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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배의 옹기막이야기(6) - 옹기의 구성요소
  • 편집부
  • 등록 2006-07-18 13: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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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배의 옹기막이야기(6)
옹기의 구성요소

글 이현배 _ 옹기장

‘옹기, 오지그릇은 이차 퇴적점토인 찰흙으로 고유의 몸을 이루고, 유리질이 제거된 잿물을 옷(유약)으로 입고, 공기(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산화불로 구워졌다’ 이만하면 거의 설명이 된다. 참 간단하다.
그런데 십 이년 전, 천구백 구십 사년 가을이었다. 통인화랑에서 전시회를 가졌을 때였다. 축하해주시러 오셨던 백기완 선생께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다. 백기완 선생이라면 통일 일꾼이요, 민중 민주운동의 투사이신데 젊은 옹기장이에게 부탁이라면 부탁이고 격려라면 격려라 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해 주셨다.
“옹기가 옹기일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하는데  옹기는 가득차보여야 하고, 옹기는 놓인 자리를 따라가야 하며, 옹기는 딱 보면 침이 돌아야한다.”  평소에 어른으로 모셨던 분이라 다시 여쭤 그 이야기를 마음깊이 새기며 그 뜻을 알고자했다. 오늘 그 이야기를 나름대로 하고자한다. 

0, 옹기는 가득 차 보여야 한다.
항아리모양은 광명단 옹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달걀모양으로 변형되었는데 그것은 타락이다. 순전히 빚기 쉽고 가마에서 굽기 좋으라고 대충 빚어놓은 것이다. 본래 중부식은 외(참외)모양이고, 남부식은 배추꼬랑지(뿌리)모양이 맞다.
발효과정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기에
   봄 : 바닥이 좁아 밑에서 올라가는 힘을 얻어 발동이 이루어져야하고,
   여름 : 올라서면서부터는 가속이 붙어 속도감을 갖고,
   가을 : 팽창에 의해 거의 환장하게 되고,
   겨울 : 버릴 것은 버리고 가둘 것은 가둔, 잎은 떨군 나목裸木이 되어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자니 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그 기운을 담아내자면, 그 기운의 역동성을 감당하자면 그릇이 가득 차보여야 한다. 미식축구 선수처럼 어깨가 발달해야지 스모선수처럼 똥배가 발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발효는 승화다. 똥이 안 빠지면 승화할 수가 없다.

0, 옹기는 놓인 자리를 따라가야 한다.
길을 가다가 무슨 가든 이라면서 항아리를 쌓아둔 곳을 더러 보게 된다. 옹기가 농경의 이미지를 많이 담아내기에 그럴 것이다. 어떤 집을 방문하게 되면 개 눈에 똥만 보인다는 속담처럼 이 옹기장이에게는 옹기가 눈에 띈다. 그래 같이 간 사람에게 그 집 옹기 어떻더냐고 물으면 ‘무슨?’한다. 자연에 가까운 농촌에서는 옹기는 볼려고 해야 보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런 것이 도시에서는 눈에 띈다. 도시에서 옥상에 올라가서보면 크게 눈에 띄는 것이 노란색 물탱크하고 항아리들이다.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는 말처럼 우리 인간의 행위가 잘 드러나게 해 준다. 그러기에 도시에 놓일 옹기라면 매우 세련되어야 한다. 그게 본래 애초부터 갖고 있는 옹기의 구성요소로 옹기다움이다. 옹기를 질박하다 하면서 투박하다 하면서 대충 어눌하게 빚어 회색도시의 어느 한 공간에 빌붙어 있게 하는 것은 크게 잘못 된 것이다. 옹기는 그 어느 곳에서든 당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삶에서 도시도 이미 자연이다. 옹기를 통해 이를 긍정케 해야 할 것이다.


0, 옹기는 딱 보면 침이 돌아야한다.
옹기에서 잿물(유약)은 피부기능을 얻기 위해서지 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 굳이 색을 따질 일이 아니다. 대부분 고동(다슬기)색을 지니는데, 거무튀튀한 칙칙한 색이라는 선입견들이 많다. 그리고 광명단 옹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때깔을 죽여서 내는 그릇들을 많이 보게 된다. 우리가 미모를 볼 때 때깔이 나면 무조건 화장발이라고 우기는 꼴로 잘못된 것이다. 한참 개량한복이 유행할 때 우리의 색감이 한 풀 꺽인 색이라며 칙칙하게 뺐던 것과 흡사하다.
 피부기능을 얻기 위해 잿물을 밟을 때 모래끼를 제거하지만 몸흙인 찰흙에 이미 모래끼가 있기에 공기(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어 제대로 구워지면 건강한 색이 얻어진다. 비유한 옷감에서도 제대로 된 색감은 얼굴이 비춰진다 했기에 하물며 몸흙에 모래끼가 있는 항아리가 빛을 잃는다면 그것은 바로 생감(生感)을 잃은 것이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알프스산맥을 넘으며 목말라 하니까 저 산을 넘으면 살구가 있다하여 입에 침이 고이게 했다는 것처럼 옹기의 생김새와 때깔은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을 정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겠다.

- 옹기일을 하면 할수록 백기완 선생의 말씀이 백번 옳다. 그 말씀을 풀어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과연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가’ 에는 자신이 없다. 다만 그렇게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 이현배 옹기장은 전라북도 진안에서 ‘손내옹기’를 운영한다
jilb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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