 宣和博古圖』와 같은 책이 유입되면서 고려 왕실 의례기의 제작에 중국의 고동기 형태와 무늬가 영향을 주었는데 이런 과정에 중국 청동기를 모방한 청자 향로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청자 양각 도철무늬 향로」는 고대 중국의 청동기를 모방한 유물로 도자기 틀陶範을 이용하여 무늬와 형태를 찍어내어 다듬어서 만든 작품이다. 사진1) 12세기에 도범을 이용하여 청자를 제작하는 기법은 고려청자의 조형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렇게 제작된 고급 청자는 강진 운용리, 사당리 가마터에서 출토되며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이 향로는 둥그런 쇠솥의 모양으로 다리는 3곳三足에 달려있으며 입구 부분의 양옆에 붙은 귀부분과 따로 제작하여 붙였다. 사진2, 4)
몸통은 둥근 형태로 중간에 깊은 골을 중심으로 상하 3단으로 나누고 세로로 돌대를 부착하여 여섯 면으로 구분하였다. 상 하단 각각의 면에 구성된 번개무늬, 도철무늬와 세 다리에 표현된 무늬에서 중국 고동기의 무늬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중국 고동기의 형태와 무늬는 더 복잡 하지만 고려청자는 그것을 단순화시켜서 우리 것으로 소화시켰다. 사진5)
향로의 중심 무늬인 ‘도철’은 탐욕스럽고 흉악한 동물을 지칭하는데 청동정에 새겨진 도철은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는 의미와 호신용 부적이나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몸통의 양각 부분은 뚜렷하고 바탕의 번개무늬는 일일이 음각으로 새겨 넣었다. 두껍게 시유한 청자유약은 맑고 투명하며 광택이 좋은 비취색으로 전성기 최고의 고려청자 빛을 내며 크기도 대형 작품에 속한다. 바닥에 붙인 다리는 도범으로 찍어내고 화기를 배출하는 작은 구멍을 뚫은 특이한 사례이며 안정적인 소성을 위해 바닥에 돌 받침 3군데를 하였고 다리의 끝부분에도 내화토 받침을 하여 이중으로 지지대 역할을 하게 하였다. 사진3, 6, 7)
이 향로와 형태와 무늬가 거의 동일한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다만 크기는 작고 청자의 색이 떨어진다. 사진8)
고려시대 모든 제례인 제천의식, 불교의식, 차담회의 시작을 알리는 향을 피우는 도구인 청자 향로는 지극 정성의 감성과 예술성이 모인 결정체로 고려인의 세계 정상급의 문화 수준을 담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도예에 연재되는 칼럼으로, 도자문화 이론을 대중적으로 소개하고자 본지에 후속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기사는 일부 사진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26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 전체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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