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노경조의 자작나무 숲 전
  • 편집부
  • 등록 2006-07-12 15:28:32
기사수정

Exhibition - Topic

노경조의 자작나무 숲 전
2006.5.3 - 2006.5.31 갤러리 담
존재의 궁극窮極에 대한 탐사

글 이원복 _ 국립광주박물관장, 한국미술사가

노경조盧慶祚에게 올해는 각별히 의미 있는 한 해이다. 그가 1976년 동아공예대전에 <백자사각병白磁四角甁>로 입상한지 만 30년이 지났으니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으며,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한 지도 20년이 훌쩍 넘어간 해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은 물리적인 계량치론 같으나 사람들마다 주관적이어서 동일하지 않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와 시간이 반드시 비례함도 아니다. 30주년을 의식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계절의 여왕인 5월(나머지 11달을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는), 갤러리 담의 개관에 맞춰 신작新作 5점을 발표했다. 수적으론 조촐하나 볼륨을 지녔고, 또한 작품의 됨됨이인 질質의 측면에서 당당한 초대전을 열었다.
미술사는 문헌사와 달리 작품 자체가 보여주는 조형언어 즉 양식의 변천에 따른 시대구분이 근간根幹이기에 원칙적으로 양식사樣式史이다. 노경조 도자의 양식변천은 작업실을 양평(1995~현재)으로 옮긴 최근 10년과 그 이전 팔당(1981~1994) 시기로 크게 양분된다. 그리고 그 이전 짧은 일본 체류(1977~1979)가 주는 의미도 짚어 볼 일이며 다른 어떤 도자작가보다도 회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가진 것 또한 논외로 삼을 수 없다. 여하튼 양평 10년 작업의 결실이 이번에 선보인 5점에 농축됐음을 감지할 수 있다.
어느날 그가 자작나무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쉼 쉬는 푸른 잎을 지닌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며 나무에 대한 애착은 일찍이 목가구木家具에 대한 애정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생활 주변을 살필 때 이 점은 분명히 엿볼 수 있으며 그의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수긍하게 된다. 그의 아틀리에, 양평 작업장 주변에는 적잖은 자작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나날이 자라 이젠 제법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일찍부터 백화나 백단으로 지칭되던 자작나무는 강원도 함경도 평북 등 백두대간을 거슬러 중국 만주 사할린으로 이어진다. 하얀 껍질과 시원스럽게 뻗은 큰 키,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 잘 썩지 않아 말다래障泥에 그린 신라 그림 「천마도」의 현존을 가능케 했다. 겉면은 광택 있는 하얀 색의 기름기 있는 분말로 덮여있고 그 내부는 밝은 갈색으로 불에 잘 탄다. ‘자작자작’ 소리가 나며 타서 그 의성어가 이름으로 유래가 되었다. 하지만 원래가 차가운 지방 수종樹種이어서 문명의 잉여물인 공해에는 약하다. 요즘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로수로 심겨진 자작나무는 아쉽게도 외래종이라고 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하던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 민족은 어디로부터 지금의 위치로 왔는가를 묻는 듯… 민속학 인류학  고고학의 연구 성과로 우리 민족이 북쪽 대륙에서 한반도로 이주했음은 주지된 사실이다. 북유럽에서 만주를 거쳐 우리 땅에 존재하는 신석기를 대표하는 빗살무늬 토기, 암각화岩刻畵, 나무 가지 형태의 신라 금관장식金冠裝飾, 그리고 자작나무 분포지는 이들과 떼기 힘든 상관관계를 지닌다. 그의 양평시대 도자에 대한 이해는 자작나무 숲에서 시작되며, 이 숲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 자작나무 숲은 그의 작품들의 탄생 배경이자 진원지이며 모태이다.
그는 우리 전통도자에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을 지녔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崔淳雨,1916~1984, 정양모 선생의 영향 하에 전국의 도요지에 발길이 잦았다. 그리고 이들 명품名品, 수작秀作 도자와의 끈질긴 교감 등 짧지 아니한 세월을 통해 우리 도자문화의 독자성獨自性과 미적 정서와 본질을 체득한 작가다. 이 과정이 자작나무를 작업장 주변에 심기 이전 숲에 대한 탐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본 유학을 거쳤으나 왜색倭色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가 즐겨 빚은 기형은 이른바 노경조 스타일로 지칭되는 주구나 손잡이가 달린 직육면체 병甁과 통筒, 그리고 합盒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과 같은 형태는 유지하되 보다 단순화되면서 볼륨을 갖춘, 그리고 종전의 여러 흙의 합성으로 파스텔 톤의 중간 색조가 특징인 부드럽고 느긋한 연리문鍊理文 기법을 거부한 점, 겹친 분장 위주에 태도의 속살 변이가 주는 생명의 실체를 꾸밈이나 숨김없는 솔직하게 드러냄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는 30년을 넘는 우리 도자기 궁극窮極의 실체를 향한 그간의 내공, 꾸준한 과정을 통해 비로소 가시화可視化 된 것으로 사료된다. 이는 우리 전통도자에 대한 서구인의 촌평寸評처럼 강한 생명력生命力의 구현 그 자체이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세로형 미코
이영세라켐
02이삭이앤씨 large
03미코하이테크 large
오리엔트
미노
삼원종합기계
진산아이티
케이텍
해륭
대호CC_240905
01지난호보기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