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전문 갤러리의 필요성
해외 도자전문 갤러리 운영사례
일본 - Silver Shell Gallery
글+사진 박수아 _ 일본리포터
필자약력
2001년 홍익대학교 도예과 졸업
2005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기획전공 졸업
현, 홍익대학교 부설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현, 동경예술대학교 동양미술사 연구과정
독단과 편견 - 긴자화랑가에서 살아남기
JR 긴자선을 타고 교바시역에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규모는 작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콜렉터의 발길을 붙잡는 실버쉘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도쿄근대미술클럽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실버쉘갤러리는 4층 건물의 1층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의 1층과 2층 외벽은 독특한 색감과 질감으로 꾸며져 있어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부터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체 공간이 무리 없이 한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작고 아담한 내부에는 스코틀랜드의 작가인 안나 킹Anna King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실버쉘갤러리는 기본적으로 도자, 금속, 유리, 칠기 등의 분야를 취급하는 공예갤러리를 표방하고 있고, 때로는 옷이나 가방을 포함하여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품의 전시도 개최한다. 공예/아트라는 이분법적 개념이 강한 일본에서 실버쉘갤러리를 공예갤러리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겠다. 여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입체작품갤러리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연간 12회 정도, 즉 한 달에 한 번 꼴로 기획전이 열리고, 그 외의 기간은 판매를 위한 상설전으로 채워진다. 예술품을 취급하지만 판매를 최우선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갤러리의 홈페이지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 비해 인터넷의 보급률이 높지 않다고 하는 일본의 작은 화랑에서 보유한 이 홈페이지에는 작품의 쇼핑몰이 개설되어 있다. 작품사진과 가격 등의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이메일 등으로 문의한 후 구입할 수 있다. 포장과 운송 등의 여건으로 인해 도자기 쇼핑몰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의 사정에 비교할 때, 부러운 면이 아닐 수 없다.
실버쉘갤러리에서 느낀 독특한 특징을 몇 가지 기술하자면, 첫째로 디스플레이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꼽을 수 있다. 이 공간에서 단체전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의 좁은 면적의 효과적인 사용에는 조립식 전시대가 필수적이다. 재미있는 모양으로 잘려진 스테인레스판을 같은 재질의 봉을 받쳐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도록 고안한 전시대에는 소품의 진열이 가능하다. 또한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잡아끄는 중앙의 넓직한 전시대는 사선 방향으로 길게 나뉘어져 있는데, 두 개의 전시대로 분리가 가능하여 배치방법에 따라, 그리고 높이에 따라 전혀 다른 활용으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 특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예품만이 아닌, 생각의 틀을 뛰어넘는 분야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중년의 여성을 타겟으로 하여 그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지 전시와 판매의 대상이 된다. 현재 개최중인 전시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바구니공예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구니의 형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재료는 깃털, 실, 끈, 천, 나뭇잎, 대나무, 단추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에 비해 관람객수와 매출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전시가 가진 독특한 내용으로 인해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여성잡지에 몇 군데인가 소개될 수 있었고, 미용실 등에서 기사를 접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그것이 구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이자 이 갤러리가 추구하는 노선은 독단과 편견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갤러리의 기본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 자신의 주관과 견해에 따라 좋아하는 전시를 만드는 것이다. 그 외의 홍보방법, 작가 관리, 콜렉터 관리 등 매출신장을 위한 부수적인 노력의 방법들은 그저 평범한 수준이다. 전시 개최 전 잡지사, 신문사에 보도자료를 보낸다거나, 고객에게 안내장을 발송하는 등의 기본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전속작가라고 해도 엄격한 계약조건 등을 이행해야 할 의무는 없다. 대표자인 하야시 카나씨와 큐레이터인 사토 미사토씨가 합의한 실버쉘의 기본 방침은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전시를 기획해서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전시란 어떤 것일까. 20여년 전 지금의 긴자 실버쉘갤러리의 모체가 된 갤러리를 가나자와현에 연 이후 줄곧 갤러리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하야시씨는 이전부터 생활 가까이에서 즐기는 예술작품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작품을 대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판매를 위해 접하는 작품을 자기의 것으로 하고 싶다는 스스로의 소유욕을 억제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물론, 개개인의 기호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갤러리의 기호가 곧 대중의 기호와 영합했다는 점이 지금의 실버쉘갤러리를 이루어낸 요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긴자의 화랑가는 한국의 인사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좋은 작품을 찾고자 하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임에는 틀림없다. 화랑가라는 위치상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다른 화랑과의 차별성은 굳이 인식하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바로 실버쉘이 말하는 독단이자 성공의 비결일 것이다.
Silver Shell Gallery
104-0031 中央區京橋 2-10-10KCビル 2F
Tel. Fax : 82-3-3535-0677
E-mail : silvershell@sunny.ocn.ne.jp
http://www6.ocn.ne.jp/~shell-k/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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