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
젊은 작가 남정임
Toyful-Joyful-Playful-Loveful
기하학의 집합체 ‘레고’로 표현하는 흙 작업의 유희
"장난감과 함께 장난처럼 시작한다. 즐겁게 전개하다보면 그 즐거움은 절정에 이르러 신명나는 놀이가 된다. 놀고 나면 그릇이며 의자, 거울도 생겨나 결국 삶이 그러하듯 사랑만이 남는다. 작업은 깊은 고심의 결과가 아닌 재미난 삶의 유희다. "
Toyful-Joyful-Playful-Loveful은 작가 남정임(33)이 작업에 임하는 방법이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서 우연히 본 방안 가득한 굵은 레고 장난감. 그것을 쌓고 연결하고 부수고 다시 쌓기를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도록 몰입했던 기억은 희열과 기쁨의 놀이로 작가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미니멀한 용기의 형태위에 극도로 절제된 우주인형상과 새 그리고 오브제 작품으로 등장했다. 레고의 기하학적 요소와 완벽한 형태, 컬러대비, 풍부한 상상력은 젊은 작가 남정임의 미적표현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유학시절은 예리한시각 미적표현전개 기질 깨닫게 된 시기
성신여자대학교에서 공예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을 마친 그는 헝가리로 유학을 떠나 케츠케메츠Kecskemet 국제세라믹 스튜디오에서 수학한 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시가라키의 도게노모리(도예의 숲)에서 거주 작가로 활동했다. 일련의 학업과정 중 특히 유학시절은 작가로서 도자조형에 대한 자신만의 미적 전개방법을 깨닫게 한 시기였다. 그는 대학 재학시절 학생회장으로 활동하며 학업에 충실한 모범생이었다. 조교생활과 병행하며 대학원에 진학한 후 스승인 김시만 교수의 영향으로 나카무라 긴페이의 작업을 통해 흙의 물성표현과 도구를 이용한 즉흥적 표현기법을 접하고 흙 작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됐다. 「곤충이미지를 이용한 조형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하고 헝가리로 떠나 1년간 생활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또 다른 작가 생활을 경험하게 됐다. 작업에 깊이 몰두해 하루 24시간 전부를 작업을 위한 고민의 시간으로 보낸 타지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하루
에도 여러 차례 그에게 혼란과 혼돈, 갈등과 번뇌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레고’다. 2001년 한 해 동안 헝가리의 국립도예미술관과 일본 교토의 마로니에 갤러리에서 갖게 된 두 차례의 전시에 ‘레고’가 등장했다. 그는 “레고가 가진 기하학적 형태의 풍성함을 유기적인 형태와 결합시킴으로서 극단적이며 상반된 개념의 조화와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미美와 추醜, 사물과 인간, 물질과 정신 등 극단적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현상을 예리한 시각으로 통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양극에 서서 선택해야하는 인간의 심리이자 작가로서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겪은 관심사를 키치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흙의 거칠고 짓눌려진 부분을 생명과 유기라고 한다면 기하학적 형태인 레고는 기계적문명의 의미를 담은 양극화된 표현인 것이었다.
내 작업은 스트레스로 지배된
형상물 아닌 상상세계 유영하는 놀이
한국으로 돌아와 결혼하고 아기를 갖는 등 살림에 전념, 4년간의 시간을 보내고 지난해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갖고 작가 활동을 재기했다. 2005년 6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에서 가진
올 3월,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가진 3회 개인전
돌 새는 무거움으로 날지 못하나 날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를 지닌 반면 깃털은 가볍고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다는 대립적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작가는 유희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와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캐스팅된 기법으로 작업돼 틀의 동일함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똑같은 형태가 없고 흰 백토로 무유시유 한 작업과정의 결과는 기하학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성형된 형상의 표면에 프리핸드로 드로잉 한 듯 그려진 전사기법과 기하학형태의 원색 MDF박스위에 올려 진 상상 속 인간 형상 등은 현대 미술의 회화와 조각, 설치이미지를 함축해 담아내고 있다. 독특한 도자 조형세계를 새롭게 선보인 작품은 인테리어적 요소마저 지니고 있어 관람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3회 개인전을 열었던 통인화랑에서는 생활도자기가 즐비한 통인가게 1층의 한쪽 코너를 마련해 그의 작품으로 꾸며보자는 이례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Sculpture + Craft = Crapture젊은 작가 남정임은 자신의 작업만큼은 전시된 후 작업실에 쌓여가는 무거운 조각Sculpture이 아닌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 줄 크라프트Craft가 되길 원한다. 차라리, 공예와 조형의 유희를 버릴 수 없어 지어낸 ‘크랩춰Crapture’라는 신조어로 자신의 조형의지를 실현코자 한다. 그는 앞으로 흙을 기본으로 하되 나무와 금속을 혼합하는 Cross-over 작업도 시도해보고 싶다고 한다. 다음전시는 아마도 헝가리에서 작업할 당시 사귀었던 네덜란드 작가들과 함께 갖게 될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김태완 기자 anthos@paran.com
지난 3월 열린 3회 개인전 전경
man 완벽한 도시 - 우뚝서다
1 지난 3월 열린 3회 개인전 전경
2 지구별에서의 비행
3 ○○차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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